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교육에서 한국의 다양한 치료 내시경 술기를 직접 익힐 수 있었습니다. 본국으로 돌아가 배운 기술을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해 나가겠습니다.”(우크라이나 의료진)
한국의 치료 내시경 기술을 배우기 위해 세계 각국의 의료진이 대구로 모였다. 국내 의료진이 축적한 고난도 시술 경험과 노하우를 직접 익히기 위해서다. 진단을 넘어 병변을 절제하고 치료하는 내시경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국은 해외 의료진이 수술기법을 배우기 위해 찾는 교육 현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국경 넘어 배우러 온 ‘K-내시경’
전성우 파인메딕스 대표이사(가운데)가 4일 오후 대구 케이메디허브 의료기술시험연수원에서 열린 ‘TED 2026’ 현장에서 해외 의료진에게 소화기내시경 술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파인메딕스
4일 오후 대구 케이메디허브 의료기술시험연수원에서 열린 파인메딕스의 내시경 술기 교육 프로그램 ‘TED 2026’ 현장. 지도 교수가 내시경 기구를 움직이자 해외 의료진의 시선이 일제히 모니터로 향했다.
지도 교수는 피실험체 내부 병변 주변에 절제 범위를 표시한 뒤 전기수술용 칼로 조직을 절개하고 박리하는 과정을 선보였다. 출혈 부위를 지혈하는 방법까지 시연하자 의료진은 화면과 지도 교수의 손동작을 번갈아 살피며 술기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평소 각자의 나라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후배들을 가르치던 교수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작은 동작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영락없는 학생들이었다.
다른 실습대에서는 내시경초음파(EUS)를 활용한 췌담도 질환 진단 교육이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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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과 담도는 초기 병변을 발견하기 어려운 부위인 만큼, 의료진은 초음파 영상으로 내부 구조와 병변을 확인하는 방법을 익혔다. 지도 교수의 설명에 따라 기구를 조작하며 화면에 나타나는 영상의 변화를 살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범이 끝나자 해외 의료진이 차례로 기구를 잡았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지만, 내시경 만큼은 직접 해보는 것이 중요했다. 눈으로 익힌 동작을 따라 해봤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 보였다.
지도 교수는 곁에서 조작 방법을 짚어줬고, 의료진은 설명을 들은 뒤 다시 기구를 움직였다. 한 번에 익숙해지기는 어려운 법. 조금 전 배운 동작을 되짚으며 실습을 거듭할수록 기구를 다루는 손길도 한층 신중해졌다.
쉬는 시간이 됐지만 실습대 앞은 좀처럼 비지 않았다. 자신의 차례가 끝난 의료진도 동료의 실습을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다. 한 번 더 해보고, 다른 사람의 동작도 눈여겨봤다. 한국의 의료 노하우를 배워가겠다는 열정으로 쉬는 시간도 아까운듯 했다.
이번 교육에는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등 4개국에서 온 해외 의료진 9명이 참여했다. 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칠곡경북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 대구·경북 지역 6개 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진이 나섰다.
실습은 내시경。막절제술(EMR), 내시경.막하박리술(ESD), 내시경초음파(EUS) 등 세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지도 교수 6명이 먼저 시범을 보이면 해외 의료진이 피실험체를 통해 같은 술기를 직접 따라 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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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외에도 최신 학술 지견과 치료 내시경 시술 동향을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실습에 사용된 기구도 다양했다. 작은 。막 병변을 절제하는 EMR에는 올가미 형태의 ‘스네어’와 ‘클리어팁’ 등이, .막 아래층을 박리해 병변을 제거하는 고난도 시술인 ESD에는 ‘클리어컷 나이프’와 지혈용 기구 등이 사용됐다. 췌장과 담도 등을 관찰하는 EUS에는 조직 생검용 주사침과 가위 등이 활용됐다. 해외 의료진은 시술별로 2~5종의 기구를 직접 다뤄보며 각각의 쓰임새와 조작법을 익혔다.
전성우 파인메딕스 대표이사(칠곡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교육에는 치료 내시경을 처음 배우는 의료진부터 일정 수준의 시술 경험을 갖춘 의료진까지 다양하게 참여했다”며 “초심자는 기초를 다지고, 경험이 있는 의료진은 다른 전문가의 시술 방식을 보면서 자신의 술기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난도 시술 경험 축적…한국 치료내시경의 경쟁력
TED는 2018년 시작돼 올해 12회째를 맞았다. 지금까지 국내 소화기내과 교수진 46명과 해외 48개국 의료진이 참여했으며, 누적 참가 인원은 1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1일 시작된 올해 행사는 오는 9일까지 진행된다.
해외 의료진도 교육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한 의료진은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의료 분야에서 활발히 교류해 왔고, 한국 교수님들도 우크라이나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며 “이번에는 직접 한국을 찾아 다양한 술기를 배울 수 있어 뜻 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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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참여한 또 다른 의료진은 “ESD 시술 사례를 통해 많은 술기를 배웠고, 한국에서 진행되는 실제 시술과 내시경 재처리 과정까지 확인할 수 있어 유익했다”며 “본국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웠으며, 이 같은 시설도 갖춰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외 의료진이 한국을 찾는 배경에는 국내 의료진이 오랜 기간 쌓아온 시술 경험과 기술력이 있다. 우리나라 소화기내시경 분야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으며, 특히 치료 내시경 분야에서는 고난도 시술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실제 국내 조기 위암 내시경.막하박리술(ESD) 건수는 2012년 7020건에서 2021년 1만1286건으로 약 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80세 이상 환자의 시술 건수도 429건에서 1385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2024년 국제학술지 ‘Journal of Gastric Cancer’에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분석 결과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에서 시행된 ESD는 총 9만5348건에 달했다.
치료 내시경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의료진의 시술 역량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고난도 시술에는 풍부한 임상 경험과 숙련된 술기가 필요한 만큼, 의료진 간 기술 교류와 교육의 역할도 강조된다.
파인메딕스는 앞으로도 국제 교육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국내 치료 내시경 기술의 해외 확산을 지원하고, 현장에서 수렴한 의료진의 의견을 제품 개발과 개선에 반영할 계획이다.
전성우 대표는 “과거에는 수술이 필요했던 위암과 대장암도 내시경 기구와 시술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앞으로도 기술 발전과 조기 검진이 뒷받침된다면 위암과 대장암으로 수술 받는 환자는 .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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