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올해 들어 해상 사고가 급증하면서 허술한 안전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선박회사가 안전 규정을 지키는지 감독하고 제재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발생한 해상 사고는 601건으로, 지난해 전체 사고 건수인 450건을 이미 넘어섰다. 피해자는 3607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239명이 숨지고 203명이 실종됐다.
최근에는 여객·화물선 ‘비르고 트랜스포트 8호’가 자바해에서 전복돼 6명이 숨지고 129명이 실종됐다. 사고 선박은 지난 13일 동자바주 수라바야에서 남칼리만탄주 반자르마신으로 향하던 중 강풍과 높은 파도를 만났다.
사고 당시 배에는 승객 213명과 선원 30명 등 243명이 타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육군과 수색구조청 등이 구조작업을 벌여 108명을 구조했다.
생존자들은 배가 한밤중에 전복됐는데도 비상경보가 울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많은 승객은 갑판 아래 객실에서 자고 있었다. 일부 승객은 구명조끼를 찾지 못했고, 구명뗏목에 오른 사람 중에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참사에 이전에도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8월 마두라섬 인근에서 여객선에 불이 나 5명이 숨졌고, 발리에서 롬복으로 향하던 여객선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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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는 발리해협에서 여객선이 침몰해 19명이 숨지고 16명이 실종됐다. 같은 달 남술라웨시 인근에서 발생한 다른 여객선 침몰 사고로도 3명이 숨지고 14명이 실종됐다. 지난 5월 수마트라섬 벵쿨루시 인근에서 관광선이 전복됐을 때는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잇단 사고로 해상 안전 관리에 대한 비판이 커진 가운데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지난 18일 무함마드 마슈후드 해운총국장을 경질했다. 롤란 앤디 수토모 판자이탄 해운총국 사무총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다만 교통부는 비르고 트랜스포트 8호 사고에 따른 문책성 인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내부 평가와 조직 쇄신 차원에서 지도부를 교체했으며, 해상 안전과 현장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규정 있어도 현장에선 안 지켜져… “사고 난 뒤에야 관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허술한 규정 집행과 부족한 현장 감독을 사고가 반복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선박회사가 표준운영절차를 지키지 않아도 교통당국이 이를 제때 적발하거나 엄격하게 제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통 안전 전문가 아지 수라지 위디아가마대 대학원장은 “선박회사는 모든 표준운영절차를 준수할 책임이 있고, 교통부도 선박이 절차를 지키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인도네시아 교통 안전의 취약。은 규정 준수와 외부 감독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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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정확한 승선자 명단을 작성하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그러나 수라지 원장은 규정 위반에 적용할 명확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와 이를 집행할 감독 체계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안전 문제가 주목받는 관행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혔다. 수라지 원장은 “사고가 크게 알려져야 교통 안전 문제가 주목받지만 이후에는 사람들이 잊고 너무 쉽게 넘어간다”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천후를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에르잔토 차흐요노 인도네시아 국가교통안전위원장은 “극단적인 날씨에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며 “바다의 기상 상황에 대응하고 위험을 피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는 선장과 선원 11명이 승객을 남겨둔 채 배에서 빠져나와 구조된 경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실종된 선상 밴드 연주자 스테피안사 마누후아의 형 프레디 마누후아는 “왜 경보가 울리지 않았는지, 승객이 배에 남아 있는데 선장과 선원들은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우스만 하미드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장은 이번 사고를 “해상교통 이용자의 안전할 권리를 국가가 지키지 못한 비극”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규제 당국과 선박 소유주 등의 과실 여부를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책임이 확인된 관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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