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서울신문DB
조원태(50)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용 자사주 출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과거 기아그룹 사건 판례를 바탕으로 조 회장의 배임 혐의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자금을 직원 조직에 넘겨 주식을 사게 했다가 그룹 총수가 징역형을 확정받았던 기아 배임 사건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경찰은 이 판례를 근거로 한진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직원이 25명인 한진칼이 663억원 상당(이사회 의결 당시 주가 기준)의 자사주를 복지기금에 넘겨 0.66%의 의결권이 생긴 과정이 기아 사건과 닮았다고 보고 있다.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본격화한 가운데, 대기업 총수를 겨냥한 이번 수사는 경찰의 경제범죄 수사 역량을 보여줄 첫 시험대로 꼽힌다.
경찰이 영장에 제시한 판례는 대법원이 1999년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 등을 유죄로 확정한 사건이다.
경영권 위기에 회사 돈 322억…기아 회장은 징역 4년
당시 기아그룹은 외부 세력이 회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었다. 김 전 회장 등 기아그룹 경영진은 직원지주 조직인 ‘경영발전위원회’(경발위)에 회사 자금 약 322억원을 지원했고, 경발위는 이 돈으로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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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발위는 원래 직원들이 매월 임금 일부를 모아 마련한 기금으로 회사 주식을 보유하던 조직이었다.
검찰은 사측이 직원 복지를 내세웠지만 실제 목적은 경영권 방어였다고 판단해 김 전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법원도 탈법적으로 회사 돈이 투입됐고, 경영진이 위원장을 임명하는 경발위가 주식을 확보했다는 .에 주목했다.
당시 법원은 직원들의 재산 형성보다 ‘경영권을 계속 보전할 목적’이 컸다고 판단했다. 김 전 회장은 배임 등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조원태 지분 경쟁 속 663억 자사주…0.66% ‘표’로
앞서 한진칼은 지난해 5월 15일 보유 중이던 자사주 44만44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당시 주가 기준 약 663억원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0.66% 규모다.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하는 동안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넘어가면 의결권이 발생한다. 의결권이 없던 44만여 주가 복지기금으로 넘어가면서 0.66%의 ‘표’로 둔갑한 것이다.
경찰은 기아그룹 사건과 한진칼 사건의 구조가 닮았다고 보고 있다. 기아는 회사 돈을 직원 조직에 지원해 주식을 사게 했다. 한진칼은 회사가 갖고 있던 자사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직접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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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금과 주식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직원 복지를 명분으로 회사 재산을 투입했고, 그 결과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결권이 생겼다는 게 경찰이 보는 공통。이다.
기아그룹 사건이 ‘회사 자금 지원→경영발전위원회의 주식 취득→의결권 확보’였다면 한진칼 사건은 ‘회사 보유 자사주→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의결권 발생’의 구조다.
직원 25명 복지에 663억…왜 현금 아닌 자사주였나
출연 규모도 경찰이 들여다볼 대목이다. 한진칼의 상근 임직원은 25명이다. 복지기금 출연규모 663억을 직원 수로 단순히 나누면 1인당 26억원이 넘는다. 복지기금이 직원들에게 균등하게 배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원 수에 비해 출연 규모가 지나치게 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찰은 663억원이라는 출연 규모가 실제 복지 수요에 비춰 적정했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핵심은 ‘왜 자사주였느냐’다. 경찰은 현금이나 다른 재산 대신 자사주를 출연한 이유, 자사주를 출연하면 의결권이 생긴다는 。을 경영진이 사전에 검토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지켰다 해도 실질적 이익의 귀속 대상이 회사가 아니라 그룹 총수 등 개인이라면 경영상 적정한 판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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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원태 지시·보고 여부 캔다…의결권 행사도 추적
향후 수사는 자사주 출연의 실제 목적과 조 회장의 관여 여부를 밝히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이사회 회의록과 내부 보고자료 등을 분석하고 있다. 누가 출연을 처음 제안했는지, 조 회장이 언제 보고받았는지 등이 주요 확인 대상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권 문제가 거론됐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직원들에게 돌아간 복지 혜택과 기금 사용 내역도 조사 대상이다. 복지기금이 0.66%의 의결권을 실제 어떻게 행사했는지, 그 방향을 누가 결정했는지도 핵심 쟁.이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진칼 실무진과 이사회 주요 참석자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압수수색영장에 조 회장이 배임 혐의 피의자로 적시된 만큼 자사주 출연에 대한 조 회장의 지시·보고·승인 여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관계자는 “관련해 입장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는 경찰에도 시험대다. 경찰 수사 중심의 형사사법체계 개편 이후 본격화한 첫 재벌 총수 관련 사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배임 사건은 대표적인 고난도 수사로 꼽힌다. 복잡한 지분 구조와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 손해와 경영진의 고의성까지 입증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기업 연루 경제범죄에 대한 경찰의 수사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는 .에서도 이번 수사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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