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 공항 이전부지에 들어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속도전에 전력 공급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참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활용해 보자는 주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공장 가동 초기에는 기존 전력망을 활용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6.3기가와트(GW)에 이르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면서 탄소중립도 지키려면 새 발전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선 2030년 이전엔 어렵지만 이후엔 반도체 클러스터에 SMR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SMR 실증 사례가 없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초기엔 SMR보다 전력망 먼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일정만 놓고 보면 호남 반도체 공장에 SMR이 처음부터 전원으로 사용되기는 어렵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공장 건설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2029년에 초기 공장이 가동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한국전력은 2029년에는 약 3GW를 공급할 수 있는 송·변전 설비를 1단계로 구축하기로 했다. 신장성∼신광주 송전선로에서 전력을 분기해 산단으로 연결하고, 산단 안에 변전소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후 2단계 설비를 추가해 누적 공급능력을 6GW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는 한빛원전과 호남권 재생에너지 등 기존 발전원으로 초기 공장 전력을 충당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장 해결해야 할 병목도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공장까지 운반할 송전선과 변전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계획대로 1단계 공급능력 3GW를 확보하더라도 최종 수요인 6.3GW를 감당하려면 3GW 이상의 전원과 전력망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SMR 대안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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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가스터빈 최종조립을 위해 로터블레이드(회전축에 맞물려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날개)를 케이싱(터빈 안쪽의 고압 가스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감싸는 외벽)에 설치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숨은 복병, '가스터빈' 생산 병목
SMR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배경에는 가스터빈 공급난이 있다. 호남 반도체 공장처럼 막대한 규모의 전력이 필요한 곳에서는 다른 발전원보다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한 가스터빈이 우선 고려된다.
가스터빈 복합발전은 대형 원전에 비해 입지 선정·건설 기간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기후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변화하는 전력 수요에 맞춰 대규모 산업시설에 공급할 전력의 출력까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스터빈 제작사들의 글로벌 생산 능력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3대 가스터빈 제조사는 수주 잔고가 포화여서 지금 발주하면 2031년에야 터빈을 인도받을 수 있는 경우가 적잖다.
미국 발전설비 제조사 GE버노바의 가스 발전 수주 잔고와 제작 슬롯 예약은 올 2분기 116GW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연말에는 적어도 125GW가 계약 또는 예약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지멘스에너지와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은 수주잔고가 각각 69GW, 35GW 달한다.
이로 인해 선박용으로 만들었던 엔진까지 지상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하는 실정이다. HD현대중공업의 힘센엔진이 대표적인 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미국 데이터센터용 발전엔진 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전력시장에선 반도체 공장 건설 이외에도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등에서도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해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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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글로벌 전력 소비량이 연평균 700테라와트시(TWh)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하면서,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전력 소비량이 2만8200TWh에서 3만3600TWh로 연평균 1100TWh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전력소비 증가량이 지난 10년보다 50% 이상 커질 것으로 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전이나 SMR뿐만 아니라 기존 발전소에도 발전 허가와 환경영향평가, 전력망 건설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절차가 많다"며 "가스 발전 역시 필요한 시.에 바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기선(오른쪽) HD현대 회장이 14일 차세대 원전 기업 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만나 '육상 원자로의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HD현대 제공.
◇SMR 쓴다면 어떤 노형 쓸지부터
업계에선 만일 호남 반도체 공장에 SMR을 발전원으로 채택하면 어떤 종류의 SMR을 사용할 것인지부터 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SMR은 여러 종류가 개발 중이어서 냉각재, 연료, 출력, 건설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국산 혁신형 SMR인 i-SMR의 경우엔 모듈당 출력이 170㎿로, 오는 2028년 표준설계인가와 2035년 초도호기 준공을 목표로 하지만, 이후에도 부지별 건설·운영허가가 필요해 일정을 앞당기기는 쉽지 않다.
이에 SMR 상용화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테라파워의 나트륨 SMR에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설립한 이 회사의 SMR은 지난 4월 미국에서 건설이 시작됐다.
345㎿급 소듐냉각고속로에 용융염열 저장장치를 결합한 차세대 원전으로, 저장해 놓은 열을 이용하면 5시간 이상 출력을 최대 500㎿까지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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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력이 일정해 전기의 품질이 좋은 원전의 장.과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량을 조정할 수 있는 가스 발전의 특성을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남권처럼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는 일부 열을 저장하고, 발전량이 줄거나 전력 수요가 높아질 때 저장한 열로 터빈 출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의 방한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만나 파트너십을 다진 것도 SMR 상용화에 협력해 성과를 내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트륨 SMR의 첫 발전소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 14일 테라파워와 케머러 초도호기에 들어가는 원자로 보호용기와 원자로 지지 구조물, 내부 구조물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초도기 실적·정부 규제 완화 뒷받침돼야
초도기 운영 실적과 정부의 규제 완화와 투자도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미국의 사례를 보면 정부의 차세대 에너지원 활용 의지가 기술 상용화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을 알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첨단 원자로 실증프로그램을 통해 앞서 언급한 나트륨 SMR 사업비를 민간과 절반씩 부담해 최대 20억달러를 지원한다. 사업비에 발전소 건설뿐 아니라 설계·인허가·핵연료 개발·시험설비 구축 등 실제 가동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또 해외에서 건설 허가를 받은 SMR이라고 해도 한국에 짓기 위해선 국내 규제기관의 안전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해, 이 부분도 난관이 될 전망이다.
나아가 아직 SMR이 초도 호기를 운영한 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는 。을 감안하면 호남 반도체 팹에서 사용과정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표준설계 인가 이후에도 광주 부지에 대한 건설 허가와 ·운영 허가가 필요해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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