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밖에서 에클레시아(헬라어로 교회)를 세우고 연결하는 자리에 선 사람으로서 이 책의 제목 앞에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뱅크스는 초대교회가 몇몇 지도자의 무대가 아니라 평범한 하나님의 백성이 함께 세워 간 몸이었음을 증언한다. 그것도 강단의 이론이 아니라 목회자의 자리를 내려놓고 평신도로 살아 낸 한 생으로 증언한다.
이 책은 교회론의 무게 중심을 형태가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에 둔다. 저자는 ‘라오스(laos)’를 파고들어 평신도가 성직자를 돕는 이류 신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 그 자체임을 밝힌다. 만인 사역은 낭만적 구호가 아니라 신약의 구조였다. 또한 초대교회 모임의 심장이 상징으로 쪼그라든 성찬이 아니라 실제 저녁 식사였음을 집요하게 밝힌다. 예배와 교제와 선교가 갈라지지 않는 총체적 교회론의 뿌리가 여기 있다.
나아가 저자는 교회의 일그러짐을 값싼 반 성직주의가 아니라 정직한 역사신학으로 추적한다. 평신도와 성직자라는 구분이 신약에 없고 3세기에야 생겨났다는 사실은 오늘의 대형화와 목회자 의존성이 어디서 자랐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가장 값진 통찰은 ‘미완의 종교개혁’이다. 루터는 가정에 모여 서로 가르치고 성례를 나누는 세 번째 형태의 예배를 그려 놓고도 끝내 세우지 못했다. 그리하여 제도권 밖 교회를 세우는 오늘의 시도는 돌출한 실험이 아니라 초대교회의 본질을 지키려는 오랜 운동의 연장선에 놓인다.
작은 아쉬움도 있다. 이 책은 ‘어떤 형태인가’는 집요하게 캐묻되 ‘무엇을 위한 형태인가’라는 물음에는 좀처럼 이르지 않는다.
보물섬릴게임
그러나 평신도교회는 제도 피로의 대안이기 전에 왕이신 그리스도의 통치가 흩어진 백성을 통해 세상에 육화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소중하다. 우리의 몫은 저자가 멈춘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있다. 제도권 밖 교회와 가정교회는 제도교회를 심판하려 존재하지 않는다. 잊힌 원형을 먼저 살아 냄으로써 그 돌아섬을 초대하려 존재한다. 그러므로 제도교회와 비제도권교회와 가정교회는 서로 다투는 진영이 아니라 저마다의 자리에서 한 주님을 섬기며 서로를 세우는 하나의 생태계여야 한다. 형태는 복음을 담는 그릇일 때에만 산다. 이 책은 그 그릇을 훌륭히 복원했다. 이제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 그 그릇들을 어떻게 연결할지는 오늘 교회를 세우는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김형국 목사(하나님나라복음DNA네트워크 대표)
dotum, 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