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다코타주 메도라의 루스벨트 국립공원 주변에 위치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기념 도서관의 모습. 해당 도서관은 평소 ‘자연보호’를 중시했던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연과 어우러져 조성됐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기념 도서관 공식 홈페이지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투지와 자부심은 오늘날 미국이 다시 배워야 할 정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미국 노스다코타주 메도라에서 열린 시어도어 루스벨트 기념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루스벨트 도서관은 미국 건국 250주년(Freedom 250)을 맞아 지난달 4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염 속에서도 “미국이 250주년을 맞는 이 시대에 루스벨트야말로 우리가 다시 발견해야 할 지도자”라고 1시간 동안 연설을 이어가며 그의 강인함과 결단력을 치켜세웠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의 기념 도서관은 미국의 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노스다코타주 메도라에 개관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기념 도서관 안으로 관람객들이 걸어 들어가고 있다. 루스벨트 도서관 공식 홈페이지
◇루스벨트 도서관, 배들랜드 품에 안긴 ‘살아있는 건축물’= 루스벨트 도서관은 총 4억5000만 달러(약 6429억 원)가 투입된 약 8640㎡ 규모의 거대한 ‘호빗 하우스’처럼 언덕 위에 자리 잡아 마치 대지를 안아주는 듯한 느낌을 풍긴다. 집성목재와 다짐 흙 공법을 사용해 지어진 건물은 외부에서 보면 주변 언덕과 구릉지대에 녹아들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연과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다.
이 도서관의 핵심 철학은 ‘재생’과 ‘보존’이다. 특히 루스벨트 도서관의 ‘네이티브 플랜트 프로젝트(Native Plant Project)’는 ‘생태’를 생의 유산으로 삼았던 루스벨트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도서관 측은 건물 건설 전부터 노스다코타 주립대 및 지역 자원단체와 협력해 200여 종의 토종 풀, 관목, 야생화 씨앗을 채집·증식해 부지 약 37만6000㎡ 전역에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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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루스벨트가 대통령 재임 시절 수백만 에이커의 야생환경을 보호하고 국립공원을 만들었던 보존 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사라진 대평원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884년 2월 14일, 아내 앨리스와 어머니 미티가 불과 몇 시간 차이로 세상을 떠나는 비운을 겪고 배들랜드에서 칩거하며 자연 속에서 상실을 딛고 일어날 힘을 얻었다. 그가 얻은 위로는 자연보호 정책으로 이어졌고, 이는 오늘날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절실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루스벨트 도서관 역시 그 정신을 이어받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건축물’로, 미래 세대에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시한다.
◇AI 홀로그램 전시서 대표정책 파나마 운하 언급도= 루스벨트 도서관의 또 다른 특징은 ‘기술’과 ‘역사’의 결합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설계한 인공지능(AI) 홀로그램 ‘A.I. 테디(루스벨트 대통령의 별명)’가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방문자들은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대화하듯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들을 수 있다. 그중 1903년 착공해 1914년 완공된 파나마 운하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 재임기 최대 역.사업이었기 때문에 이 AI 전시의 핵심 소재로 다뤄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루스벨트의 대표 업적인 파나마 운하 건설을 수차례 언급하며 “건설 과정에서 3만8000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는 미국을 매우 부유하게 만든 가장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장악하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대중국 강경 기조를 재확인했다.
실제 개관식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A.I. 테디에게 “파나마 운하가 당신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보냐”고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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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A.I. 테디는 파나마 운하가 “세계가 머뭇거릴 때 미국이 흔들림 없이 신속하게 밀어붙여 무엇을 이뤄낼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언급하면서도 “나는 스스로의 업적을 ‘삶이 얼마나 개선됐는가’로 판단한다”며 그 근거로 보존된 국립공원들, 안전해진 식품·의약품, 전 국민에게 돌아간 ‘스퀘어 딜(Square Deal)’ 정책을 꼽아 화제를 모았다.
