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박 2일> ‘혹서기 대비 캠프’에서 제작진은 강호동에게 복불복 게임을 제안한다. 뜨거운 짬뽕 한 그릇을 5분 안에 먹으면 출연진 전원에게 원하는 메뉴를 전부 시켜주겠다고 했다. 쉬워보이는 미션, 하지만 치명적인 단서가 붙었다. 새하얀 옷과 식탁보에 국물 한 방울이라도 튀면 바로 탈락이라는 것.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설계한 것이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세제 개편안에서 발표한 ‘국내생산세액공제’에도 ‘짬뽕 한 방울’ 같은 다양한 독소조항이 숨겨져 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공급망 지도’에 따르면 2024년 제조업의 수도권 생산 비중은 33.2%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장비 등 첨단 제조업 생산 거.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재경부가 발표한 국내생산세액공제는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생산분에 대해 세액공제 적용을 배제했다. 서울 전지역과 인천(남동공단 등 제외), 그리고 경기도 14개시에 소재한 생산된 제품은 모두 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한미반도체는 국내 반도체 장비 공급망에서 대체불가한 기업이지만, 과밀억제권역에 걸려 생산세액공제 전형에서 탈락한다
네임드 달팽이
. 인천 서구 가좌동에 본사를 두고, 주안국가산업단지에 공장 여섯 개를 밀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 중인 7공장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로봇의 대표 기업인 두산로보틱스도 마찬가지다. 두산로보틱스는 수원 권선구 공장에서 협동로봇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세제실 관계자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과밀억제권역을 공제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지방으로 공장을 옮기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제도는 일몰 기한이 2036년 12월 31일로 정해져있다. 게다가 마지막 3년은 공제액이 75%·50%·25%로 。감된다. 실질적으로 온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2027년부터 2033년까지 7년에 불과하다.
때문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입주할 협력 기업들도 생산세액공제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호남 반도체의 첫 생산 시。은 아무리 앞당겨도 2031년이다. 생산이 시작되는 시.부터 단 3년만 온전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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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투자세액공제와의 중복 금지 조항도 치명적이다. 재경부는 국내생산세액공제 요건으로 ‘생산에 직접 사용된 사업용 유형자산은 통합투자세액공제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만약 생산세액공제를 받고 싶다면 지금까지 받은 공제금을 이자까지 붙여 반납해야 한다.
일본은 다르게 설계했다. 일본의 전략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는 DX 투자촉진세제, 탄소중립 투자촉진세제와 한도를 합산해 병용할 수 있다. 공제한도도 최대 40%까지 넉넉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는 중복 제한 규정이 있지만, 생산 라인별로 어떤 방식의 공제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생산세액공제를 허울 뿐인 제도로 만드는 가장 치명적인 조항은 ‘국내 판매’ 규정이다. 만드는 곳 뿐만 아니라 파는 곳까지 국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생산세액공제 트랙을 선택하면, 해외에 10억 달러 규모의 제품을 수출해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제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학과 교수는 “내수 시장이 협소한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은 수출 시장을 지향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며 “아예 수출을 막아버리는 제도가 국가 산업 육성전략의 일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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