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사 인력 보강을 위해 기동대 규모를 10% 감축했다. 기동대 인력을 수사부서로 재배치해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제기된 수사역량 부족 우려에 대응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양쪽 모두 불만이 나온다. 갑작스럽게 인력이 줄어든 기동대에서는 업무 부담 증가를 호소하고, 수사부서에서는 인력 보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인력을 재배치하는 단기 처방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치안 수요와 업무 구조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조직개편에만 의존하면 수사역량과 현장 대응력이 모두 약화돼 피해가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동대 "감원해도 업무 그대로"…수사부서도 충원 효과 의문
2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전국 기동대 130개 부대의 정원을 각각 80명에서 72명으로 줄여 총 1040명을 감축했다. 기동대 인원 10%가 감축된 셈이다. 확보한 정원 가운데 645명은 일선 경찰서 통합수사팀에 배정됐다. 나머지는 관계성 범죄 대응과 피해자 보호, 감찰 등 분야에 배치됐다.
경찰은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수사 업무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집회·시위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력이 예년보다 40% 이상 감소한 .을 고려해, 기동대 정원을 감축하더라도 경비 업무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기동대 일선에선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경찰 직장협의회(직협) 관계자는 "기동대 내부에서 근무가 '많이 빡세졌다'는 고충이 나온다"고 말했다. 인원은 줄었지만 기존 업무는 그대로여서 남은 직원들의 근무 부담이 커졌다는 취지다.
인력 감축 과정에서 부대별 업무 특성과 필수 인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장기 근무자들 위주로 감축하다 보니 어떤 부대에서는 운전요원들이 (거의)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숙련 인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기존 업무 수행에도 어려움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수사부서에서도 인력 충원만으로 업무 부담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바일 바다이야기 다운로드
. 수사 경험이 부족한 인력을 곧바로 실무에 투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수사 업무 특성상 단순한 인력 증원만으로는 수사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 업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규 수사관 교육까지 맡아야 하는 기존 직원들의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수사팀장은 "새로 배치된 인력이 제 몫을 하는 수사관으로 성장하는 데 최소 6개월은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껏 키워놓으면 다음 인사 때 다 도망간다. 탓할 수도 없다. 일이 워낙 많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사건 터질 때마다 조직개편"…반복되는 땜질식 처방
이 같은 인력 재배치가 반복되면 경찰의 현장 대응력과 수사 전문성이 모두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염건웅 교수는 경찰관들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으려면 한 업무를 장기간 수행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 교수는 "수사가 문제라는 여론이 올라오면 인원들을 수사 쪽에 갖다 놨다가, 치안이 문제라면 현장 대응 쪽에 갖다 놓는다. 경찰들도 한 부서에서 오래 일하며 전문성을 쌓아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전문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성이 약화되면 국민에게 오롯이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바른의 고은영 변호사는 변호사들 사이에서 경찰 수사관들이 변호인 의견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사건 당사자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조차 충분히 검토하기 어려운 수사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경찰 출신인 고 변호사는 그 원인으로 수사관들의 과중한 업무량을 꼽았다. 그는 "현장에서 수사할 때는 수십 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너무 일이 많으니까"라며 CCTV 확인과 피해자 조사 등 사건 기록을 작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바다이야기
.
수사관이 사건 당사자의 주장조차 충분히 검토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수사의 충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 변호사는 인력 충원과 함께 신규 수사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처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련된 인력이 수사부서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경찰 역시 내부 인력 재배치만으로 수사 인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관계부처와 추가 증원을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정치권의 '화끈한' 대응 요구도 한몫
경찰 지휘부가 주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기존 조직의 인력을 빼 다른 부서를 보강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대응을 반복해 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023년 신림역과 서현역 등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은 이듬해 2월 전국 28개 대, 2668명 규모의 기동순찰대를 신설했다. 범죄예방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기존 지구대·파출소 인력을 활용하면서 일선의 인력난을 가중시킨다는 반발이 나왔다.
그러다 수사 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은 신설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기동순찰대와 경찰관기동대 인력을 각각 1천 명가량 줄이고 수사부서에 1200여 명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기동순찰대는 광역예방순찰대로 이름까지 바뀌었고, 인원은 2024년 말 2630명에서 올해 9월 878명으로 66.6% 줄었다. 강력범죄 예방이 강조되면 순찰 조직을 확대하고 수사역량 강화가 시급해지면 기동대 인력을 빼오는 식의 대응이 반복된 셈이다.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이건수 교수는 애초에 기동·순찰 조직을 과도하게 확대한 것부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당시 만났던 기동대장조차 '이 고급 인력들을 왜 여기서 놀리고 있냐'며 불만을 표했다"고 전했다. 실제 치안 수요보다 가시적인 경찰력 배치에 치중한 당시 경찰 수뇌부의 조직 운영이 부적절했다는 취지다.
손오공릴게임 다운로드
이처럼 단기적인 조직개편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주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이 경찰에 이른바 '화끈한' 대응을 요구하는 구조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협 관계자는 "정부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이 발생하면 국민에게 대응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경찰 조직개편을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 당장의 위기 수습에 치중하면서 눈에 띄는 조직개편만 반복한다는 취지다.
염건웅 교수도 "국민 여론이 안 좋아지고, 대통령이 한마디 한다고 경찰 지휘부가 그때그때 정책을 급조해선 안 된다"며 장기적인 치안 수요를 고려한 인력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무 조정·조직 운영 체계 근본부터 손봐야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조직개편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인력 규모뿐 아니라 부서별 업무와 조직 운영 체계도 함께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건수 교수는 "기동대를 감축하고 수사부서를 충원하는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동대 인력이 줄어든 만큼 업무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인원과 함께 업무 이관이 이뤄져야 한다"며 "인원은 빠졌는데 일은 시키니 업무가 과중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동대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를 조정하고 지구대·파출소와의 역할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직개편이 여론이나 정부 압력에 따른 지휘부의 판단에만 좌우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경찰 지휘부가 여론이나 정부의 압박에 따라 조직개편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심의기구를 통해 실제 치안 수요를 검토하고 중장기적인 관.에서 인력을 운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가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 경찰관이 맡고 있는 행정업무를 일반직 공무원에게 넘기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일반 행정 업무에 경찰들이 (지나치게 많이) 포진돼 있다"며 경찰관을 현장에 배치하고 행정업무는 일반직 공무원이 맡도록 업무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메일 :
바로가기 :https://www.nocutnews.co.kr/jebo/write.aspx
진실은 노컷, 거짓은 칼컷
고 변호사는 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