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한테 야근수당 어떻게 신청하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표정이 황당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노동계를 양분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내부 일터 문화가 정작 청년 상근·전임 간부들의 눈높이와는 괴리를 보이고 있다. 노동권을 위해 노조 활동을 선택했지만 정작 자신은 일터에서 노동자로서 권리를 잃고 있는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
4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이 발간한 ‘청년세대의 노동조합 참여의 양상과 발전 방향’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의 양대 노총 소속 청년 간부 22명의 심층 면담 결과가 담겼다. 사무처에 채용된 상근간부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임간부 모두에게 노조는 하나의 일터이자 활동 공간이었지만 현실은 기대와 크게 달랐다.
면담에 참여한 청년 간부들에게 노조는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희생을 바치는 곳이 아니라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며 일하는 직장으로서의 의미가 컸다. 채용간부 A씨는 “사기업처럼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이왕이면 사회에 좀 좋은 일을 하는 곳을 알아보던 중에 노조가 눈에 들어왔다”고 입사 계기를 전했다. 하지만 직장으로서 마주한 노조 사무처에는 여전히 과거식 헌신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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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간부 B씨는 첫 업무로 일주일 내내 밤늦게까지 연대집회를 준비한 뒤 선배들에게 야근수당 신청법을 물었다. 그는 “야근수당 어떻게 신청하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며 당연한 권리가 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결혼과 육아를 마주한 간부들의 고민도 깊었다. 현장간부 C씨는 “활동가가 아닌 사람과 결혼을 해 아기를 낳았다”며 “육아에 집중해 달라는 집안의 요구와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부딪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노조 내부가 일반 기업의 위계질서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성 채용간부 D씨는 “회사가 수직적인 문화면 노조도 사실은 수직적일 수밖에 없다”며 조직 문화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일부 조직에서는 가부장적 관행이 드러나기도 했다. 간부 D씨는 “처음 왔을 때 네가 여자 막내니까 탕비실 정리하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성역할 고정관념을 꼬집었다. 상급단체 사무처의 다단계 결재선과 현장의 연공서열 중심 문화도 이들의 의욕을 떨어뜨렸다. 채용간부 E씨는 “새로운 청년사업을 해보려고 해도 부장부터 실장, 본부장, 처장, 부위원장까지 다섯 단계나 결재를 거친다”며 “위계질서가 굉장히 경직된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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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단위노조 회의에서도 다른 의견을 내면 ‘니가 현장을 뭘 알아 그냥 이번엔 내가 하자는 대로 가자’(현장간부 F씨) ‘네가 몰라서 그래’(현장간부 G씨)라는 핀잔이 돌아왔다.
노조 활동이 개인의 전문성 축적이나 경력 개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도 직장으로서의 한계로 지목됐다. 간부 D씨는 “어떻게 보면 민원이나 받는 조직이 돼버려 이제 커리어 개발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현장 조합원들이 노조 활동을 손해로 인식하면서 소수의 청년 간부에게만 부담이 쏠리는 구조도 굳어졌다. 현장간부 H씨는 “간부를 할 사람이 없다”며 “아무도 이 독박을 쓰려 하지 않는 시대가 돼 다들 숨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간부 I씨는 청년 조합원들의 잦은 이직 분위기를 전하며 “힘든 일이 있어도 어차피 이직할 건데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보고서는 청년 간부들이 겪는 이 같은 갈등이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라 노조가 지속 가능한 삶과 일터로서의 유인을 제공하지 못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재웅 부연구위원은 “위계가 아닌 숙의 중심의 민주적 조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며 “일터 민주주의를 내부에서부터 보장하지 못한다면 노조의 간부 재생산 위기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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