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TBC의 경영위기는 한 방송사의 어려움만으로 보기 어렵다. JTBC 사태는 현재 국내 미디어 산업이 처한 구조적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방송광고 시장은 장기간 위축되고 있고, 유료방송은 가입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또 콘텐츠 제작비는 계속 높아지는 반면 이를 회수할 수 있는 전통적인 수익 기반은 약해지고 있다.
즉 산업을 떠받치던 여러 축이 한꺼번에 흔들리면서 미디어 시장의 체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어려움이 서로 맞물리며 악순환을 만든다는 .이다. 수익이 줄면 콘텐츠와 서비스에 투자할 여력이 줄고, 투자가 줄면 경쟁력이 떨어지며 이는 다시 이용자와 광고주의 이탈과 수익 감소로 돌아온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한 영역의 부진을 다른 영역의 성장으로 보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시장 내부의 힘만으로 반등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에서 최근 정부가 방송·미디어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고 사업자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제도가 시장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 격차가 너무 커지면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의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부담만 지운다면 오히려 산업 전체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각론 차원에서의 규제 개선도 시급하지만 총론 차원에서 현재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큰 틀에서의 제도 개편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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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처럼 공적 역할이 핵심인 영역과, 유료방송 생태계에 속한 사업자들처럼 상업적 기능의 비중이 큰 영역은 공적 책임의 성격과 수준이 다르므로 규제 강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업의 수익 기반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는 일률적 규제를 유지하기보다, 사업 유형별 특성을 고려해 사업자의 자율성과 투자 여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규제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
예컨대 홈쇼핑은 이런 변화를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분야다.
산업이 충분한 수익과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중소기업 판로 확대나 소비자 편익 제고와 같은 역할도 지속할 수 있다. 특히 홈쇼핑은 단순한 판매채널을 넘어 중소기업 상품의 유통과 마케팅을 지원해 왔기 때문에, 산업 기반이 흔들리면 이러한 기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미디어 산업은 오래된 배관에 가깝다. 규제 완화가 밸브를 여는 일이라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흐르는 물의 양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물이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 먼저 시장에 재원이 다시 돌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그 성과가 소비자와 산업 생태계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다.
이를 위해선 기업 간 인수합병과 사업재편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부 자본과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유입되고, 그 자본이 다시 콘텐츠와 서비스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사업자가 기존 미디어 기업에 투자하거나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결합하는 것은 단순한 소유구조의 변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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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밖의 자본과 역량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침체된 생태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소유구조 변경이나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시장 .유율과 경쟁제한 가능성을 살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국면에서는 해당 거래가 새로운 투자를 유입시키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성장하던 시장과 수축하는 시장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경쟁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이 지속될 수 있는 시장 자체를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외부 자본의 유입과 사업재편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바라본다면 오히려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이제는 누가 기존의 몫을 조금 더 가져갈 것인지를 다투기보다 시장 전체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어디에서 끌어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규제 완화는 그 출발.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새로운 자본과 사업자가 시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고, 그렇게 유입된 자원이 다시 콘텐츠와 서비스 투자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수익 감소가 투자 축소로, 투자 축소가 다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끊을 수 있다.
현시。에서 국내 미디어 시장에 필요한 것은 기존 물을 조금 더 나눠 쓰는 일이 아니다. 새로운 물이 들어오고, 그 물이 다시 시장 안에서 흐를 수 있도록 물길 자체를 넓히는 일이다.
노창희/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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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서 정부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