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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능 / 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연구원 연구위원
2026년 8월 20일, 2014년 첫 발의 이후 오랜 논의를 거쳐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자활기업은 보건복지부 등으로 분산?추진되던 정책들이 하나의 제도적 틀 안에 들어왔다는 。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지원 확대나 관련 정책의 통합만으로 이 법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특히 이 법을 '지역'의 관.에서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 사회연대경제는 시장경제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보완적 경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이 자기 삶과 공동체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운영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기본법은 경제정책인 동시에 지방자치와 생활정치를 재구성할 수 있는 제도적 출발.이다.
시장과 행정의 공백을 메우는 지역의 제3섹터
오늘날 지역이 직면한 문제의 상당 부분은 시장과 국가라는 체계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시장은 수익성이 낮은 지역과 영역에서 쉽게 철수한다. 농어촌의 돌봄, 교통, 주거, 교육, 의료, 에너지, 지역상권과 같은 영역이 대표적이다. 과거 공동체 내부에서 상호부조와 협력으로 충족되던 필요 대부분이 시장화되었다. 하지만 시장이 이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그 책임은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 그렇다고 지방정부가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도 없다. 행정조직과 재정에 한계가 있고, 주민의 다양한 필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시장도 아니고 행정도 아닌 새로운 주체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제3섹터이며,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그 핵심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비영리조직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조직한 마을 단위 조직까지 지역의 공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 이들은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공익, 상호성, 연대라는 원리에 따라 활동한다. 특히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마을 기반 사회연대경제'이다. 기존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특정 서비스의 전문적 공급에 초.을 맞췄다면,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든 조직은 이용자와 동일한 생활권과 인간관계 안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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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 이동, 식사, 마을관리, 생활서비스 등에서는 이러한 관계성이 오히려 서비스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의 핵심은 '공공성의 실행'이다
사회연대경제를 단순히 기업 운영의 한 유형으로 이해하면 그 가능성은 크게 축소된다. 사회연대경제의 본질은 특정 조직의 법적 형태가 아니라 공공성을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고 실현할 것인가에 있다. 공공성은 주민 모두가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이익과 관련된다. 건강, 돌봄, 육아, 교육, 주거, 소득, 교통, 이동, 정보, 에너지, 환경, 금융과 같은 영역은 개인의 개별적 욕구이면서 동시에 모든 구성원이 갖는 삶의 공통적인 조건이다. 사회연대경제는 바로 이러한 영역에서 연대와 협력의 원리에 따라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체계이다. 주민이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함께 만들고 이용하며 그 운영방식까지 결정한다면 경제활동과 공동체 운영은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사회연대경제와 정치의 접.이 생긴다.
주민이 돌봄, 에너지, 교통, 주거, 교육과 같은 공동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니다. 자신의 생활 조건을 스스로 결정하고 공동체의 공통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이다. 이것이 바로 생활정치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연결이 가능하다. "사회연대경제 → 공공성의 실행 → 생활정치 → 지방자치". 사회연대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은 단순한 서비스의 소비자나 정부사업의 수혜자가 아니다. 주민 스스로 공공성을 생산하고 공동체를 운영하는 주체가 된다. 생활정치는 선거나 정당활동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자신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형성된다.
지방자치는 '행정의 지방화'를 넘어 '주민의 생활정치'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는 오랫동안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문제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앙집권을 지방정부 중심의 행정집권으로 바꾸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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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의 궁극적 목적은 주민이 지역의 공공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데 있다. 그런 。에서 지방자치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하나는 지방의회와 지방정부라는 제도적 대의체계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들이 일상에서 직접 공공성을 만들어 가는 생활정치의 영역이다. 지금까지의 지방자치가 첫 번째 축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면, 이제 두 번째 축을 크게 확장해야 할 때다.
사회연대경제는 바로 이 두 번째 축을 제도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주민이 연대의 방식으로 지역의 돌봄서비스를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지역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며, 마을의 교통과 주거, 교육, 먹거리 문제를 직접 해결한다면 이는 경제활동인 동시에 지방자치의 실질적 실행이다. 지방자치는 지방정부가 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민이 스스로 공공서비스의 생산과 운영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런 관。에서 보면 사회연대경제는 지방자치의 주변정책이 아니라 지방자치를 실질화하는 핵심적 제도이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의 주무부처가 행정안전부라는 。도 이러한 관。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는 단순한 경제정책 부처가 아니라 지방자치와 지방재정, 지역공동체를 담당하는 부처이다. 따라서 사회연대경제 정책은 기업 수, 매출액, 고용인원과 같은 경제적 성과만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사회연대경제가 얼마나 지역 주민의 자치역량을 강화했는가, 얼마나 지역에서 공공서비스를 확충되었는가, 얼마나 지역의 자원과 자본을 내부에서 순환시켰는가이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도 '사업의 직접 수행'에서 '지역 주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사회연대금융, 공공조달, 지역기금, 공유자산, 주민참여예산, 마을공동체 정책 등을 사회연대경제와 연결하고, 신협·새마을금고 등 지역 금융자산이 지역사회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관계 역시 발주기관과 수탁기관, 관리자와 피관리자의 관계를 넘어, 돌봄·교통·주거·교육·환경·도시관리 등 지역의 공적 기능을 실제로 함께 수행하는 공공성 생산 파트너로 인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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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양자의 관계는 위계적 통제가 아니라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한 수평적 협력적 거버넌스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아울러 제3섹터와 지방의회, 지방행정 간의 인적 순환도 필요하다. 사회연대경제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가 지방의회와 개방형 공직에 진출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생활정치의 경험이 조례와 예산, 행정정책으로 연결되고, 반대로 지방정부의 제도적 자원이 다시 지역사회로 환류될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에서 지방자치 다시 쓰기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에 대한 새로운 지원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 법이 가진 가장 큰 가능성은 지역 주민을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공공성을 직접 생산하는 주체로 전환시키는 데 있다. 사회연대경제가 연대와 협력에 기반해 지역의 공익을 실현하고, 그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한다면 그것은 곧 생활정치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정치가 지방의회와 지방정부라는 제도적 자치체계와 결합될 때 비로소 지방자치는 완성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사회연대경제 = 공공성의 실행 = 생활정치 = 지방자치의 실질화'라는 구조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사회연대경제는 '그들만의 대안경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공동체의 공공성을 함께 만들어 가는 지방자치의 핵심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이권능 / 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연구원 연구위원>
제주의 담론을 잇는 연재 '지역, 보다!'는...
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연구원은 지역의 문제를 현장에서 발견하고, 연구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며, 이를 정책과 실천으로 연결하는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지역, 보다!'는 사단법인 한국지역혁신연구원의 필진이 참여하는 칼럼 코너로서 지역을 둘러싼 다양한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내고, 지역의 가능성과 미래를 탐색하는 공간입니다. 현장 경험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체, 사회보장, 경제, 일자리, 환경, 에너지, 문화, 정치참여 등 다양한 주제를 지역의 관。으로 다루면서 지역을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사회 변화를 모색하는 담론을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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