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3개 삶아서 먹는데 3개째 먹을때 씹는 느낌이 약간 고무 느낌이 나는거야. 그래서 뱉어서 확인해봤는데 이거 정상이야?”
8월 21일 SNS ‘Threads’에 한 누리꾼이 올린 의문이다. 그는 자신이 먹던 계란 노른자를 찍은 짧은 영상을 첨부했다. 영상을 보면 손으로 노른자를 눌러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은 계란 상태에 대한 단순한 의문이었다. 댓글에서 “중국산 계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중국에서 ‘가짜 계란’을 만든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 영상이 올라왔다. 플라스틱 쌀, 골판지 만두, 머리카락으로 만든 간장 등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갖가지 ‘가짜 먹거리’ 이야기도 이어졌다. 정작 원 게시 글 작성자는 반나절이 지난 뒤 “혹시 몰라 비닐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냥 수분이 모자랐던 모양”이라며 비닐 속에 부서진 계란 노른자 사진을 제시했지만 이미 ‘중국산 계란’ 논란은 꼬리를 물고 번지는 중이다.
이 누리꾼이 먹은 계란은 중국산일까. 논란 와중 많은 누리꾼이 반박한 것처럼 국내에는 중국산 신선란이 유통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올해 정부가 계란값 안정을 위해 수입한 신선란은 미국·태국·브라질산 등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하는 축산물 수입허용국가 자료에서도 중국산 식용란은 확인되지 않는다.
노른자에 탄력이 있다는 것도 ‘가짜 계란’의 증거는 아니다. 계란은 보관 과정에서 저온에 노출될 경우 노른자가 젤처럼 단단해지는 겔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2012년 중국 광저우에서도 “삶은 노른자가 탁구공처럼 질기다”며 인조 계란 의혹이 제기돼 당국이 시장의 계란 27개 표본을 검사했다. 모두 진짜 계란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바다 이야기
. 당시 687개 판매업소를 추가 조사했지만 인조 계란은 발견되지 않았다.
‘중국산 가짜계란 제조 과정’이라며 한 누리꾼이 제시한 21초짜리 영상도 사실이 아니다. 영상 앞부분에는 갈색 계란 모양 물체를 기계로 가공하는 모습이 나온다. 중간에는 계란판을 물에 담그는 장면이 등장한다. 후반부에는 작업자들이 투명한 계란 모양 용기 안에 흰색과 주황색 물질을 집어넣는다. 서로 다른 장면을 이어 붙인 편집 영상으로 보인다.
SNS에서 ‘중국산 가짜 계란을 만드는 모습’이라며 공유된 영상의 장면들. 21초 분량의 영상은 출처가 다른 여러 영상을 이어 붙인 것으로 보인다. 왼쪽 기계 작업 장면의 정확한 원출처와 용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른쪽을 포함한 후반부 영상은 2017년 중국에서도 ‘가짜 계란 제조’ 장면으로 유포됐으나, 식용 계란이 아닌 어린이용 모형 계란을 만드는 영상으로 확인됐다. 쓰레드 갈무리
이 가운데 후반부 영상은 이미 2017년 중국에서 ‘시장에 유통되는 인조 계란 제조 현장’이라는 주장과 함께 퍼졌던 영상이다. 중국 쪽 보도를 살펴보면 당국은 그해 5월 이 영상을 ‘10대 인터넷 유언비어’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다. 난징시 당국이 확인한 결과 식용 계란이 아니라 어린이용 모형 계란을 만드는 장면이었다. 당시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영상 속 제품과 같은 노란색 표식이 붙은 장난감 계란도 판매되고 있었다.
찾아보니 중국 현지에서 ‘가짜 계란’ 괴담은 그보다 훨씬 오래됐다. 2005년 광저우일보는 화학물질을 이용한 인조 계란이 광저우 시장에 들어온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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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기사에는 광저우 당국이 인조 계란 생산시설을 적발한 적이 있다는 주장도 실렸다. 2007년 ‘정저우일보’ 역시 야시장에서 인조 계란이 팔리고 있다는 제보와 함께 해조산나트륨과 염화칼슘 등을 이용해 계란 모양 물질을 만드는 시연을 보도했다.
문제는 이런 초기 보도가 이후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다. 2005년 광저우 보도가 나온 직후 현지 감독 당국은 “최근 2년 동안 관련 지하공장을 발견한 적도, 신고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2012년 ‘고무 같은 노른자’ 신고를 계기로 실시한 대규모 검사에서도 인조 계란은 발견되지 않았다. 인터넷에 알려진 제조법으로 계란과 비슷한 젤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실제 계란처럼 껍데기와 흰자·노른자를 만들고 싼값에 대량 유통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행정처분이나 판결 기록은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
논란 과정에서 ‘중국산 가짜 음식’으로 지목한 ‘플라스틱 쌀’도 대표적인 사례다. 플라스틱이나 합성수지를 쌀알처럼 만들어 진짜 쌀에 섞는다는 이야기는 중국을 발원지로 지목하며 여러 나라에서 반복됐다. 홍콩 식품안전센터가 2017년 ‘가짜 쌀’ 신고를 받고 음식。에서 쌀을 수거해 DNA와 화학검사를 실시했지만 모두 진짜 쌀이었다. 센터는 당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도 관련 주장이 제기됐지만 당국 조사에서 확인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골판지 만두’는 더 극적이다. 2007년 베이징TV는 폐골판지를 가성소다에 불린 뒤 돼지고기와 섞어 만두소로 사용하는 현장을 고발했다. CCTV까지 이를 받아 방송하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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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사 결과 해당 기자가 직접 고기와 밀가루, 골판지를 준비하고 노동자들에게 골판지 만두를 만들도록 시킨 뒤 몰래 취재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징TV는 사과했고 기자는 구속됐다. 당국이 만두 판매.들을 조사했지만 골판지를 사용한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
반대로 실제로 벌어진 사건도 있다. 2008년 멜라민 분유 사건이 대표적이다. 단백질 함량 검사치를 높이려고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유제품에 들어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후 중국에서 영유아 29만4000명이 영향을 받고 5만여명이 입원했으며 6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하수구 기름’으로 알려진 이른바 ‘디거우유(地?油)’도 실제 사건이다. 음식물 폐유나 식용으로 부적합한 동물성 기름을 가공해 식용유처럼 판매한 조직들이 적발됐다. 2013년 중국 법원은 약 1억위안어치의 폐유를 식용유로 만들어 판매한 조직의 주범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듬해에는 다른 조직 주범에게 사형 집행유예 2년, 공범 2명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쓰레드 계란 게시물에 붙은 댓글들을 따라가면 서로 성격이 다른 이야기들이 한 흐름으로 묶인다. 멜라민 분유나 폐식용유처럼 확인된 대형 식품안전 사건이 있는가 하면, 골판지 만두처럼 조작으로 판명된 사건도 진짜 처럼 언급된다. 플라스틱 쌀처럼 반복적인 검사에서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가짜 계란 제조 영상으로 제시된 영상 중에는 어린이용 장난감 제작 장면도 섞여 있다.
처음 논란이 된 ‘탱탱한 계란 노른자’로 돌아가자. 중국산이나 인조 계란이라고 볼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일단 당사자가 의심이 착각이었다고 밝혔다. 중국산 신선란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근거도 없고, 노른자의 탄력은 실제 계란에서도 보관 상태에 따라 나타날 수 있다. 실제 문제가 적지 않았다고 해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