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북·중 관영 매체는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랴오닝성 단둥 방문의 의미를 혈맹 우의와 경제협력 중심으로 전했다. 중화권 언론과 전문가들은 여기에 북·미 정상회담 신호론, 북한 내부 과시용 등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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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으로 열고 경제협력으로 닫은 동선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1~3면에 걸쳐 39장의 사진과 함께 김 위원장의 일정을 자세히 전했다. 반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 우측에 사진 없이 “왕후닝,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단둥 방문 동행” 제목으로 게재하며 서열 4위 왕후닝 전국정협 주석의 동정 기사로 처리하는 데 그쳤다.
김 위원장은 24일 중국인민지원군 참전 76주년을 맞아 항미원조(한국전쟁을 부르는 중국 측 명칭) 기념관을 찾아 기념탑에 헌화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화환 리본에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어 기념관에는 김일성의 사진을 담은 기념판을 선물했다. 기념판에는 “평화를 수호한 정의로운 넋”, “두 나라의 지경을 한 지맥으로 이어놓은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의 발자취”라는 김 위원장 친필을 새겼다. 이날 일정의 앞머리를 혈맹 서사로 채운 셈이다.
오후에는 신압록강대교에서 직선거리로 1.8 ㎞ 떨어진 단둥 황해버스공장을 참관하며 경제협력 메시지를 던졌다. 왕후닝 주석은 대교 개통을 계기로 인적 왕래와 경제·무역 협력을 확대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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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완공됐으나 12년째 개통되지 못한 신압록강대교는 지난 15일 개통식을 갖고 가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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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정보량 매우 큰 방중”
중국 측 평가는 양국 밀착을 강조하는 데 모아졌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위챗에 “외교적 정보량이 매우 큰 방중”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방문에 북·중 밀착과 동북아 정세에 관한 다양한 외교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이 집권 후 처음으로 기념일에 단둥을 찾아 중국군을 추모했다는 .을 부각하며 “최근의 동북아·서태평양 정세를 배경으로 중·조(북·중)관계의 강화와 협조는 서로에게 매우 중요하며 지정학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에 주목했다. 이번 방문이 다음 달 18~19일 선전(深?)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을 짚으며, 베이징이 4차 북·미 회담 중재에 적극적이라고 보도했던 지난달 기사를 다시 언급했다. 회담의 길을 닦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류하이싱 대외연락부 부장 외에 왕이 외교부장과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이 수행한 것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반면 북미 대화의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은 APEC 기간 트럼프·김정은 회동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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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성사 가능성이 10%에 못 미친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 보도에서도 북·미 문제와 비핵화 관련한 언급은 등장하지 않았다. 중국이 이번 방문을 북·미와 분리된 북·중 양자 틀에 묶어두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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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방문 아닌 치밀한 사전 준비
북한과 중국 모두 사전에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방문은 아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항미원조기념관이 이달 9일 이미 19~24일 폐관을 공고했다는 。에 주목했다. 그는 “기념관이 최소 닷새의 준비 기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을 고려하면, 늦어도 9일경에는 방문 계획이 중국 측에 전달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부소장은 10월 초부터 은밀하지만 체계적으로 준비한 방문으로, 방문 목적은 혈맹 관계의 대내외 과시와 신압록강대교를 활용한 북·중 교류협력 구상 두 가지로 풀이했다.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단둥 방문 첫 일정으로 중국군의 한국전쟁 개입 기념 시설을 방문했다. 북한 측에서서는 조용원 노동당 상무위원 겸 중앙위 비서, 최선희 외무상, 이일환, 김성남 당 중앙위 비서, 김덕훈 내각 부총리, 김여정 당 중앙위 부장, 김재룡 당 중앙위 부부장을 비롯해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이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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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측에서는 왕후닝 전국정협 주석, 왕이 외교부장, 류하이싱 중앙대외연락부장,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 쉬쿤린 랴오닝성 서기, 왕야쥔 주북대사, 쑨하이옌 중앙대외연락부 부부장이 일정을 수행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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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못 만난 첫 방중”…내부용 행보 해석도
북한 내부 정치를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인을 역임한 덩위원(鄧聿文) 중국 평론가는 “이번이 김정은의 집권 후 6차례 방중 중 시진핑 주석을 만나지 못한 첫 사례”라며 “중국 측 배석자 중 경제 관료도 없었다”고 짚었다. 그는 김정은이 직전에 전군 중대장 대회를 열어 군 내부 장악력을 강화한 뒤, 중국 방문을 통해 대외적으로 정치적 입지를 과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4일 단둥 방문을 보도한 25일자 북한 노동신문 1면(왼쪽)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 인민일보 1면에는 사진이 실리지 않았다.
북측 동행 인물도 눈에 띈다. 조용원 상무위원, 최선희 외무상, 김여정 당 부장 등 당·외교 라인 중심으로 꾸려졌고 군부 고위인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신압록강대교 환송행사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조용원 상무위원 아닌 최선희 외무상을 옆에 세운 .도 주목된다.
한편 중국은 26일부터 나흘간 제20기 5중전회를 열고, 다음 달 18~19일에는 선전에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제2의 얄타회담’으로 불리는 미·중·러 3자회담 추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김정은 방중이 북·중 경제협력의 신호탄인지, 북·미 회담의 전주곡인지는 두 일정을 거치며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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