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향한 휴대전화 불빛은 빽빽했지만 화면에 공연을 담느라 노래를 놓치는 관객은 없었다. 위켄드(The Weeknd)가 마이크를 객석으로 향할 때마다 5만여 관객은 긴 구절까지 매끄럽게 이어 불렀다. 멀리 떨어진 상층 좌석에서도 관객들이 일어나 음료를 든 채 리듬을 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위켄드는 거대한 경기장을 하나의 거대한 클럽이자 합창의 장으로 바꿔놓았다.
7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8 위켄드’ 첫날 공연이 열렸다. 주최 측 추산 이날 모인 관객은 총 5만 4000명. 2018년 첫 내한 당시보다 훨씬 커진 무대에서 위켄드는 한층 무르익은 음색으로 한국 팬들과 재회했다.
공연은 시작부터 어둡고 장엄한 분위기를 풍겼다. 십자가를 연상시키는 무대 위로 붉은 망토를 두른 무용수들이 대형을 맞췄고 위켄드는 화려한 가면을 쓴 채 등장했다. 무대 중앙에 서 있는 거대한 조형물 역시 시선을 압도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세계적인 아티스트 소라야마 하지메가 디자인한 12m 높이의 로봇 조각상으로, 압도적인 크기가 무대에 비현실적인 미학을 더했다.
ⓒSebastien Na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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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타이즈드 인 피어’(Baptized in Fear)로 포문을 연 공연은 ‘오픈 하츠’(Open Hearts), ‘웨이크 미 업’(Wake Me Up), ‘애프터 아워스’(After Hours)를 거치며 초반부터 굵직한 곡들을 꺼내 들었다. 대표 히트곡인 ‘스타보이’(Starboy)와 ‘하트리스’(Heartless)가 이어지자 객석의 함성이 최고조로 치솟았고 위켄드 특유의 찌르는 듯한 고음 보컬이 넓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초반 세트리스트를 소화한 뒤 그가 가면을 벗어 던지는 순간, 얼굴을 기다렸던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관객의 호응을 이끄는 방식은 간결하면서도 노련했다. 가사 마디 사이에 “코리아”를 넣어 부르거나 사랑을 노래하는 대목에서는 객석을 직접 가리켰다. 짧은 손짓과 마이크의 방향만으로도 관객들은 언제 목소리를 높여야 할지 직관적으로 알아채고 응답했다. 위켄드는 폭발적인 호응에 감탄했고 2018년 첫 내한에 이어 변함없는 애정을 보낸 한국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전광판 연출은 가수의 얼굴을 확대해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곡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매개체로 활용됐다. 움직임의 잔상을 겹쳐 보여주는 연출은 한 편의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를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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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언틸 위어 스킨 앤 본스’(Until We’re Skin & Bones) 구간에서는 특수효과와 비트에 맞춰 관객들이 일제히 제자리에서 뛰며 장관을 연출했다.
ⓒSebastien Nagy
그러나 시각적인 감각을 지탱한 것은 단연 위켄드의 탄탄한 라이브 가창력이었다. ‘로스트 인 더 파이어’(Lost in the Fire) 무대에서는 돌출 무대로 이동해 펜스 쪽 관객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으면서도 안정적인 보컬을 유지했다. 팬서비스가 겹치는 상황에서도 호흡은 흔들리지 않았고 ‘더 힐즈’(The Hills)에서는 폭발적인 고음을 연달아 내지르며 대형 아티스트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약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라이브를 이어가는 체력도 돋보였다.
다만 쉼 없이 촘촘하게 이어지는 세트리스트 구성에 대한 체감 반응은 구간마다 온도 차가 존재했다. 초반 빠른 템포의 곡들에 격렬하게 반응하던 객석의 움직임은 중반부로 들어서며 다소 잦아들었다. 연속해서 곡을 몰아치는 방식은 음악적 몰입도를 높인 반면, 관객이 호흡을 가다듬을 여유를 줄여 후반부 체력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후반부를 이끈 힘은 관객들의 ‘떼창’이었다. ‘크리핀’(Creepin’)을 앞두고 위켄드가 가창을 유도하자 관객들은 긴 구절도 막힘없이 따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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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알앤비 감성이 돋보이는 ‘아웃 오브 타임’(Out of Time)에서는 부드러운 보컬과 여유로운 무대 매너가 어우러졌다. 객석 가까이 다가가 사랑을 노래하고 마이크를 내미는 모습은 거대한 공간을 한순간에 좁혀놓았다.
ⓒSebastien Nagy
‘다이 포 유’(Die for You)가 울려 퍼지자 객석의 열기는 다시 솟구쳤다. 자신이 가장 기다렸던 노래를 함께 부르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모이면서 공연 초반의 격렬한 움직임과는 또 다른 밀도 높은 몰입감이 형성됐다. 위켄드가 거듭 한국을 향한 애정을 표하며 손하트를 보내자 관객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초반 ‘스타보이’ 등 음향이나 라이브 등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후기가 나오는 등 모든 무대가 완벽하다는 평가만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수십 곡의 세트리스트를 직접 이끌며 대표곡과 관객의 합창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저력만큼은 확실했다.
공연 후반부에는 ‘세이브 유어 티어스’(Save Your Tears), ‘레스 댄 제로’(Less Than Zero),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s) 등 히트곡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이어진 앙코르 무대에서는 ‘하우스 오브 벌룬스’(House of Balloons)와 ‘모스 투 어 플레임’(Moth to a Flame)을 선사하며 화려한 밤의 마침표를 찍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8 위켄드’는 8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관객을 맞이한다.
라이브 가창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