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가 농민들로부터 팔리지 않는 땅을 넘겨 받아 대신 매도해주는 ‘농지매도수탁사업’이 9년째 단 1건도 실적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전수조사 실시 이후 농지 매매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시장을 정상화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실이 농어촌공사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9월까지 매도위탁계약은 한 건도 체결되지 않았다. 마지막 위탁계약과 실제 매각이 이뤄진 시.은 2017년으로 파악됐다. 당시에도 계약과 매각은 각각 1건에 그쳤고 면적도 2000㎡에 불과했다.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올해 농지전수조사 실시 이후 매도수탁 신청은 크게 늘어났다. 땅을 매도하고 싶어도 팔리지 않으니 농지은행을 찾는 농민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 1~9월 접수된 매도 신청은 총 442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접수 건수(194건)의 2.3배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새 가장 많은 신청이 들어왔지만 올해도 신규 계약은 단 1건도 체결되지 않았다.
매도수탁사업은 농지 소유자를 대신해 공사가 매수자를 찾아주는 제도다. 서류심사와 현지조사, 가격 협의를 거쳐 위탁계약을 맺고 매물을 공고한다. 공사가 예산으로 농지를 직접 사들이는 매입사업과 달리 매도수탁은 거래를 중개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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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를 팔지 않고 빌려주려는 소유자를 대신해 경작자를 찾아 주는 임대수탁사업과도 구분된다.
수년째 저조한 실적에 대해 공사 측은 민간에서 거래되지 않은 농지들이 주로 유입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영농 여건이 양호한 농지는 직거래나 지역 부동산을 통해 처분되지만 공사에는 입지가 불리하거나 희망가격이 높은 매물이 들어온다는 얘기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매도수탁을 신청하는 땅은 산림 아래에 있거나 사실상 이름만 농지인 곳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업계에서는 매도수탁사업의 장기 부진이 최근 수년간 위축된 농지 거래시장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2021년 29만 5935필지였던 전국 논·밭·과수원의 거래량은 지난해 절반 이하인 14만 9230필지로 줄었다. 올해 1~8월 역시 9만 8218필지가 거래되는 데 그쳤다. ㎡당 평균 거래가격도 2021년 8만 1434원에서 올해 5만 176원으로 38.4% 하락했다.
정부가 지난 5월부터 농지 전수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특별조치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대표 발의한 법안은 관행적인 임대차와 무단 전용 등에 따른 행정처분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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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소유 농지의 임대 제한을 완화하고, 무단 설치된 시설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사후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내년 4월부터 3년간 시행이 목표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농지 거래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다. 법안은 농지 소유·이용에 따른 위법 상태를 정리하는 데 초.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법적 처분 부담을 덜어주더라도 매수자가 없으면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투기 방지와 별개로 위축된 농지시장의 매수 기반을 확충할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특례 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과 그로 인한 시장의 추가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도 농지은행의 직접 매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1조 8077억 원인 맞춤형 농지지원사업 예산을 내년도 정부안에서 2조 2617억 원으로 늘려 편성했다.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까지 매입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막힌 거래를 정부 재정만으로 풀기는 어렵다고 보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경색된 농지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큰 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그때그때 규제를 강화·완화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불법 투기를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지의 보전과 생산성, 차세대 농업인의 진입을 함께 고려한 큰 틀의 정책이 필요한 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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