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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도 리허설도 없다…10월 11일 단 한 번의 소주연 ‘클로저’ 앨리스에서 홀로 선 배우로…전혀 다른 무대 도전 한 번뿐인 공연, 처음 보는 대본 앞에서 드러날 소주연의 순간들
그리고 공연 당일. 배우를 무대 위에 세워놓고 그제야 대본을 건넨다.
소주연이 꽤 희한한 연극에 뛰어든다.
배우 소주연이 10월 11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화이트 래빗 레드 래빗(WHITE RABBIT RED RABBIT)’ 무대에 오른다. 이란 출신 극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쓴 작품이다.
요즘 소주연은 연극 ‘클로저’에서 앨리스를 연기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전혀 다른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아니, 숙제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미리 문제지를 받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화이트 래빗 레드 래빗’에는 독특한 규칙이 있다. 출연 배우는 공연 전에 대본을 읽을 수 없다. 사전 연습도 하지 않는다. 무대에 오른 뒤 처음 대본을 받아 그 자리에 선 관객들과 약 90분을 만들어간다.
한 회차에 배우는 단 한 명. 게다가 한 번 출연한 배우는 같은 작품을 다시 공연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일생에 한 번이다.
배우 입장에서 생각하면 제법 간이 큰 일이다.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말도 통하지 않는다. 오늘 조금 아쉬웠으니 내일 고쳐보자는 것도 없다. 첫 공연이 마지막 공연이고, 마지막 공연이 첫 공연이다.
그래서 소주연의 출연이 재미있다.
소주연은 지난해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연극에 처음 도전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로 만나던 배우가 객석 바로 앞까지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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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클로저’의 앨리스가 됐다.
이번에는 혼자 선다. 자신이 잠시 뒤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르는 상태로 관객과 만난다. 연극 무대에 발을 들인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벌써 꽤 낯선 형식의 작품까지 만났다.
‘클로저’에서는 소주연이 앨리스라는 인물 안으로 들어간다. 대사를 주고받고 상대 배우들과 부딪치면서 쉽게 속을 내보이지 않는 앨리스를 만들어낸다.
‘화이트 래빗 레드 래빗’은 다르다. 여기서는 배역보다 배우 소주연 자체가 더 많이 보인다. 처음 읽는 문장 앞에서 잠깐 멈출 수도 있다. 뜻밖의 지시에 웃음이 터질 수도 있다. 관객의 반응에 따라 그 순간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
미리 만들어놓은 인물을 보여주는 것보다 그 순간 배우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중요해진다.
소주연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근육질 연기와는 거리가 있다. 목소리를 키우거나 동작을 크게 쓰기보다 상대의 말을 들은 뒤 얼굴이 아주 조금 달라질 때 눈이 좀 더 가는 배우다.
드라마 ‘졸업’에서 그랬고 ‘클로저’의 앨리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웃고 있어도 속을 다 보여주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다음 말을 기다리게 만든다.
그런 배우가 처음 보는 대본과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까. ‘화이트 래빗 레드 래빗’에서는 바로 그 궁금증까지 공연 안으로 들어온다.
작품은 하얀 토끼와 빨간 토끼에 관한 우화에서 출발한다. 다섯 마리의 하얀 토끼가 우리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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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다리와 당근이 놓인다. 먼저 당근을 찾아낸 토끼는 빨갛게 칠해지고 다른 토끼들에게는 얼음물이 쏟아진다.
실험이 거듭되자 하얀 토끼들은 빨간 토끼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얼음물이 없어도 공격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벌어지는 폭력. 작품은 이 기묘한 실험을 배우와 관객 사이에 부려?놓는다.
그렇다고 배우 혼자 우화를 읽어주는 공연이라고 생각하면 반만 맞는다. 관객도 얌전히 앉아 구경만 하기는 어렵다. 작가가 대본에 남긴 지시에 따라 배우와 관객은 함께 공연을 완성해간다.
배우가 대본을 처음 읽어가는 과정 자체를 관객이 지켜보고, 그날의 반응이 공연의 분위기를 바꾼다.
국내에서도 많은 배우가 이 독특한 규칙에 몸을 맡겼다. 2017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공연에는 손숙, 이호재, 예수정 등이 참여했다.
2025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는 박정자, 박상원, 송옥숙, 이건명, 박호산, 홍경민, 김동완, 이시언, 박혜나, 이엘, 김재욱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2026년 5~6월 공연에는 강기둥, 김경남, 김남희, 류경수, 박소진, 정원영 등이 참여했다.
9월 29일부터 10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24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고영빈, 김주헌, 김히어라, 서현철, 소주연, 장동윤, 전소민, 조한철 등이 저마다 하루씩 맡았다.
한 회차에 한 배우. 같은 대본을 받지만 같은 공연은 나오지 않는다.
소주연에게 주어진 날짜는 10월 11일. 일요일 오후 3시.
소주연이 대본을 받는다. 그날의 소주연은 그날 끝난다. 그래서 더 보고 싶어진다.
지시에 따라 배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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