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본사에서 열린 가치체계 선포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가치체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현대엔지니어링이 전기차 충전과 태양광을 앞세워 사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무통인 주우정 대표이사 사장은 기존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에너지 생산·운영·거래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에너지사업 확대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 수익성 회복 뒤 에너지로…주우정의 '투트랙'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한충전)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존속하고 한충전은 소멸하는 방식이다.
이번 합병은 외부 기업을 사들이는 대형 인수합병이라기보다 그룹 안에 나뉘어 있던 전기차 충전사업을 현대엔지니어링으로 모으는 사업 재편에 가깝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충전시설 구축·운영 역량을, 한충전은 고객 서비스와 플랫폼 역량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두 기능을 한데 묶어 전기차 충전사업 전 과정을 맡겠다는 것이다.
주 대표가 에너지사업 확장에 나설 여력은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개선에서 나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66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8%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1274억원으로 15.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3.2%에서 4.8%로 상승했다.
외형은 줄었지만 수익성은 개선됐다. 해외 플랜트 현장의 공정이 정상화했고 현대차·기아 등 그룹사의 산업시설 공사가 늘면서 원가율이 낮아진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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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매출총이익률은 6.9%에서 11.4%로 뛰었다.
현대엔지니어링 실적 비교표ㅡ / 그래픽=시사저널e
주 대표는 기아 재경본부장과 현대제철 재무관리실장 등을 거친 그룹 내 재무 전문가다. 현대엔지니어링이 2024년 1조240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2025년 1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회사는 지난해 277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수익성 회복이 곧 외형 회복으로 이어진 건 아니다. 올해 상반기 건축·주택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9.6% 줄었다. 취임 초기 발생한 중대재해 뒤 주택·인프라 신규 수주가 위축된 여파도 남아 있다. 기존 사업의 이익을 지키는 것과 별개로, 향후 일감 공백을 메울 새 성장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 한충전 흡수합병…'시공-운영-전력거래'까지
한충전은 현대차그룹 계열 전기차 충전 서비스 회사다. 충전기 설치보다 충전 브랜드 운영, 회원 관리, 결제와 고객 서비스 등 이용자 접.에 강。이 있다. 약 24만명의 회원과 약 4000기 규모의 충전시설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충전 인프라를 짓고 유지·관리하는 역량을 축적해 왔다. 2022년부터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운영·유지보수 사업을 해왔고 현재까지 약 1만2000기 규모의 충전시설을 구축했다. 충전시설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통합관제센터도 운영 중이다.
이번 합병은 '충전기를 설치하는 회사'와 '충전 서비스를 파는 회사'를 합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충전기 시공과 유지보수에 그치지 않고 충전요금과 회원 서비스 등 운영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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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전기차 충전 사업 모델 구상도. /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회사가 보는 다음 단계는 전력시장 진출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제주에서 차량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전력망과 연결해 활용·거래하는 V2G(Vehicle-to-Grid)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는 전기차 배터리의 전기를 전력망으로 보내고 전력이 남는 시간에는 다시 충전하는 방식이다.
여러 전기차와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를 묶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가상발전소(VPP) 사업도 추진한다. 쉽게 말해 전기차를 단순 이동수단이 아니라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공급하는 '움직이는 배터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충전기 설치부터 운영, 회원 확보, 전력거래 등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밸류체인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다만 충전사업은 아직 수익성 입증이 필요한 분야다. 한충전은 지난해 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충전기 설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충전기 가동률을 높이고 회원 서비스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한편, V2G와 VPP 같은 전력거래 사업을 실제 매출로 만들어야 한다.
◇ 북미 태양광으로 '시공 후 전력판매'…외부시장 검증이 관건
미국 텍사스주 힐스보로 태양광 발전사업은 현대엔지니어링이 그리고 있는 미래 사업 모델을 보여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5월 200MW 규모 태양광 발전소 착공에 들어갔다. 2027년 말 상업운전이 목표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모비스 앨라배마 공장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과거 현대엔지니어링이 건설한 북미 공장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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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을 지은 뒤 해당 공간이 쓰는 에너지까지 제공한다는 '공간·에너지 통합' 전략의 대표 사례다.
해당 사업은 단순 도급공사가 아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업권 확보와 인허가, PPA 체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까지 맡았다. 공사를 한 번 수행하고 끝나는 구조에서 벗어나 개발·투자·운영까지 참여해 장기 수익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힐 카운티에서 열린 힐스보로 태양광 발전소 착공식에서 이승원 현대엔지니어링 에너지사업부장(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주 대표가 지난 7월 선포한 새 가치체계도 같은 방향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SMR(소형모듈원자로), 핵융합, 수소, 태양광 등 에너지사업과 데이터센터·배터리공장 같은 첨단 산업건축을 함께 키우겠다고 밝혔다. 전력을 많이 쓰는 산업시설을 짓고 에너지 효율과 공급까지 맡겠다는 그림이다.
에너지사업은 당장 수주 부진을 해결할 카드는 아니다. 힐스보로 태양광 발전소도 2027년 말에야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충전사업 역시 초기 투자와 운영비 부담이 큰 만큼 장기간의 수익성 검증이 필요하다.
주 대표의 전략은 단기 실적 방어보다 수주산업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체질 개선에 가깝다. 기존 EPC 사업에서는 선별 수주와 원가 관리로 이익을 지키고, 충전·태양광·전력거래에서는 공사 수주 이후에도 수익이 이어지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사업은 충전기 수를 늘리는 것보다 가동률과 운영 효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태양광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판매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결국 그룹 내부 물량을 넘어 외부 고객을 확보하고 전력시장에서 사업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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