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지친 동맹국들의 불신이 깊어지며 ‘든든한 동맹’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위기 때 미국이 과연 우리 편에 설 것인가”라는 의문 속에 중견국 중심의 연대가 떠오르고 있지만 미국은 이러한 ‘탈미’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비슷한 처지의 국가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강대국 중심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히려 한·미 동맹의 강화에 있다는 데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은 10일(현지시간) 필리핀 싱크탱크 스트랫베이스연구소 연설에서 “이제 미국을 더 이상 믿을 수 없어 협력할 수 없다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자 핵심을 놓친 것”이라며 “미국을 배제하기 위해 고안된 중견국 동맹 같은 피상적이고 유행하는 구상에 대한 망상을 버리라고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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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은 관세 폭탄, 일방적 전쟁, 거래적 동맹관 등에 반감을 가지며 “미국은 동맹에게 더 가혹하다”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미국이 언제든 자국 이익을 위해 기존 약속과 규칙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란 전쟁에서는 동맹들의 흔들린 신뢰가 표출됐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들마저 전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에 대한 불신으로 소다자주의, 중견국 연합 등 외교적 대안이 부상하고 있지만 외교가에선 동맹을 대체할 수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동맹을 대신하기에는 각국의 이해관계와 역량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소다자주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절대 동맹을 대체할 수 없다”며 “중견국끼리 모인다고 해도 각자 이익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뭉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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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식통도 “미국이 일방적 행보를 보이면서 소다자주의가 뜨고 있지만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때론 거칠게 나오더라도 결국 우리는 한·미 동맹을 통해 얻을 것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내에서도 앞으로 한국 외교의 핵심은 한·미 동맹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불안이 커질수록 오히려 미국의 질서 안에서 한국의 입지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직원들에게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에 게재된 ‘미들파워의 망상’(The middle power delusion) 논문의 일독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공개된 이 논문은 소다자주의가 강대국의 ‘순수한 힘’을 대신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저자 마이클 베클리는 “연합은 중견국 목소리를 증폭시키고 특정 사안에서 영향력을 제공할 수 있으나 중견국을 강대국으로 바꿔주거나 협상 테이블에 영구적인 자리를 보장해줄 수는 없다”며 “핵심은 (강대국) 의존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의존을 상호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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