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개막한 뮤지컬 ‘헬스키친’의 공연 장면.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헬스키친’은 ‘얼리샤 키스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수식어를 떼놓고 보아도 훌륭한 작품이다. 주크박스 뮤지컬 특유의 대중적인 넘버는 물론, 한 소녀의 꿈을 응원한다는 메시지와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두루 갖췄다. 온 가족이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극의 중심에는 17세 소녀 앨리가 있다. 1990년대 미국 뉴욕 맨해튼의 헬스키친을 배경으로 그곳에 살던 흑인 소년 소녀들의 성장기를 그린다. 키스의 삶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극 중에는 그의 화려한 성공기나 그래미상 수상 같은 상징적인 에피소드는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늘 “밥 먹으라”며 타박하고 남자 조심하라는 엄마와의 갈등과 화해, 남자친구 ‘벅’과의 풋풋한 연애, 멘토인 미스 라이자 선생님을 통해 깨달은 음악의 기쁨 등 일상 속 소소한 성취를 통해 소녀가 한 걸음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이 보편적인 성장 서사에 다채로움을 더하는 것은 단연 키스의 히트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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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파이어(Girl on Fire)’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Empire State of Mind)’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If I Ain’t Got You)’ 등의 명곡이 극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특히 앨리 역의 김수하 배우는 발랄한 연기와 함께 난도 높은 키스의 곡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원곡의 의미와 구성도 극의 서사에 맞춰 영리하게 변형했다. 사랑하는 연인을 향했던 ‘노 원(No One)’은 갈등을 봉합한 모녀가 서로 외에는 누구도 필요 없다는 의미로 부르며 애틋함을 더한다. 본래 동료 가수를 추모하는 곡이었던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는 앨리를 두고 세상을 누비던 아버지 데이비스와의 사랑을 대변하는 곡으로 변모했다. 데이비스 역의 케이윌이 보여주는 이 무대는 마치 한 편의 콘서트처럼 관객을 압도한다.
미국을 배경으로 흑인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 등을 다루는 만큼, 한국 배우들이 흑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에서 공연 초반에는 다소 이질감이 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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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헬스키친’ 거리에서 신나는 넘버와 어우러지는 스트리트 댄스, 무대 배경을 수놓은 그라피티, 추억을 자극하는 힙합 패션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공연장은 뉴욕 한복판으로 탈바꿈한다.
1막이 꿈을 향해 내달리는 과정이라면, 2막은 좌절과 극복의 연속이다. 사랑은 끝이 나고, 미스 라이자 선생님도 앨리 곁을 떠난다. 가족과의 앙금도 미봉합 상태로 남는다. 그럼에도 이곳은 ‘꿈의 도시’ 뉴욕이다. 도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어린 소녀의 새로운 시작을 묵묵히 응원한다. 뉴욕의 상징과도 같은 곡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가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순간은 이 작품의 백미다. “꿈이 이뤄지는 콘크리트 정글”이라며 뉴욕을 찬미하는 이 노래를 전 출연진이 함께 부를 때, 마치 모두가 각자의 꿈을 위해 이곳에 모인 듯한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세상의 모든 ‘시작하는 소녀들’을 향한 뜨거운 응원가. 이 소녀는 불타오르고 있다(This girl is on fire). 공연은 11월 8일까지 GS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는 이 노래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