◇오바마 도서관, ‘흑인 대통령’ 상징성과 디지털 아카이브= 루스벨트 도서관이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면, 지난달 18일 개관한 시카고 잭슨파크에 위치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센터(Obama Presidential Center·오바마 센터)는 흑인 첫 대통령이라는 ‘상징성’과 ‘디지털 혁신’에 집중했다. 오바마 센터는 토드 윌리엄스 빌리 치엔 아키텍츠와 인터랙티브 디자인 아키텍츠가 설계했으며, 8층짜리 박물관 타워가 캠퍼스의 중심을 이룬다. 타워 외벽에는 2015년 셀마 행진 50주년 명연설로 알려진 ‘당신이 미국입니다(You Are America)’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고, 잘라낸 글자 사이로 빛이 내부로 들어오는 구조로 설계됐다.
오바마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역대 최초로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기증되지 않는 ‘민간 운영’ 대통령센터라는 .이다. 오바마 재단이 100% 운영하며, 실물 문서 원본은 메릴랜드의 NARA 별도 시설에 보관되고, 이곳에는 디지털화된 자료만 전시된다. 이는 이곳이 ‘대통령 도서관’이 아닌 ‘대통령 센터’로 명명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에 위치한 로널드 레이건 기념 도서관. 로널드 레이건 기념 도서관 공식 홈페이지
◇레이건·부시·클린턴 도서관, 대통령 도서관의 ‘대중성’과 ‘운영 실험’= 미국 대통령 도서관의 ‘얼굴’로 꼽히는 곳은 로널드 레이건 기념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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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언덕 위 독립 부지에 자리한 이곳은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대통령 도서관으로, 에어포스원 SAM 27000 실물기와 마린원 헬기, 대통령 전용 리무진, 베를린장벽 실물 등 상징적 유물을 대거 전시하고 있다. 특히 1981년 암살미수 당시 총알구멍이 난 재킷까지 공개해 레이건 개인의 서사와 미국 보수주의의 기억을 결합한 공간으로 평가된다.
빌 클린턴 기념 도서관은 개관 첫해 49만3000명 이상을 기록하며 세 곳 가운데 가장 많은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아칸소주 리틀록의 도심형 거.에 자리한 이곳은 도서관 외에도 레스토랑과 바, 30에이커 규모의 공원, 인권 기념물, 습지 보드워크 등을 함께 갖춘 복합 공간이다. 다만 광역 관광지라기보다 지역 거. 성격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조지 W 부시 기념 도서관은 관람객 수보다 운영 구조 변화가 더 눈에 띄는 사례다. 개관 첫해 방문객은 43만8000명 이상으로, 클린턴 도서관(49만3000명)보다는 적고 아버지 부시 도서관(30만9000명)보다는 많았다. 그러나 이곳은 전시 규모나 기술보다도, 2023년부터 박물관이 조지 W 부시 재단으로 이관되면서 사실상 민간 운영 체제로 전환됐다.
◇트럼프 도서관, ‘호텔+박물관’ 도시형 테마파크 구상=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의 도서관 계획은 기존 기념관과 완전히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다운타운에 들어설 예정인 이 도서관은 ‘호텔+박물관’ 결합형으로, 전례 없는 상업성을 띠고 있다. 부지는 마이애미데이드 칼리지가 기증한 주차장 부지로, 쿠바계 미국인들에게 상징적 랜드마크인 프리덤타워 바로 남쪽에 위치한다.
트럼프 도서관은 마이애미 스카이라인을 압도하는 초고층 타워 형태이며, 로비에는 카타르로부터 기증받은 보잉 747-8이 전시될 예정이다. 또한 2024년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암살 시도를 피한 직후 주먹을 치켜든 트럼프 대통령의 형상을 본뜬 금빛 조각상이 오디토리엄에 놓이는 등 ‘트럼프 브랜드’를 강조하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호텔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위상에 맞게 박물관과 호텔을 결합한 화려한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다.
원을 만들었던 보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