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캐나다 지휘자 얼리(한국명 이얼)가 16일 경기 필하모닉과 리허설하고 있다. /경기아트센터
지난해 8월 한국계 캐나다 지휘자 얼리(한국명 이얼·43)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미 탱글우드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던 지휘 거장 주빈 메타(90)가 막판에 취소했으니 보스턴 심포니를 대신 지휘할 수 있느냐”는 문의였다. 당시 그는 아내인 뉴욕 필하모닉 플루트 단원 손유빈(41)씨, 여섯 살 난 딸과 함께 프랑스를 여행 중이었다. 경기 필하모닉을 지휘하기 위해 최근 방한한 얼리는 16일 인터뷰에서 “보르도에 도착해서 막 운전하기 시작했는데 그대로 차를 반납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며 웃었다. 단 이틀 간의 연습 끝에 지휘한 곡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그는 “걱정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겨를도 없이 무사히 연주를 마친 것만으로도 기뻤다. 오히려 과다하게 신경을 쓰거나 압박감을 받으면 연주를 망친다”고 했다.
신천기릴게임
한국 이름인 ‘얼’은 넋이자 정신이라는 뜻으로 아버지가 지어주셨다. 그가 태어난 고향은 전남광주의 여수. 부산 출신의 엔지니어이자 음악 애호가인 아버지와 여수 출신의 피아노 선생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부터 첼로를 배웠다. “호남과 경남 사투리가 절반씩 뒤섞인 집안에서 자랐다”며 웃었다. 열두 살 때 온 가족이 캐나다로 건너갔고, 16세에는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했다. 그는 “음악 애호가인 아버지 덕분에 드보르자크의 협주곡과 요요마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들으며 자랐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꿈은 분명 첼리스트였다.
하지만 2008년 왼손 셋째 손가락인 중지(中指)가 연주할 때 제대로 펴지지 않는 이상 증세를 느꼈다. 근육 운동 장애를 뜻하는 근긴장이상증이라는 진단이었다. 스페인 등에서 재활 치료를 받았지만 회복은 더뎠다. 그는 “처음엔 저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 외에는 주변에 알리기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릴게임천국
.
결국 2년간 방황하던 그는 지휘자로 전업(轉業)을 결심했다. 그 뒤 맨해튼 음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다시 지휘를 공부했고 토론토 심포니·피츠버그 심포니·보스턴 심포니 등에서 차례로 부지휘자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첼로 악보만 보다가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연주하는 총보(總譜)를 공부하려니 처음엔 쉽지 않았다. 하루 8시간씩 악보만 들여다본 날도 많았다”고 했다. 2022년 헝가리 출신의 명지휘자 게오르그 숄티(1912~1997)를 기리는 숄티 지휘자상을 받으면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같은 해에는 225대1의 경쟁률을 뚫고 미국 앤아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임명됐다. 18일 수원 경기아트센터와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두 차례 경기 필하모닉을 지휘한다. 그는 “손이 아팠을 때 오로지 음악을 다시 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랫동안 즐겁게 지휘 활동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살 때 온 가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