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세대 이하 소규모 정비사업 인허가권을 구청에 넘기려는 정부와 여당의 계획이 도리어 서울 도심의 난개발을 부추길 것이라는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시와 전문가들은 "진짜 병목은 짚지 못한 채 행정 엇박자와 현장의 불확실성만 키울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산발된 쪼개기식 구역 지정이 난개발을 부추길 거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모아타운과 신속통합기획 등을 앞세워 개별 정비사업의 밑그림부터 사업 속도까지 조율해왔다.
그러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이 자치구로 분산되면 서울시가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일관된 방향으로 정비사업을 끌고 가는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오 시장으로서는 핵심 주택정책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관건은 당정이 계획한대로 서울시의 권한을 줄이는 만큼 실제 공급 시계가 빨라지느냐다.
24일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500세대 이하 정비사업 193곳 가운데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 있는 곳은 31곳(16%)에 그친다.
서울시는 전체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가정하면 시가 담당하는 정비구역 지정·통합심의 기간은 약 4개월, 전체의 2.7% 수준이라며 "공급을 막는 병목을 잘못 짚었다"고 반박했다.
이미 정비구역 지정을 마치고 조합설립이나 사업시행인가 등 후속 단계에 들어간 사업은 구역 지정 권한의 주체가 바뀌더라도 직접적인 기간 단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야마토2
.
정비사업의 실제 속도를 좌우하는 주민 동의와 사업성, 공사비, 자금조달 같은 구조적인 병목도 그대로 남는다.
구역 지정 단계의 행정절차를 줄이면 일부 초기 사업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이를 서울 전체의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로 연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의 광역조정 기능이 약해지면 오히려 자치구별 개발 판단과 사업 속도가 제각각으로 움직이면서 교통·학교·공원 등 기반시설 계획과의 충돌을 조율해야 하는 새로운 행정 비용이 발생하고, 정비사업 현장의 불확실성과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청장이 주민 민원이나 지역 개발 요구 등을 고려해 개별 사업의 구역 지정을 결정할 경우 서울시가 광역 단위로 설계한 주택 공급과 교통·학교·공원 등 기반시설 계획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자치구별 행정 역량과 개발 기조에 따라 사업 속도와 개발 밀도의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일부 자치구에서 법적 요건을 충족한 사업시행자 지정 승인을 보류하거나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한 사업장에 별도의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사례도 있다며, 권한 이양이 오히려 새로운 행정절차와 병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션파라다이스다운
.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서울시라는 하나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25개 자치구의 판단과 행정 여건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해야 해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청장이 소규모 정비사업을 임기 내 성과로 내세우기 위해 서울시 전체 도시계획과의 정합성을 충분히 따지지 않고 밀어붙이면 지역별 난개발이나 기반시설 부족 문제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서울시 권한을 줄여 자치구에 넘긴다고 주택 공급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공급 속도만을 이유로 기존 권한 체계를 흔들면 현장의 혼란과 조정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권한을 서울시와 자치구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몰아주는 방식보다 자치구의 현장 판단과 서울시의 광역조정 기능을 함께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정비구역 지정은 개별 사업을 넘어 도시 전체의 공간구조를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자치구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서울시의 광역조정 기능 중 하나를 없애기보다 처리기한을 명확히 해 두 기능이 함께 작동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권한 이양 논의가 나온 것 자체가 현재 서울시 정비사업의 절차와 역할 분담을 전반적으로 재.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