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2026년 8월 30일 아침,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팰컨헤비 로켓이 굉음과 함께 창공을 갈랐다. 그 주인공은 인류의 새로운 시선이 될 9t이 넘는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 발사 7분 뒤 지상 관제팀은 첫 원격측정 신호를 수신했고, 31분 뒤 망원경 본체는 로켓 상단에서 오차 없이 분리되었다. 한 시간 남짓 지나 태양전지판과 하부 차양이 차례로 펼쳐지며 우주에서의 호흡을 시작했다. 지상에서 10여 년간 다듬어 온 거대한 관측소가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태양-지구 제2 라그랑주。(L2·두 천체 사이의 위치 고정。)를 향한 항해를 개시한 순간이었다.
■
「 우주 균형. 라그랑주에 접근
제임스웹 망원경과 협력하면
암흑에너지의 정체 밝혀내고
안방 클릭으로 천체 사진 제공
」
지난 8월 발사된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의 우주 속 상상도. 지구에서 160만㎞ 떨어진 라그랑주。 L2에서 공전한다. [사진 NASA]
심우주 L2 합동 관측의 시대
로먼 우주망원경의 태동에는 매우 특별한 드라마가 깃들어 있다. 2011년 미국 국가정찰국(NRO)은 기밀 해제된 허블급 2.4m 구경의 광학 자산 두 세트를 항공우주국(NASA)에 전격 이관했다. 지상을 감시하기 위해 제작되었던 고성능 정찰 위성의 눈이, 2010년 미국 천문학계가 대형 연구 과제로 제시한 ‘광역 적외선 탐사’라는 열망과 기적처럼 맞물린 것이다.
양귀비게임
NASA는 사업중단의 위기 속에서도 43억 달러를 확보하면서 군사용 거울을 인류 전체가 공유할 평화로운 우주의 눈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변신은 단순한 부품 재활용에 머물지 않았다. 주경(主鏡)을 포함한 핵심 광학계는 고감도 광역 적외선 관측에 알맞게 정밀 재가공되었고, 18개의 4K 검출기로 이루어진 3억 화소급 광시야 장비(WFI)와 초정밀 코로나그래프가 결합되었다. 여기에 심우주 통신계와 방대한 자료를 처리할 첨단 소프트웨어가 더해지며 21세기형 최첨단 천문대로 재탄생했다. 로먼은 허블과 같은 2.4m 주경이지만, 한 번에 담는 하늘의 면적은 허블보다 최소 100배 넓고 탐사 속도는 최대 1000배에 달한다. 허블이 우주라는 책에서 한 문장을 현미경처럼 읽어왔다면, 로먼은 그 문장들이 꽂힌 방대한 도서관의 서가를 한눈에 훑어내는 ‘초광각 순찰자’인 셈이다.
현재 로먼 우주망원경은 L2 궤도를 향해 순항하며 각 기기를 。검하는 커미셔닝 단계를 밟고 있다. 8월 31일의 첫 중간궤도 수정 기동은 팰컨헤비의 정밀 발사 덕분에 99% 이상의 경이적인 정확도로 완료되어 계획된 200㎏ 대신 약 18㎏의 연료만 소모했다. 당초 10년으로 예상했던 운용기간을 넘어 최소 22년 이상 과학관측을 지속할 수 있는 넉넉한 생애를 확보했다. 로먼은 오는 12월 초 L2 궤도에 무사히 안착하여 최종 검증을 거친 뒤, 2027년 초 인류에게 감동적인 첫 우주 영상을 선사할 예정이다
온라인 릴게임 손오공
.
로먼이 향하는 L2는 이미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인류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우주의 고요한 성소다. 태양과 지구·달이 항상 등 뒤에 놓여 있어 단 하나의 차양막으로도 산란광과 복사열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천혜의 관측소다. 로먼이 초광각 적외선 렌즈로 넓은 하늘을 훑어 의문의 천체를 포착하면, 제임스 웹이 초장초. 망원렌즈로 그 지。을 파고들어 정밀 분석을 수행한다. 두 거대 망원경이 펼칠 L2에서의 환상적인 합동 관측은 암흑에너지의 정체와 암흑물질의 거대한 그물망, 외계행성의 대기 구조를 밝혀내는 완벽한 앙상블이 될 것이다.
지구 저궤도 우주 데이터센터
최근 민간 우주개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수 만기의 위성이 저궤도를 돌고 있다. 스페이스X는 100만 기의 위성을 띄워 우주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고 한다. 지상 천문학계 일각에서는 수많은 인공위성의 궤적 때문에 우주 관측이 방해받지 않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고도 550㎞ 궤도면 하나에 100만 기의 위성이 배치된다 하더라도 위성 1기당 차지하는 평균 면적은 서울시 전체에 달할 만큼 광활하다. 수백개의 이런 궤도면이 있을 수 있으니 위성들이 빽빽하게 하늘을 뒤덮어 우주를 가릴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가깝다.
더 나아가 미래의 우주 관측 패러다임은 지상을 넘어 궤도 상공에서 완전히 새롭게 진화할 수도 있다.
골드몽
수퍼컴퓨터를 탑재한 AI 우주 데이터센터의 대형 태양전지판 뒷면에 수만 개의 소형 우주망원경 어레이를 부착한다면 대기 왜곡이나 날씨의 방해를 받지 않는 궤도 위에서, 위성에 탑재된 온보드 수퍼컴퓨터가 관측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실시간 전처리하고 정제하여 지상으로 내려보내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사용자들은 값비싼 관측 장비를 직접 쏘아 올리지 않고도, 일정한 구독료만 내면 원하는 시각에 원하는 천체를 주문형 서비스로 관측하고 분석 자료를 받아보게 된다. 연구소는 물론 아마추어 천문학자와 일반 시민들까지 안방에서 클릭 한 번으로 우주의 신비를 실시간으로 열람하는 거대한 지식의 민주화가 눈앞으로 다가올 것으로 본다.
인류가 함께 읽을 우주의 지도
‘허블의 어머니’라 불린 NASA 최초의 수석천문학자 낸시 그레이스 로먼(1925~2018) 박사를 기려 헌정된 로먼이 하루에 쏟아낼 약 1.4 TB(테라바이트)의 고품질 적외선 데이터는 독。 기간 없이 전 세계에 투명하게 공개된다. 전 세계 천문학자, 그리고 밤하늘을 사랑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같은 자료를 바라보며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국내 천문학자들도 이 공개자료로 우주 신비를 밝혀내는데 훌륭한 업적을 내면 좋겠다. 지구를 떠나 L2의 고요 속으로 묵묵히 나아가는 로먼 우주망원경은, 머지않아 제임스웹과 손을 맞잡고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암흑우주의 장엄한 지도를 펼쳐 보일 것이다. 로먼이 눈을 뜨는 날, 우리는 우주가 품어온 오래된 비밀의 답을 얻는 동시에 우리가 아직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더 깊은 질문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를 처리할 첨단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