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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충남 아산남성초등학교를 찾았다. 이날 학교에서는 교육부 요청 다문화 연구학교 공개보고회가 열렸다. '라두가(무지개) 교육과정으로 다 함께 문 여는 대한N국인 학교'를 주제로 지난 1년간 운영한 교육과정과 수업 사례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 ?11월 3일 아산남성초에서 열린 교육부 요청 다문화 정책 연구학교 운영보고회 현장.
ⓒ 송민규
발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숫자였다. 2026년 9월 1일 기준 전체 학생의 41.8%가 이주배경학생이다. 2021년 15%에서 5년 만에 크게 늘었다. 학교에는 13개국 학생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주배경학생 가운데 약 82%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이라고 했다.
전국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6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이주배경학생은 21만 838명으로 전체 학생의 4.3%를 차지한다. 또 2026년 3월 국회에 제출된 교육부 자료에서는 전국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가 2020년 47곳에서 2025년 123곳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에도 10곳이 있다.
이날 발표에서 학교 관계자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우리 학교만의 현실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현실이자 많은 학교에서 맞이하게 될 미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그렇다면 이제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어울리는 것에서, 함께 배우는 것으로
아산남성초는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시도를 했다. 여러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라두가 교실'을 만들고, 학생들이 함께 운동하고 영상을 제작하며 편견과 차별을 이야기하는 어울림 교육도 운영했다. 학교 전체가 다문화교육을 교육과정 속에 담아내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 ?아산남성초 연구학교 공개보고회에서 참관객을 위해 마련한 공개수업 장소 안내판.
ⓒ 송민규
내가 더 관심 있게 본 것은 수업이었다. 학교는 '다정다감 수업'이라는 수업모형을 개발했다. 이주배경학생을 위해 핵심 개념과 질문을 여러 언어로 제시하고, 한국어 기초학습과 교과 활동을 연결한 자료도 만들었다. 언어 수준을 고려해 성취수준을 달리 제시하는 평가도 시도했다.
연구부장은 모든 수업 내용을 번역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학생들이 적어도 오늘 무엇을 배우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문화교육의 다음 과제가 있다.
친구와 이야기하고 수업을 들으며 학교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한국어와 수학·과학·사회 수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한국어는 같지 않다. 과학만 해도 '기화', '밀도', '생태계'라는 단어를 읽는 것과 그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료를 근거로 설명하시오", "두 현상을 비교하시오" 같은 표현은 단어의 뜻을 넘어 추론하고 설명하는 능력까지 요구한다. 결국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생활 한국어와 더불어 교과를 배우기 위한 학습언어다.
이러한 문제는 학습언어를 익힐 충분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교과 학습의 어려움으로 누적될 수 있다. 한국어학급에서 일반학급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교과 학습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 ?아산남성초 학생들이 문화체험과 협동활동을 통해 만든 ‘라두가’ 교육과정의 다양한 결과물.
ⓒ 송민규
이제는 '가르칠 수 있게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연구들도 다문화교육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재창 세명대 교수와 윤현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2026년 학술지 <문화교류와 다문화교육>에 발표한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 교육과정 운영 현황 및 교사 인식 분석>에서 전국 밀집학교 100개교를 표집하고 교사 95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교육과정 운영은 한국어와 적응교육에 편중된 반면 학생들의 언어·문화적 강.을 활용하는 교육은 부족했음이 확인되었다. 언어적 장벽을 고려한 맞춤형 평가체계도 미흡했다. 연구진은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 개선, 평가 지침 보급, 교사 전문적 학습공동체 지원 등을 제안했다.
같은 연구진이 <교육문화연구>에 발표한 <이주배경학생 교육지원 체계 현황 및 교사 인식 분석>(2026)에서도 학교 행정 차원의 예산과 자원 투입에 비해 학부모 지원이 미흡하고, 이주배경학생과 학부모의 정보 접근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연구를 함께 살펴보면, 재정지원의 확대와 더불어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학부모 지원까지 연결되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을 생각하게 된다.
현장에서도 이러한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충남융합과학연구회는 공주대학교 관학협력사업 <교직원 전문성 개발>의 지원을 받아, 이주배경학생의 과학 학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각 중심·다언어 학습자료를 개발했다.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의 기초 개념을 선정하여 쉬운 한국어와 그림·영상·다국어로 구성하고, 이를 웹 기반 학습자료인 science-bridge-kr.vercel.app로 구현했다. 중요한 것은 자료 개발의 성과만큼이나 왜 현장의 교사와 연구진이 이런 자료를 직접 만들어야 했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만큼 현장의 요구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변화를 시작했다. 2025년 발표한 <이주배경학생 맞춤형 교육지원 방안>에서는 밀집학교 교원 확충과 교원 연수, 맞춤형 교육지원 등을 제시했다. 2026년 업무계획에는 교과 학습 결손 예방을 위한 학습한국어 자료 확충도 포함됐다. 이제 이러한 정책이 실제 교과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와 지원체계로 이어져야 한다.
그동안 한국어교육, 학교 적응, 상담과 복지, 문화적 이해를 위한 재정지원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지원이다. 여기에 교사가 가르칠 수 있게 하는 지원을 더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교과별 핵심 학습언어를 선정하고, 학교급과 수준별 다국어 교수·학습자료, 시각자료와 교구, 활동지와 평가자료를 체계적으로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이를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연수와 협력 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 ?아산남성초 학생들이 학년별로 함께 만든 ‘라두가’ 어울림 작품. 다양한 언어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 송민규
이는 이주배경학생만을 위한 지원도 아니다. 교사가 번역과 자료 제작에 상당한 시간을 쓰는 상황에서는 비이주배경학생의 학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교사의 수업 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교실 전체의 학습권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아산남성초의 연구학교 발표를 보며 다문화교육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넘어, 그 한국어로 수학을 배우고 과학을 이해하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것.
이제 다문화교육은 한국어를 배우게 하는 정책을 넘어, 한국어로 배우게 하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중등 과학교사로, 현재 박사과정에서 이주배경학생의 과학교육과 학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주배경학생의 과학 학습을 돕고자 과학교사들과 ‘Science Bridge(https://haeppy-science-bridge.vercel.app/)’를 개발했습니다.
바다상어이야기
이 글은 2026년 11월 3일 아산남성초등학교 다문화 교육 연구학교 운영 보고회 현장 취재와 관련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교육부도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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