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딛고 출범한 유엔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그 중심에는 세계 각국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유엔총회'가 자리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들이 미국 뉴욕에 모여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가 진행 중이다. 유엔총회는 매년 세계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최대 규모의 다자외교 무대로, 전쟁과 평화는 물론 기후변화와 경제, 인권, 개발, 신기술 등 사실상 국제사회의 모든 현안이 논의된다.
제81차 유엔총회는 지난 8일 공식 개막했으며,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고위급 주간은 22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진다. 핵심 행사인 일반토의는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고 28일에도 회의가 열린다.
올해 유엔총회의 공식 주제는 '모두를 위한 성과를 내는 유엔' 이라는 방향에 맞춰져 있다. 국제질서의 분열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엔이 실제로 국제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놓고 각국의 목소리가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총회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을 비롯한 무력분쟁, 국제법과 다자주의의 위기,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일반토의 개막을 맞아 국제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각국에 협력과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출범한 '세계의 의회'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딛고 출범한 유엔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그 중심에는 세계 각국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유엔총회(UN General Assembly)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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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사실상 '세계의 의회' 역할을 한다.
유엔총회는 1945년 유엔헌장에 따라 설치됐다. 당시 유엔 창설을 위한 샌프란시스코 회의에는 50개국 대표가 참석해 헌장을 작성했고, 폴란드가 이후 헌장에 서명하면서 창립 회원국은 51개국이 됐다. 유엔헌장은 1945년 10월 24일 발효됐다.
유엔총회의 첫 회의는 1946년 1월 10일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중앙홀에서 열렸다. 51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총회의 권한과 운영 방향을 정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당시 총회는 오늘날과 달리 뉴욕이 아닌 런던에서 열렸지만, 이후 유엔본부가 미국 뉴욕에 자리 잡으면서 총회 역시 뉴욕을 중심으로 개최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유엔총회는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췄다. 매년 9월 열리는 정기회기와 함께 각국 정상과 외교장관들이 뉴욕에 모여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연례적인 풍경이 됐다. 유엔총회의 특징은 모든 회원국이 한 국가당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현재 193개 회원국이 참여하며, 국제평화와 안보, 예산 등 주요 사안은 헌장과 총회 규칙에 따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그 밖의 사안은 원칙적으로 단순 다수결로 결정된다.
유엔총회의 역사는 곧 20세기 국제정치의 역사이기도 했다. 1940~5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총회에서도 양 진영의 대립이 이어졌다. 한국전쟁과 중동 분쟁, 식민지 문제 등 당시 국제사회가 직면한 주요 갈등이 유엔에서 논의됐다.
1950년대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들이 잇따라 유엔에 가입하면서 총회의 성격도 크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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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51개국이었던 회원국은 1955년 76개국으로 늘었고, 1960년에는 99개국으로 확대됐다. 탈식민지화가 본격화되면서 유엔총회에서 개발도상국과 신생 독립국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1990년대 냉전이 끝나면서 유엔총회의 의제도 더욱 다양해졌다. 전쟁과 평화 뿐 아니라 빈곤, 인권, 기후변화, 난민, 지속가능한 발전, 보건, 국제테러리즘 등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새천년개발목표(MDGs)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등이 총회를 통해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로 제시됐다. 유엔총회는 국제사회가 장기적인 공동 목표를 논의하고 선언하는 대표적인 다자외교 무대로 기능했다.
오늘날 유엔총회는 단순히 각국 정상들이 연설하는 행사가 아니다. 193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엔의 대표적 심의·정책결정 기관으로서 국제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고 결의안을 채택한다.
다만 총회 결의의 상당수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달리 회원국에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을 갖는 강제명령이라기보다 국제사회의 정치적 의사와 권고를 나타내는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만큼 총회에서 형성되는 국제적 여론과 정치적 합의는 국제외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결국 유엔총회의 역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평화를 위한 기구의 탄생 → 냉전과 진영 대립 → 탈식민화와 회원국 확대 → 냉전 종식 → 기후·빈곤·인권·전쟁 등 범세계적 문제를 논의하는 다자외교의 장'으로 발전해 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국제사회 의제 제시하는 나라로
대한민국과 유엔의 인연은 정부 수립 직후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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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 뒤 한국은 유엔의 승인을 받기 위한 외교에 나섰지만, 냉전과 한반도 분단이라는 국제정치의 벽에 막혀 정식 회원국이 되기까지 4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결정적인 계기는 냉전 종식이었다. 한국은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변화 속에서 북방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1990년 소련과 수교하는 등 국제적 외교 기반을 넓혔다. 북한도 1991년 유엔 가입을 신청하면서 남북한의 동시 가입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1991년 9월 17일(한국시간 18일), 역사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제46차 유엔총회는 한국과 북한의 유엔 가입을 표결 없이 승인했다. 이로써 남북한은 각각 독립된 유엔 회원국의 지위를 갖게 됐다. 한국은 유엔의 161번째 회원국이 됐다.
노태우 대통령은 같은 해 유엔총회에서 회원국 대통령으로 첫 기조연설을 하며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한 새로운 출발.으로 제시했다. 이후 유엔총회는 한국 대통령들이 한반도 문제 뿐 아니라 국제평화와 개발, 기후변화, 경제협력 등 글로벌 현안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외교 무대로 자리 잡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등을 소개하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호소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차례 유엔총회에 참석해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국제사회에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의 유엔총회 참석 역사는 '유엔의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국제사회의 의제를 제시하는 나라'로 변화한 대한민국 외교의 궤적과 맞닿아 있다. 1991년 유엔 가입이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편입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면, 이후의 정상급 유엔총회 참석은 한국이 평화·안보·개발·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국가로 성장해온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와 협력을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