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서겠다”며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이 6·25 종전협상과 관련, 다자 논의를 언급한 건 처음이다. 당사국 간 다자 대화를 돌파구로 삼아 남북 평화 공존을 위한 첫 발걸음을 떼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그러나 이상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냉혹한 안보 현실과 국제 질서를 직시하는 가운데 상호주의 원칙을 지키며 꾸준히 추진해야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자 회의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2003년 시작된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6자회담에선 산고 끝에 북핵 포기와 상응 조치를 골자로 한 9·19 공동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국제적인 노력에도 결국 핵실험을 강행했다. 지금은 북한이 이미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상황이다. 더 이상 다자 논의가 유효할지 의문이다.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짓고 말도 안 섞으려는 북한이 다자 회의에 호응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잦은 고위급 교류로 북중 관계의 최고 전성기를 맞은 중국도, 5만 명 추가 파병을 추진할 정도로 혈맹이 된 러시아도 동참을 꺼릴 공산이 크다. 다자 논의 제안에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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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유엔총회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와 북미 대화, 4자(남북미중) 대화를 견인하겠다고 하자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상주의’라고 반박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북한은 지난 12일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을 위반했다. 반면 우린 한미훈련마저 .. 축소하며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실은 안보를 강화해야 할 판인데 평화를 외치며 뜬구름 잡는 구상만 내세우면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두되 안보엔 물 샐 틈도 있어선 안 된다. 대북 억지력도 흔들려선 곤란하다. 평화는 대화가 아니라 힘이 있을 때만 지킬 수 있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