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가까이 이어진 이탈리아 칸초네 메들리가 끝나자 객석에서 큰 환호가 터졌다. 세 남자의 목소리는 오페라처럼 웅장하게 울리다가도 익숙한 대중음악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클래식 성악을 바탕으로 출발한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은 첫 곡부터 청중을 사로잡았다.
한국일보가 주최한 '팬텀 보이스 라포엠 인 콘서트'가 지난달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최영선 지휘자가 이끄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테너 유채훈, 카운터테너 최성훈, 바리톤 정민성이 클래식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 뮤지컬, 영화음악, 팝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2020년 JTBC '팬텀싱어3' 우승 당시 네 명이었던 라포엠은 지난해부터 세 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 성악가는 각자의 음역을 살리면서 변함없이 단단한 라포엠만의 색채를 무대 위에 펼쳐냈다.
1부의 중심은 클래식이었다. 칸초네 메들리로 힘차게 문을 연 뒤 한국 가곡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한국어 노래에 앞서 유채훈과 최성훈은 "우리말로 된 가곡은 직관적으로 관객에게 와닿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티가 나 조심스럽게 집중하게 된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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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바심 섞인 말과 달리 한 음절 한 음절 정교하게 다듬어 부르는 노래에는 실수가 허용될 여지가 없었다. 특히 세 사람의 솔로 무대 뒤 이어진 라포엠을 위한 위촉곡 '오, 사랑'은 피아노 반주만으로 노래해 가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클래식 성악을 훈련한 세 사람의 발음과 호흡은 자신들을 위해 쓰인 아름다운 우리말의 결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후에는 학교 음악 시간에 익숙하게 들었던 옛 가곡들을 라포엠의 목소리로 다시 들려주는 한국 가곡 메들리가 이어졌다. 최성훈은 "한국일보 창간일이 1954년 6월 9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그해 태어난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잘 기억할 수 있었고 어릴 때는 소년한국일보를 집에서 구독하기도 했다"며 한국일보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창간 72주년을 맞은 한국일보의 시간과 자신의 기억을 겹쳐 놓으며 무대를 마련해준 데 대한 감사도 전했다.
1부 마지막 곡은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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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테너의 높은 음역과 테너, 바리톤의 서로 다른 음색이 어우러지며 작은 오페라를 보는 듯한 입체적인 하모니를 만들었다. 1부가 끝난 것만으로도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객이 눈에 띄었다.
2부에서는 무대 문법부터 달라졌다. 스탠드 마이크 대신 손에 쥔 마이크를 든 세 사람은 뮤지컬과 영화음악, 팝을 넘나들었다. 장르가 바뀔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특히 '팬텀싱어3' 결선곡 '당신의 손에(Nelle tue mani)'와 유채훈의 솔로곡 '파워 오브 러브' 등에서 반응이 한층 뜨거웠다.
마지막 곡인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가 흐르자 객석 곳곳에서 휴대폰 불빛이 켜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둘 불을 밝히면서 밤하늘의 반딧불이처럼 반짝이는 불빛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 연호에 무대로 다시 불려온 라포엠을 오케스트라는 앙코르곡 '에레스 투'가 아닌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반주로 먼저 맞았다. 9월 26일 생일을 맞은 정민성을 위한 깜짝 축하 연주였다. 예상하지 못한 축하에 정민성은 "앞으로 열심히 잘 한번 살아보겠다"며 웃었다. 한 사람의 새로운 한 해를 축하하는 따뜻한 장면으로 이날 공연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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