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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효산리정원 입구.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
정원은 화려하게 가꿔진 인공의 구조물이 아니라, 그 땅의 내력과 가꾸는 이의 삶이 켜켜이 쌓여 완성되는 '살아있는 자서전'이다. 남도일보는 전남광주 지역 정원을 찾는 '정원 재발견' 연재의 세 번째 여정으로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로 향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 유적 인근에서 노부부의 손끝과 오랜 시간으로 태어난 민간정원 '효산리정원'의 이야기다. 자연에 순응하며 땅을 일구는 정원주의 삶과 정원의 참된 가치를 현장에서 들여다봤다.
효산리정원의 5월 봄 풍경.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
◇7천㎡ 면적 위에 펼쳐진 사계절의 美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유적지 인근 길목을 지나 나지막한 오솔길로 들어서면, 바스락거리는 돌길과 시골 한옥이 정겹게 어우러진 '효산리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인위적으로 수형을 가다듬은 거창한 조형목 대신 계절마다 다채로운 빛깔을 뽐내는 초화류가 손님을 반긴다.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소나무, 미산딸나무, 모과나무, 마삭줄, 백화등, 클레마티스, 붓꽃 등 정원주의 손때가 묻은 수목들이 울창한 그늘을 만든다. 정원의 주요 테마인 목수국(나무수국)과 아나벨 수국, 바람에 나부끼는 그라스류가 자작나무와 어우러지고, 오대마리, 설구화, 분꽃나무, 파초, 스노우볼, 조팝나무가 오솔길 옆에서 단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하얀 목수국과 덤쟁이덩굴로 덮인 한옥 쉼터 풍경.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
정원 한편에 자리한 온실에서는 계절을 한발 앞서 준비하는 모종 작업이 한창이다. 봄에 심을 꽃씨를 온실에서 겨울 동안 키워내고, 계절이 오면 정원 곳곳에 직접 식재하며 정원의 얼굴을 새롭게 가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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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한쪽에는 시골 한옥을 개조해 만든 운치 있는 카페가 자리하고 있으며, 정원주가 직접 담근 수제 과일청 차와 핸드드립 커피, 인근 로컬푸드를 활용한 음료 향이 은은하게 실려 온다.
이곳 효산리정원은 약 7천㎡(녹지 면적 5천508㎡·시설 면적 1천492㎡) 규모로 조성된 공간이다. 과거 광주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했던 임경혜 씨와 직장인이었던 남편 이택균 씨가 2005년에 연고가 없던 효산리의 흙집과 땅을 매입하면서 정원의 역사는 시작됐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원을 일구기 시작해 2009년 남편의 퇴직과 함께 이곳으로 들어왔고, 지금까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노부부의 땀방울로 가꿔진 삶의 터전이다.
◇영국의 시골 정원을 본뜬 자연주의 정원
효산리정원이 지향하는 핵심은 인공미를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자연주의 풍경식 정원'이다. 영국의 시골 정원과 자연주의 조경 기법을 참고해, 정형화된 대칭이나 세밀하게 자르고 가다듬은 인위적 구조를 지양하고 식물 본연의 질감과 풍경을 한 편의 그림처럼 담아냈다.
임 씨는 "본격적으로 정원을 만들 때만 해도 국내에 자연주의 정원 개념이 거의 없었다"며 "옛날 정원은 향나무나 소나무 몇 그루를 두고 잔디를 까는 형태가 많았지만, 해외 여행과 BBC 방송, 네덜란드 작가들의 작품, 뉴질랜드의 초원 정원 등을 접하면서 안목을 넓혔고, 완전한 자연주의 정원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효산리정원은 매년 토양과 기후에 맞춰 수목과 초화류의 배치를 새로 디자인하며 변화를 거듭한다. 1년생과 다년생 초화류는 계절의 흐름과 영감에 따라 식재를 교체하지만, 정원의 기둥이 되는 메인 나무와 화목류는 원래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보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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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정원에 대해 임 씨는 "가을은 꽃보다 나무의 단풍색와 그라스류의 색조가 어우러져 가을산 같은 자연의 멋이 나타나야 하고, 겨울은 앙상함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계절 본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자신의 관람 기준을 부연했다.
무엇보다 효산리정원은 수천 년 전 청동기시대 역사를 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화순 고인돌 유적지'와 바로 인접해 있다. 고인돌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자원과 나란히 자리한 이곳은, 과도한 개발이나 높은 담장 없이 자연스러운 산세와 주변 환경을 정원 내부로 끌어들이며 지역 역사 인프라와 상생하는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안목과 노력의 결실로 효산리정원은 지난 2021년 산림청 등이 주최한 '대한민국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에서 '아름다운 정원상'을 수상하며 대표 민간정원으로 인정받았다.
정원 산책로의 봄 풍경.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
◇박제된 정원 아닌 '살아있는 삶'
"정원을 가꾸려면 첫째로 자기가 미치도록 좋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원이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정원을 가꾸는 일은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엄청난 노동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이가 들면서 육체적 노동에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나 알바생의 손길을 빌리기도 한다. 정원 한쪽에서 운영하는 카페 역시 돈을 벌기 위한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노동 인건비를 충당하고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자연을 조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원래 지역사회 공동체와 조용히 나눌 목적으로 만들었던 이 정원은 주변의 권유로 세상에 개방됐다. 방송 매체나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2023년 5천200명이던 방문객 수가 2024년에는 1만 5천400명으로 급증했다. 봄철이나 주말에는 하루 100명 이상의 손님이 찾아올 정도지만, 정원주는 사업을 확장하거나 대규모로 집을 넓힐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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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씨는 "너무 많은 사람이 밀려와 정원의 고즈넉함이 파괴되기보다 한두 시간이라도 이곳에서 마음의 여유를 얻고 가는 조용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정원은 만들어놓고 감상만 하는 박제된 구경거리가 아니라 매일 풀을 뽑고 흙을 만지며 가꾸는 일상이자 동반자다. 사는 날까지 할머니가 돼서도 자연 속에서 가꾸며 살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족을 위한 소통 공간, 그리고 느림의 미학
기후위기와 지방소멸의 시대 속에서 개인의 예술적 감각으로 일군 효산리정원은 지역사회에 따뜻한 문화적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웰컴정원, 멸종위기식물원, 자생화원 등 주제정원과 정감 있는 한옥 쉼터를 갖춘 이곳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무르며 치유받는 남도 정원 투어의 명소로 평가받는다.
효산리정원은 특히 아이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노키즈존을 선언하는 최근 카페들과 달리, 뉴질랜드 정원들의 어린이 놀이터에서 영감을 받은 정원주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숨 쉴 수 있도록 그림책과 미술 도구를 준비해두고 방문하는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어버이날 등 기념일에는 직접 가꾼 꽃을 판매하기도 하며, 노부모를 모시고 온 자녀들이나 해외에서 매년 잊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에게 고향집 같은 포근함을 선사한다.
끝으로 정원주 임 씨는 정원을 찾을 방문객들에게 바쁜 자본주의 일상에서 벗어난 '느림의 삶'을 당부했다.
그는 "요즘 방문객들이 바쁘게 왔다가 차만 한 잔 훌쩍 마시고 가는 모습을 보면 아쉬울 때가 있다"면서 "차 한 잔을 마시더라도 여유 있게 음미하고,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자연을 바라볼 줄 아는 여유가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도 중요하지만, 살아보니 차분하게 보고 느끼는 마음의 여유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우리 효산리정원이 방문객들에게 그런 삶의 자세와 여유를 선물하는 공간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솔길 옆에서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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