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에서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으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치구의 자율성을 높여 인허가 병목을 줄이고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도시계획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난개발과 자치구별 행정역량에 따른 지역 편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비사업의 주요 인허가 권한 9개 가운데 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인가 등 7개는 이미 자치구가 갖고 있다. 서울시가 행사하는 권한은 구역지정을 위한 심의와 사업시행을 위한 통합심의 등 2개뿐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전체기간을 12년으로 본다면 서울시 처리기간은 4개월(2.7%)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수치대로라면 서울시 권한을 구청으로 넘기는 것만으로 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당정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인허가권 이양이 가져올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은 개별 단지를 넘어 도로·공원 등 도시 전체의 기반시설과 직결된다. 500가구 이하 사업이라도 개별 자치구가 제각각의 기준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 광역 도시계획의 일관성이 무너져 난개발과 교통 혼잡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개발에 적극적인 구청장은 주민 민원 등에 밀려 과밀 개발을 허용하고, 소극적인 구청장은 사업 추진을 늦추는 등 구청장의 성향과 자치구의 행정 역량에 따라 지역 간 정비사업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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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이 늦어지는 근본 원인은 광역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에 있지 않다. 주민 동의율, 조합 내부 갈등, 공사비 급등, 사업성 악화, 자금 조달 등 현장 내부 요인에 있다. 병목의 진짜 원인은 내버려둔 채 인허가권을 넘긴다고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기는 어렵다. 주택 공급 확대는 시급한 과제지만, 도시의 장기적 틀과 일관성을 허물어가며 추진할 수는 없다. 속도전에 쫓겨 난개발과 지역 격차라는 부작용을 낳기보다, 정비사업의 실질적인 걸림돌부터 제거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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