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소 이후 20세기 초중반을 화려하게 장식한 가수가 있다. 오스트리아 린츠 출신의 테너 리하르트 타우버(Richard Tauber, 1891~1948)다. 당시 가장 세련된 리릭 테너 중 한 명으로, 오페라·오페레타·음반·영화를 모두 장악해 ‘현대 성악 스타’의 원형을 만든 위대한 인물로 칭송받는다. “비엔나의 카루소”, “벨칸토의 왕(Konig des Belcanto)”이라고 불렸다.
테너 리하르트 타우버 / 출처. IMDb
오페라의 예술성과 대중적 매력을 동시에 지녔던 타우버에 대해 비평가들은 “아리아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이해하고 노래한다. 이는 넘치는 음악성과 극적 해석의 결합이 뛰어나다는 의미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의 연주력은 따뜻한 음색, 유연한 레가토(legato), 탁월한 호흡으로 요약된다. 고음에서 힘과 우아함을 동시에 유지하고, 긴 프레이즈를 끊김 없이 유연하게 구사하며, 아주 여린 피아니시모까지도 안정적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또한, 음악사적으로 결정적인 기여한 바는 ‘오페레타(operetta)’라는 장르를 번듯한 예술의 장르로 끌어올렸다는 .. 오페레타는 글자 그대로 ‘작은 오페라’라는 뜻으로 노래·관현악·연기가 결합되지만, 오페라보다 가볍고 대화(말)가 많이 들어가는 음악극이다. 오페레타의 왕 프란츠 레하르(Franz Lehar, 1870~1948, 墺)와 타우버는 서로 협업하며 이 장르의 위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레하르는 그전 오페레타와 달리 더욱 세련된 관현악법을 구사하고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강화했으며 동양적·이국적 색채를 적극 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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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하르트 타우버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중국을 배경으로 그가 만든 사랑 이야기가 바로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Das Land des Lachelns)>다. 1929년 59세 때 작품.
리하르트 타우버가 주연을 맡은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 악보 표지 / Public Domain
오스트리아의 귀족 아가씨 리자(Lisa)는 중국 왕자 수총(Sou-Chong)과 사랑에 빠져있다. 주위에선 문화 차이를 걱정하지만, 그와 결혼해 중국으로 간다. 그러나 리자는 안타깝게도 중국 궁정의 숨 막히는 전통에 적응하지 못하는데, 특히 수총이 후궁 넷을 두어야 하는 이해 불가의 관습과 맞닥뜨린다.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결국 리자는 떠나며, 수총은 홀로 남는다는 줄거리.
작품 타이틀 <미소의 나라>는 “고통과 슬픔이 와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는 중국인의 예의와 절제를 상징한다. 그러나 작품을 관통해보면, 아름답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역설을 뜻하기도 한다. 유명한 아리아 ‘그대는 나의 모든 것(Dein ist mein ganzes Herz)’은 2막에서 낡은 관습과 연인과의 사랑 사이에서의 괴로움을 극복하고 사랑의 맹세를 다지는 수총의 절절한 노래다.
그대는 나의 모든 것! 당신이 없는 곳에 난 존재할 수 없다오. 햇살이 입 맞추지 않으면 꽃이 시들어 버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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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오직 당신의 것이라오. 그 노래는 오직 사랑으로부터 피어났기에 그렇소. 세상 그 어디에 이보다 더 귀한 게 또 있을까? 그대를 향한 나의 사랑은 세상의 말로는 부족하오. 나의 마음이 하는 소리를 들어보구려. 그대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 찬 이 떨림을. 그대는 나의 모든 것! 당신이 없는 곳에 나 또한 존재할 수 없다오. 나의 유일한 사랑이여, 다시 한번 말해주오. 오직 나만을 사랑한다고, 다시 한번 말해주오!
이 곡이 오래도록 회자되는 이유는 한 번을 들어도 각인되는 선율, 서정성과 드라마가 동시에 드러나는 분위기, 벨칸토(Bel Canto)적인 긴 레가토, 그리고 극적으로 치솟는 화려한 고음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왼쪽부터] 프란츠 레하르와 리하르트 타우버 / 출처. IMDb
레하르는 타우버의 독특한 음색과 가창 스타일을 흠모한 나머지 오직 그만을 위한 전용 아리아인 이른바 '타우버 노래(Tauber-Lieder)'를 시리즈로 묶었는데, 그중 이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이 압권에 해당한다. 타우버가 초연에서 무려 네 차례나 앙코르를 받았을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었다. 레하르와 타우버, 둘은 상보적 관계였다. 레하르는 타우버 덕분에 가벼운 유흥 음악으로 치부되던 오페레타를 성악적 기량이 극대화된 장르로 격상시켰고, 타우버는 레하르의 <미소의 나라>를 통해 명실공히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으니 말이다. 둘은 21살 차이가 난다. 레하르가 연상. 그러나 공교롭게도 1948년 같은 해 죽었다. 가히 세대를 초월한 우정이라 할 만하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
ar, 18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