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K-바이오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임상 단계 신약 후보물질 지원보다 직접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의 진입 장벽은 인공지능(AI)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따로 따로 흩어져 있는 의료 데이터를 한데 모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반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묵현상 뉴패스바이오 대표는 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넥스트 엔진: 바이오 대혁신, 국가미래성장을 잇다' 공동포럼에서 “시장 발굴이나 판매 제조에 투자해서는 부가가치가 안 나온다”라며 “우리는 임상 1~3상과 품목허가, 의약품 유통에 이르는 부분에 투자를 해서 우리나라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치고 올라가게 만들어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발굴에서 시작해 기본적인 안전성을 평가하는 동물 대상 전임상 실험을 거쳐 임상 시험, 규제 기관 승인(품목허가)을 통한 상업화에 이르는 6개 단계를 거친다. 현재 정부의 신약 개발 지원은 전임상 실험 이전 초기 단계에 쏠려 있다. 결국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임상 시험 단계는 벤처캐피탈(VC) 등 민간 자본에 손을 벌려야 하는 셈이다.
일련의 자금 조달 구조는 대부분의 기술수출(L/O)이 ‘얼리 스테이지(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인포마에 따르면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이 최종 품목허가까지 도달할 확률은 7.9%에 그친다. 반면 임상 3상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은 50% 이상이 규제 기관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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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파마가 얼리 스테이지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사들일 때 저렴한 값을 매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기술수출을 한 제약사나 바이오텍 입장에서도 선수금 외에 마일스톤이나 판매 로열티 등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들 게 된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 4월까지 우리나라 제약 바이오 회사가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 중 38.5%가 반환되거나 계약이 중단됐다. 여기에 기술수출 후 연구 진척 결과가 없는 장기 정체 파이프라인까지 더하면 사실상 계약이 무산된 경우가 50%에 달한다.
해법으로는 정부가 민간자본 대신 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임상 2상 이후의 파이프라인을 기술수출하면 이전 단계의 파이프라인보다 2~3배 많은 로열티를 수령할 수 있다. 정부가 신약 개발에 집행하는 자금의 형식도 투자금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돌려줄 의무가 없는 보조금은 성과 관리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안 중 하나가 성공불융자다. 성공불융자는 정부가 임상 시험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고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경우에만 원리금의 전액 혹은 일부를 돌려받는 제도다. 정부에서 임상 개발의 실패 위험을 나눠지는 구조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국내외 규제 기관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본 적 있는 제약사와 바이오텍을 매칭해 공동 연구를 할 경우에만 자금을 지원해주는 방안도 거론됐다.
묵 대표는 “보조금을 주는 정부가 아닌 투자자로서 '어떻게 내 돈을 썼어?', '이 다음 계획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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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매일 따지고, 성과가 없으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며 “성공불융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 금융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의 성공률을 끌어올릴 AI 모델의 학습에 적합하도록 데이터 통합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정부는 AI 모델을 활용해 5년 내 국내에서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을 10배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건보 데이터 등 의료 현장에 쌓여 있는 데이터를 제약사 등 유관 기관의 연구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료 보험 체계상 대규모 의료 데이터가 쌓여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부처와 기관별로 관리되고 의료 현장 데이터도 각 병원별로 연결되지 않아 연구 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렵다. 데이터를 확보한다고 해도 AI 모델의 학습이나 추론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로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이현숙 서울대학교 교수는 “데이터의 양보다 더 중요한 건 AI가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인지, 기관 간의 데이터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다”라며 “앞서 정부가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사업을 통해 12만 명 정도의 데이터를 공개한다고 했지만, 이 정도로는 시작도 속도도 늦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어 “생명과학과 의학에서는 계속해서 고품질 바이오 의료 데이터를 생산할텐데 이 모든 것은 AI 레디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공동 포럼은 국민경제자문회의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바이오 산업을 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국가 성장 엔진으로 키우기 위해 해소되어야 할 규제 혁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안전성을 평가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