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불의의 사고를 입은 환자들에게는 신체 재활만큼 마음 회복이 중요해요."
18일 대전 대덕구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에서 만난 34년차 간호사 김시영(57)씨는 기계 압착 사고로 손가락을 잃은 40대 환자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환자는 식사를 거르고, 밤마다 '이 손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냐'며 흐느꼈다. 김씨는 환자 곁을 매일 지키며 몇 달간 재활 훈련을 함께했다. 특수 보조기구로 훈련하던 환자의 손에 굳은살이 박일 때쯤, 환자 마음도 단단해진 게 느껴졌다. 김씨는 "퇴원할 때 그분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다시 일터에 나가겠다'고 얘기한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년 퇴직을 3년 앞두고 '2026 대한민국 산재간호대상'을 수상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를 겪은 근로자들이 치료와 재활을 거쳐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전국에 산재 특화 병원 10곳 운영하고 있다. 공단은 산재 근로자들을 위해 고생하는 간호사들의 노고를 기리고자 '나이팅게일상'을 시상해 왔는데, 2024년부터 산재병원의 특성을 살려 '산재간호대상'으로 이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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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병원의 공식 '산재 관리 간호사'다. 산재 관리 간호사는 물리적인 치료에 집중하는 일반 간호사와 달리, 직업 및 일상 복귀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재활 계획을 수립하고 서비스를 연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재활 치료사부터 퇴원 이후를 돕는 사회복지사, 산재 근로자에게 적합한 근로 환경 여부를 조사하는 산업 위생사까지, 전문가들은 산재 관리 간호사를 통해 환자를 유기적으로 돕는다. 공단은 2016년 산재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이런 교육 과정을 신설했는데, 김씨는 도입 첫해부터 참여해 책자 마련 등 교육 체계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김씨는 오랫동안 현장에 머무르며 환자의 의지가 치료 경과를 좌우한다는 걸 실감했다. "환자들에게 '조금만 더 할 수 있다'고 북돋아주는 게 간호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산재 환자 상당수가 상실감과 우울감에 마음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럴 때 김씨는 환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꺼낼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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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기만 할 때도 많다. "자기 얘기를 하면서 환자 스스로 답을 찾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김씨는 23세에 산재 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응급실에선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을 살리려 분주히 돌아다녔다. 코로나19가 대구에서 대규모로 전파되자 대구 파견 근무를 자원하기도 했다. 김씨는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적극적으로 찾았다. 그때 위급 환자에게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배운 걸 지금도 써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에 대한 열정으로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돌보면서도 가족에게 소홀했다는 죄책감이 있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근심이 사라졌다. 대학을 갓 졸업한 딸이 시상식에서 건넨 축하 편지에는 '고마워 엄마, 나도 엄마처럼 열심히 직장생활 할게'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의 시선은 이제 후배들을 향한다. 현장에서 축적한 34년 노하우를 전하며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걸 과제로 삼고 있다. 김씨는 "환자의 마음을 보살피는 것만큼이나 후배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환자 곁에서 회복의 기적을 만들어온 베테랑 간호사는 그렇게 자신이 일궈온 유산을 다음 세대에 건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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