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아이들에게 아빠가 왜 죽었는지 이유라도 알려줘야겠습니다.”(고 홍정민씨 아내 임모씨)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은 7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3명의 산업재해 인정을 촉구했다. 이 가운데 2명은 각각 뇌종양과 유방암으로 숨졌고, 1명은 호지킨림프종으로 투병 중이다. 이들은 회견을 마치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고 홍정민씨는 2006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약 17년간 반도체 연구개발 업무를 맡았다. 반도체 칩을 회로기판에 납땜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하는 일을 했다. 2024년 2월 뇌종양을 진단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12월 4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아내 임모씨는 “어린 아들은 늘 바쁘게 일하던 아빠와 공놀이 한번 못 해 봤다”며 “남편의 사망 원인을 밝히고, 그 누구도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 대리인 김민호 노무사는 “근로복지공단은 작업환경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사를 끝내지 말고, 회사가 보유한 자료와 동료들의 진술을 충실히 확인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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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으로 숨진 고 윤영미씨는 1996년 18세에 입사해 30년간 근무했다. 처음에는 생산시설의 미세먼지를 측정·관리했고, 2001년부터는 화학물질 분석실에서 여러 산과 세척용 화학물질을 직접 다뤘다. 2018년 유방암 3기를 진단받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휴직했다가 복직했지만 암이 재발했다. 윤씨는 초등학교 5학년과 2학년인 두 아이를 남기고 지난 4월 눈을 감았다.
남편 김모씨는 “반도체는 발전하고 회사가 커가고 직원들의 월급이 오르는 이면에는 오랜 시간 근무해 온 반도체 노동자들이 있다”며 “유족들의 고통의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산재를 인정해 달라”고 말했다.
림프종으로 투병 중인 김모씨(43)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이천 공장의 이온 주입 공정에서 생산 오퍼레이터로 일했다. 퇴사 후 10년 만인 올해 7월 혈액암인 호지킨림프종을 진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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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9년 동안 생산라인이 조금이라도 멈추면 안 된다는 압박 속에 일했다”며 “치명적인 발암성 가스와 방사선이 내 몸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회사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2019년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노동자 역학조사를 근거로 “삼성전자에 비해 덜 알려졌을 뿐, SK하이닉스의 혈액암 발병률은 삼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올해 알려진 화학사고만 5건인데 생산 물량에 쫓겨 안전.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신규 공장을 가동한 것은 아닌가 묻고 싶다”고 했다. 지난 6월 화재 사고가 발생한 SK하이닉스 청주4캠퍼스는 지난해 4분기 준공돼 올해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산재 피해 입증은 여전히 피해자 몫이다. 작업환경 자료가 부족하고 화학물질 정보도 공개되지 않아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을 피해자가 밝히기는 어렵다. 반올림은 “기업이 영업비밀이라며 가린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노동자가 어떻게 입증하느냐”며 “공단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업무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대법원은 2007년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다.
이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