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이 프랑스의 미래를 걸고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프랑스 학생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된 7일 파리정치대(시앙스포)에 다니는 알리캉테 모로 씨는 이같이 말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엘리트 교육기관(그랑제콜)으로 ‘정치인 양성소’로 통하는 시앙스포가 고교생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 침묵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그는 “입시 불이익이나 경찰의 위협 속에서도 어려운 싸움을 시작한 고교생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시위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전날 프랑스 전역에선 26만 명(경찰 추산)의 학생, 학부모, 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낙후된 교육 시스템의 개선을 촉구했다. 7일에는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양호한 파리 중심부의 대학생들도 자체 집회를 열며 시위에 동참했다.
● 교육 환경 개선 시위 동참하는 佛 명문대생들
이날 시위에 동참한 시앙스포는 조르주 퐁피두, 프랑수아 미테랑, 에마뉘엘 마크롱 등 5명의 역대 프랑스 대통령을 배출해 ‘명문대 중 명문대’로 통한다. 또 다른 프랑스의 명문대인 소르본대 학생들도 집회를 열고 파리 도심을 행진했다. 시위 여파로 시앙스포엔 이날 휴교령이 내려졌고, 소르본대는 강의가 취소되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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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본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알리시아 씨는 “우리는 비교적 밝은 미래를 약속받았지만 프랑스 미래 세대의 암울한 미래를 위해 맞서야 한다”며 “대학생들의 시위 참여가 ‘교육 환경 개선’을 향한 고교생들의 주장에 명분을 실어줄 것”이라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말했다.
교육 환경이 양호한 학군의 고교생들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모교로 파리 명문고인 앙리4세고(앙리카트르) 학생들은 6일부터 시위에 들어갔다. 이날 파리 집회에 참석한 사리 바트르 씨는 “부유한 지역의 학생들이 더 많이 참여해야 마크롱 정부가 느끼는 압박이 더 심할 것”이라며 “시위에 관심이 낮은 시민들에게 주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했다.
● 르코르뉘 총리 “이달 말까지 종합대책 마련”
시위가 지속되고 동시에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자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7일 TV 연설을 통해 “이달 말까지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청년들의 분노는 이유 없이 나온 게 아니다”라며 공교육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프랑스 정부는 고교생들의 요구를 수용해 교사 결원 대체 시스템, 대학 진학 지원 플랫폼 개편, 학교 시설 보수, 수업 시간표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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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심각한 재정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교육 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으면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로랑 누녜스 프랑스 내무장관은 과잉진압 논란을 빚은 경찰의 진압용 섬광 수류탄 사용을 중단한다고 7일 밝혔다. 앞서 프랑스 북부 랑스에선 섬광 수류탄에 맞은 15세 학생의 한쪽 손이 절단돼 논란을 빚었다. 이번 대규모 학생 시위로 지금까지 미성년자를 포함해 65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 벨기에에서도 고교생 시위 확산
한편,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기에의 프랑스어권 지역에서도 고교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벨기에 매체인 벨가통신에 따르면 벨기에 리에주에서 학생 수백 명이 며칠째 거리를 .거하며 시설을 망가뜨리거나 불을 지르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 현장에선 헬멧을 쓴 진압 경찰들이 최루가스를 쏘며 학생들과 충돌했다.
현재 벨기에 정부는 시민들의 도심 접근 자제와 인근 상。의 영업 조기 종료를 권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또 리에주 경찰은 고교생들의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7일까지 10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프랑스어권 지역의 학생들은 교육비 상승, 교실 과밀화, 학습 자료 접근의 어려움 등을 항의하고 있다. 벨기에는 프랑스어권과 네덜란드어권 지역으로 양분되는데, 프랑스어권 교육체계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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