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섀도우랜드’에서 C S 루이스는 아내가 숨진 뒤 현실의 슬픔을 떨쳐내지 못하고 신앙에 대한 회의에 빠진다. 사진 출처 네이버 포토
한시의 역사에서 아내의 죽음을 유독 가슴 저리게 읊었다고 평가받는 두 명의 시인이 있다. 한 명은 서진(西晉) 반악(潘岳)이고, 다른 한 명은 당나라 위응물(韋應物)이다. 위응물이 마흔 살쯤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연작시 중 한 수는 다음과 같다.
시는 16세에 시집와 36세에 세상을 뜬 부인 원(元)씨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사별 뒤의 애통함이 어미의 죽음조차 모른 채 장난치는 딸의 모습과 대비돼 비극성이 도드라진다. 청나라 심덕잠(沈德潛)은 “어린 딸의 놀이로 인해 시인 자신의 아픔이 배나 깊어진다(因幼女之?, 而己之疼倍深)”고 설명했다.
리처드 애튼버러 감독의 ‘섀도우랜드’(1993년)에선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뒤 아들과 함께 애통해하는 주인공 C S 루이스의 모습이 나온다. 영화는 우리에게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알려진 루이스의 실제 사연을 담고 있다. 시인이 아내를 잊지 못해 19수의 도망시(悼亡詩·아내의 죽음을 애도한 시)를 썼던 것처럼, 루이스도 아내 조이를 잃은 뒤 겪은 비통함과 신앙에 대한 회의를 ‘헤아려 본 슬픔’이란 책으로 남긴 바 있다.
한시가 시인 자신과 천진난만한 딸의 대비를 통해 아내 잃은 상실감을 드러냈다면, 영화는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의붓아들과 부둥켜안고 우는 장면에서 슬픔의 절정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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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현실을 진짜 세계의 ‘그림자’라고 썼지만(‘나니아 연대기’ 중 ‘마지막 전투’), 정작 아내의 죽음 앞에선 현실의 슬픔을 떨쳐내지 못하고 신앙에 대한 회의에 빠지게 된다. 시인 역시 아내를 좀체 잊지 못하고 간절한 그리움을 19수의 시에 켜켜이 담아 놓았다. “장례 치를 땐 오히려 허둥지둥 보내지만, 세월 지나면 비로소 이날 잊기 어려우리(卽事猶倉卒, 歲月始難忘).”(‘送終’), “꿈에서 문득 당신 본 듯하여, 놀라 일어나 다시 방 안을 서성인다네(夢想忽如睹, 驚起復徘徊).”(‘傷逝’) 같은 표현에서 시인의 바닥 모를 상실감이 드러난다.
한시와 영화 모두 아내 잃은 남편에게 드리워진 짙은 상실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그 슬픔은 결코 잊히지 않는 것이기에 견디며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야만 한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딸의 모습과 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