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베일리 부부는 영국을 떠나 태평양을 건너 뉴질랜드로 향한다. 그러나 항해 중 고래가 들이박아 요트가 침몰하고 구명정에 의지한 채 태평양에서 118일 동안 표류한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의지할 수 있는 건 오직 서로뿐. 상대방의 가장 약한 모습을 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는 모습에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목숨이 달린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부부는 서로를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심해지던 때 인간의 탈출 충동에 대해 취재하다 118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했던 영국인 부부 모리스 베일리와 마릴린 베일리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게 된다. 저자는 1.5m 구명정에 의지한 채 서로의 가장 나약한 모습을 견디면서 살아남은 이 부부의 실화를 책으로 담아냈다.
1973년 베일리 부부는 번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단둘이 원하는 대로 살기로 결심한다. 집과 직장을 정리하고 요트 ‘오랄린’을 건조한 뒤 태평양을 건너 뉴질랜드로 항해를 시작했다. 무선 송신기를 설치하지도 않았다. 다른 이로부터 간섭받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최악의 실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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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은 줄만 알았던 아침,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던 마릴린은 큰 충격과 굉음을 느꼈다. 상처 입은 향유고래가 배를 들이받은 것이다. 침몰을 막으려 펌프질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처음 부부는 침착하게 행동했다. 최대한 음식과 일기를 챙기고 구명정으로 옮겨 탔다. 자식 같은 배가 가라앉는 장면을 뒤로한 채 태평양 한복판에서 118일 동안의 표류가 시작됐다.
보트에서 부부가 마주한 어려움은 굶주림만이 아니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지고 날카로워진, 최악의 상태인 상대방을 24시간 내내 견디는 것. 그건 평범한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둘은 애초에 성향이 달랐다. 남편 모리스는 내향적이고 집요하지만 생각에 깊이 빠지는 성격이었고, 아내 마릴린은 외향적이고 행동력이 있었다. 차이는 극한의 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모리스는 선장으로서 자책에 빠진다. 하루만 늦게 출항했더라면, 항로를 좀 더 남쪽으로 잡았더라면, 펌프질을 더 했더라면. 후회는 꼬리를 문다. 자살 충동을 느끼면서 가스통의 연료를 계산하기도 한다. 마릴린은 좁은 구명정에서도 부지런하다. 배급량을 계산해 나누고,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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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때우기 위해 보드게임을 만들고 미래를 기약한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먹을 음식 목록을 만들고, 새로 만들 배를 상상한다.
남편이 삶을 포기할 때 그를 붙잡기 위해 끊임없이 말을 건다. 굶주린 채로 훗날 먹을 커리에 어떤 음료를 곁들이는 게 나을지를 두고 다투는 건 단지 우스운 부부 싸움이 아니었다. 물고기와 거북이, 상어를 잡아먹는 것보다도 이 말다툼이 삶을 향한 무엇보다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결국 살아남았다. 한국의 참치잡이 어선 월미 306호가 그들을 발견해 구조했다. 바다에서 생환한 부부는 일약 유명 인사가 된다. 언론사들이 달라붙어 취재를 시작하고 출판사에선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겠다는 제안이 빗발쳤다. 모리스는 책을 집필하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놀랍게도 부부는 이후 새 배를 만들고 두 번째 항해에 나선다. 친구 부부를 태운 항해는 성공하지만, 이전과 같은 주목을 받진 못했다. 시간이 흘러 마릴린은 2002년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모리스는 아내를 추억하기 위해 편지를 쓴다.
책은 한 부부의 생존기를 넘어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를 묻는다. 인생의 바다에서 난파했을 때 끝까지 남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생각하게 한다.
항해는 성공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