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에 휩싸인 가운데 투자자 관심은 증시 향방에 쏠린다. 현재로선 추세 하락보다는 제한적 반등을 시도하며 울퉁불퉁한 요철 구간을 지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9명 가운데 13명이 ‘L자’ 하락보다는 반등과 재하락을 거쳐 저.을 다지는 ‘W자’ 회복에 무게를 뒀다. 다만, 추세 반등을 위협할 요소도 적지 않다. 인공지능(AI) 투자 기업의 신용 위험, 고금리·고유가에 따른 유동성 위축, 외국인 투자자 복귀 여부가 반등의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변수 ① AI ‘민스키 모먼트’
업황 견조하지만 신용위험 경고등
가장 큰 불안 요인은 AI 투자 지속 가능성이다. 차입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충분한 수익을 못 내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긴다. 이는 설비투자(CAPEX) 축소와 반도체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과도한 차입에 기댄 호황이 금융 불안과 함께 무너지는 ‘민스키 모먼트’ 우려가 고개를 드는 이유다.
우려에 불을 지핀 건 미국 네오클라우드(AI 전문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다. 올 상반기 기준 차입금은 351억달러다. 여기에 운용·금융 리스부채 165억달러를 더하면 총 516억달러다. 이는 지난 10월 21일 기준 시가총액(341억달러)을 훌쩍 웃돈다.
문제는 앞으로 빚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다. KB증권은 코어위브의 잉여현금흐름(FCF)이 2026년 마이너스(-) 270억달러, 2027년 -317억달러, 2028년 -21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에 쓴 돈을 뺀 금액이다. 부족한 자금을 외부에서 계속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KB증권은 코어위브의 총차입금이 2026년 말 476억달러에서 2028년 말 96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AI 기업 성장 둔화도 시장 불안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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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례가 앤트로픽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올 3분기 매출액은 168억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약 45% 늘었다. 여전히 성장세지만 지난 2분기 증가율(약 147%)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했다.
관건은 신용 불안이 투자 위축으로 번질지다. AI 인프라 기업의 차입 비용이 커지면 신규 투자 자금 확보와 기존 채무 상환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칫 데이터센터 증설이 지연되고 반도체 주문까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증권가는 AI 신용 리스크가 극단적인 버블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반도체 업황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표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여전히 상승세다. 반도체 기업 이익 전망도 꺾이지 않았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D램 현물가격지수(DXI)는 지난 10월 16일 115만3202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3개월 전보다 39%가량 올랐다.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도 지난 9월 23일보다 약 3% 올랐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미국 저신용 기업의 신용위험이 크게 높아졌을 때 코스피는 최대 22% 하락했다. 이번에도 고. 대비 22% 떨어진 만큼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는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본다”며 W자 반등을 전망했다.
변수 ② 고금리·고유가
연준 추가 인상 가능성 촉각
두 번째 변수는 금리와 유가다. 중동 전쟁에 따른 원유 공급 불안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고유가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5.14%, 30년물은 5.43%를 기록했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7.15달러, 브렌트유는 108.82달러였다. 연초와 비교하면 각각 70%, 79%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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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가는 운송비와 생산비를 높여 물가를 자극한다. 특히, 최근에는 주요국 재정 확대와 빅테크의 ‘빚투’로 장기금리가 좀처럼 꺾일 줄 모른다.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기업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미래 이익에 적용하는 할인율을 높여 성장주 기업가치를 압박한다.
당장 시장에서는 오는 12월 연준 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린다. CME 페드워치(10월 21일 기준)에 따르면 85.1%가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현 수준(3.75~4%)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12월 FOMC에는 75.5%가 25bp(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가에선 금리와 유가 안정 여부가 증시 회복의 중요한 분기.이 될 것으로 본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대에서 고.을 형성한 뒤 4% 중반으로 안정되고 WTI도 80달러 초중반까지 내려오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경기 둔화로 금리가 하락하면 기업이익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바닥을 반복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기업의 신용 위험이 커지면 자금조달 여건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며 “국채금리 안정과 신용스프레드 축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기업 실적 전망이 유지되는지를 증시 추세 반전의 핵심 신호로 본다”고 설명했다.
변수 ③ 외국인 매수세 살아날까
“단기 회복 어려워” 신중론
외국인 수급이 돌아올지도 지켜봐야 할 변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초부터 지난 10월 19일까지 코스피에서 207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순매도가 185조2000억원으로 약 90%를 차지했다.
코스피가 급락한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19일까지도 외국인 순매도 25조9000억원 가운데 21조5000억원이 반도체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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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금액은 11조3000억원이었다.
여기에는 한국 증시의 경쟁력 약화보단 글로벌 반도체 투자 비중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MSCI 한국 지수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비중은 62.9%에 달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AI 투자 둔화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 매도가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한국·대만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급격한 원화 가치 변동성 확대도 외국인 매도 심리를 부추겼다는 의미다. 박상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주가 조정 국면에서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이 외국인에게 유리한 차익 실현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려면 대외 환경 안정과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이 관건이라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10월 말 예정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주주환원 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추가 자사주 매입이 결정되면 외국인 매도 물량을 흡수할 매수 여력이 확대될 수 있다. 다만,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 만큼 외국인 수급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중간선거와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당장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L자형 횡보를 이어가다 연말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회복되면서 .진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 없이도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외국인 매도가 이어져도 증시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첫 신호로 볼 수 있다”며 “AI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 개선, 빅테크의 투자 집행, 반도체 기업의 현금 창출 확대 여부가 확인된다면 저. 재시험 후 。진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82호(2026.10.28~11.03일자) 기사입니다]
권은 코어위브의 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