충북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에 자리 잡은 키즈 카페 ‘루마코브’는 ‘개.휴업’ 상태였다. 옛 엽연초(말린 담뱃잎) 창고를 새로 단장해 만들었지만 11일 찾아간 이곳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입구는 공사장 가림막에 막혔고,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시설물 등이 보관된 천막 일부는 뜯겨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이곳은 충북도가 괴산군에 사업비 23억원을 지원해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시설이다. 임대 형식으로 운영되다 8개월 만인 지난 5월 이후 영업이 중단됐다. 임대 사업자가 자금난으로 영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괴산군이 진행한 4차 임차공고에서 현재 단 1명만이 응찰했지만 최종계약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도심과 한참 떨어진 농촌 지역에 키즈카페가 들어선 탓이다.
민선 8기 김영환 전 충북지사가 추진했던 ‘업사이클링(새활용)’ 사업이 곳곳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낡고 버려진 시설에 수십억 원의 세금을 들여 문화·휴식 공간으로 만들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상권 분석 등 사전 작업 없이 추진되면서 대부분 제대로 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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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청 뒤편 당산 벙커를 새활용해 문화 공간으로 만든 ‘당산 생각의 벙커’도 현재 휴관 상태다. 세금 45억원이 투입됐지만 지하 시설 특유의 결로 현상 등을 해결하지 못해 6월 28일부터 문을 닫았다. 이곳을 유지하는 데만 연간 5억4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세금 21억원이 투입된 괴산군 장연면 ‘휴담뜰’도 당초 목적과 다르게 현재 운영 중이다. 충북도는 10년 넘게 방치됐던 옛 하이웰콘도를 사들여 새단장 한 뒤 귀농·귀촌 장기 임대, 외국인 노동자 숙소로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관리·운영 주체를 찾지 못해 사업이 표류하다 현재는 한 도예가에게 임대한 상태다. 충북도의회는 지난해 휴담뜰이 공공 목적의 취지를 상실했다며 거세게 질타하기도 했다.
농소막, 청풍교도 각각 54억원, 55억원의 세금을 들여 새단장을 했지만 제 목적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선 9기 신용한 충북지사 인수위원회는 ‘루마코브’를 제외한 민선 8기 업사이클링 사업 대부분에 대해 전면 재검토 및 매각을 권고했다. 더이상의 예산 누수를 막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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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설들을 일괄 처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당 시설들은 처음부터 사업성이 부족한 것들로, 시장에 내놓더라도 매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충북도 관계자는 “희망자가 있다면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수요도 없는 시골 동네의 변변찮은 시설을 누가 수십억 원을 주고 사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해 헐값에 넘기면 사업비가 매몰 비용으로 전락해 막대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신 지사와 충북도는 해당 시설들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무리하게 팔기보다는 활용할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다만 휴담뜰은 매각한다. 충북도는 괴산군과 현재 1차 협의 중이다. 협의가 결렬될 경우 일반 매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오송 선하마루는 수익 시설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회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공간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인수위의 권고대로 시설을 매각하기보다는 우선 활용 방안을 찾아 해당 시설을 지역의 자산으로 만드는 게 첫 번째 생각”이라며 “다양한 활용 방안을 놓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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