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억 1천만 명인 브라질이 오는 25일 차기 대통령을 결정합니다. 일요일인 지난 4일 후보자 12명을 상대로 한 1차 투표에서 아무도 과반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현직 대통령인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도전자인 우파 대표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의 양강 구도로 치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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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대선 1차 투표서 '깜짝' 이변
첫 투표 결과는 예상을 깬 이변이었습니다. 직전 여론조사에서 3%포인트 앞설 것으로 보이던 룰라가 오히려 뒤처졌고, 47% 득표율을 보인 보우소나루가 2%포인트 우세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지난 3년간 라틴아메리카 유권자들이 우경화되는 흐름을 보여왔다"며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볼리비아, 콜롬비아에 이어 "브라질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브라질 대선 상황은 지구 반대편, 한국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검찰 개혁 강경파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5일 SNS에 "남의 일이 아니"라며 "내란 세력과 협치를 이유로 쉽게 타협하면 언제든지 전두환, 윤석열 세력이 되돌아와 대한민국을 장악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브라질 대선을 끌어와, '철저한 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일가가 다시 브라질에서 존재감을 키우게 된 데에는 더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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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세력 부활하는 브라질, 진짜 이유는?
대선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룰라 대통령 전임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장남입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2022년 룰라에게 대선에서 패배한 뒤, 지지자들은 이듬해 1월 대선 결과를 부정하며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궁 등에 난입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부정을 주장하면서,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킨 것과 '판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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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개시된 검찰 수사에서 당시 집권 세력의 충격적인 음모가 드러났습니다. 아버지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이 대선 패배 이후 비상사태를 선포해 선거 결과를 뒤집는 것을 검토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대법관을 체포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실제 군부를 동원하려고 했지만 군 수뇌부 대부분이 거부하면서 무산됐습니다. 브라질 검찰은 룰라 대통령과 주요 인물들을 암살하는 계획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 9월 브라질 대법원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쿠데타 음모 혐의를 유죄로 선고하고, 징역 27년 3개월을 확정했습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측근으로, 음모에 가담했던 정보기관 수장은 여섯 달 동안 해외 도피 행각을 벌이다 미국 플로리다의 고급 콘도에서 이민단속국 요원에게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의 가문은 정치적 부활을 앞두고 있습니다. 장남이자, 대권을 눈앞에 둔 보우소나루 후보가 집권하면 아버지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사면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입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의회 폭동에 참여한 지지자들도 사면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런 공약에도 유권자들은 폭넓은 지지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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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범죄율 파고든 우파‥정권 심판론 비등
브라질 현지를 취재한 외신들은 우선 룰라 대통령에 실망하며, 민심이 돌아섰다고 분석합니다. 민생 경제와 치안 문제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경제 지표는 긍정적입니다. 실업률은 5%대로 사상 최저 수준이고 불평등 지수도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브라질 국민들은 여전히 식료품 가격이 높아 생활비 부담이 크고, 가계 부채로 고통이 크다고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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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퀘스트 조사에서 응답자 절반 가까이는 지난 1년 동안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응답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살인 사건만 연간 4만 건이 넘는 브라질의 높은 범죄율이 표심을 자극했다고 평가합니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경제 불만과 함께, 안전에 민감한 청년들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것입니다. 브라질 싱크탱크인 제툴리우 바르가스 재단의 카를루스 페레이라는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막판에 중소 후보를 지지하려던 유권자들이 룰라 대통령 '심판 투표'에 나섰다고 봤습니다. "유권자들은 빈곤이 줄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빚에 시달리고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우파는 이 불만을 정치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룰라의 발목을 잡은 건 쿠데타 세력에 엄정한 판결을 내린 대법관 알렉상드르 지 모라이스의 부패 스캔들입니다. 2022년 대선 직후의 혼란한 상황에서, 모라이스 대법관은 사법부를 이끌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이뤄냈습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해 체포 명령을 내리고 징역형을 선고했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을 감독했습니다. 룰라는 여러 차례 모라이스 대법관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동맹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모라이스 대법관을 제재 대상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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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엄단' 대법관의 부패 스캔들, 대선판 흔들어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민주주의의 보루처럼 여겨지던 모라이스 대법관이, 수십억 달러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은행가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공개됐습니다. 브라질 경찰이 확보한 자료에서, 이 은행가는 모라이스 대법관에게 체포를 피하게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다른 지인들에게는 모라이스 대법관 아내의 로펌에 자문료 수백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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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문계약서를 직접 모라이스 대법관이 살펴봤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룰라의 동맹이자, 우파의 적으로 여겨진 대법관이 부패 의혹에 휩싸이자,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는 즉각 "룰라에 투표하는 것은 모라이스에게 투표하는 것"이라고 둘을 연결시켰습니다. 문제의 스캔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브라질 엘리트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보우소나루 후보는 이를 룰라 대통령 공격 소재로 활용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보우소나루 후보 본인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며 이 은행가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모금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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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우경화 촉발되나‥룰라 반전 가능성은?
룰라 대통령이 대선 1차 투표에서 뒤진 투표수는 약 230만 표. 2차 투표까지 2주 남짓 동안 돌아선 민심을 붙잡아야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1차에서 군소 우파 후보가 얻은 900만 표 중 상당수가 같은 우파 성향인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미 보우소나루 후보의 자유당이 상원에서 룰라 대통령의 노동자당을 크게 이기고 상원 최대 정당 지위에 올랐습니다. 하원에서도 98석에서 121석으로 의석을 늘리는 데 성공했고, 전국 주지사 선거에서도 선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아직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들 표를 결집한다면, 룰라가 승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미 보우소나루의 예상 밖의 성적이 "중남미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우파에 상당한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브라질 국립 과학기술 연구소의 캐롤리나 보테유 연구원은 이미 "인구 구성 중 큰 규모의 집단이 극우 지지 세력"이라며 "사회 구조 일부가 됐다"고 했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6/world/article/6856775_369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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