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가 카르카손을 방문했을 때 카르카손시 경찰 소속 인사(왼쪽)가 그를 곁에서 경호하는 모습. 미디리브르 유튜브 갈무리
극우 정당 소속 경찰관이 6시간 동안 외국인·여성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보디캠 영상이 공개돼 프랑스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일간 미디리브르는 9일(현지시각) 프랑스 카르카손시 경찰서의 50살 순찰팀장이 지난해 11월 시내를 순찰하며 찍은 보디캠 영상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5분 길이로 편집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문제의 경찰은 외국인과 이민자를 비하하는 말을 ‘숨 쉬듯’ 뱉는다. 예컨대 그는 자신의 순찰차 옆으로 피부색이 짙은 남성이 운전하는 차량이 지나가자 “저 ‘부뉴울’ 놈 빨리도 모네”라며 비웃는다. 부뉴울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백인 지주나 프랑스군이 아랍계 원주민을 상스럽게 부르던 멸칭이다.
경찰은 야생동물을 차로 친 것 같다는 시민 신고를 받고서는 본부에 연락해 “어떤 늙은 여자가 부뉴울 하나를 들이받았다”고 전한다. 야생동물을 이민자에 빗대 보고한 것이다. 동료에게는 “사바나에서 온 꼬마 키리쿠(아프리카 배경의 만화 주인공)가 프랑스에서 차에 치인 거지. 프랑스에 왔다가 공산주의자 차에 치여 죽는 거야”라며 낄낄거린다.
주변 동료들은 말리기는커녕 시시덕거린다. 그가 순찰 중 지역 군부대에 들러 “더는 못참겠다
릴짱
. 아까 시내 광장에 있는데 비코(아랍인을 비하하는 말)랑 검둥이, 아프카니스탄 놈들 뿐이더라”고 하자 군인은 “그게 프랑스 꼴”이라며 끄덕인다. 순찰차에서도 그와 동료들은 “러시아인들이 프랑스로 와야 한다. 러시아와 손잡고 아랍놈들을 쏴 죽이자”, “독재가 나쁠 게 없다. 군대가 일선에 나서서 소소한 쿠데타 한번 하는 것”이라는 대화를 이어갔다.
문제의 경찰관이 지난해 11월 시내 군부대를 방문해 “광장에 아랍놈과 검둥이 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미디리브르 유튜브 갈무리
여성과 성소수자 역시 그의 분노 타깃이었다. 그는 동료에게 “브루스 리(이소룡)가 여자였던 적은 없다”며 “가장은 집에서 명령하는 사람이고, 발기를 할 줄 알며 근육도 있다. 크로마뇽(원인) 때는 세상이 그렇게 돌아갔다”고 설파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두고는 “트랜스젠더와 성행위 하는 놈”이라며 “전세계에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부인 브리지트가 원래 남성이었다는 극우 유튜버들의 헛소문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이 경찰은 경찰로 일하면서도 유력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경호 부서에 소속돼 있었다. 프랑스 공무원법은 시경찰이 업무 중 정치 중립을 지키도록 하지만 정당에 가입하거나 봉사활동하는 걸 막지는 않는다
손오공주소
. 그는 지난 2월 국민연합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가 카르카손을 방문했을 때 그를 따라다니며 경호했다.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국민연합 소속 시장 후보 크리스토브 바르테스의 선거운동에서 목격됐다.
경찰 직능단체들은 그의 해직을 일제히 요구했다. 지방경찰관노조는 “시 당국은 사건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행정 조처를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있었다”며 “사법당국과 주 정부도 해당 경찰관의 직위를 직권으로 정지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문이 커지자 프랑스 내무부는 카르카손 시경찰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카르카손 검찰도 이번 사건이 “출신을 이유로 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내년 4월 대선에서 사상 첫 집권을 노리는 국민연합은 난처해졌다. 국민연합은 백인·남성우월주의 성향 극우 정당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떼려 당직자의 공개적인 인종·성차별, 파시즘 옹호 발언을 막아왔다. 그러나 이 당 소속 공직자가 이런 표현들을 ‘종합 세트’로 내뱉자 국민연합의 ‘탈악마화’가 허울뿐이었다는 비난이 인다. 좌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하원의원 마뉘엘 봉파르는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감염된 국민연합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와 동료들은 즉각 파면되고 법정에 세워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국민연합은 9일 이 경찰의 당원 자격을 뺏었다. 리베라시옹이 국민연합 대선 후보 마린 르펜과 바르델라 대표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이들은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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