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인천 팔미도 인근 해상에서 열린 '인현동 화재 참사 27주기 해상 추모제'에서 박찬대(왼쪽에서 두 번째) 인천시장과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30일 오전 10시30분쯤 인천 팔미도 인근 해상. '11'이라고 적힌 부표로 다가갈수록 바닷바람이 옷깃 사이를 파고들었다. 갑판 위에 줄지어 선 유가족들은 국화꽃을 한 송이씩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인현동 화재 참사 27주기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김폰삼 유가족협의회 총무가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낯선 선박을 타고 아이들 유골이 뿌려진 팔미도 앞바다로 향했다. 20주기까지만 해도 5년에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났던 유가족들은 그간 관광객 틈바구니에서 유람선에 탑승한 채로 11번 부표를 스쳐 지나갔다.
이날 인천시는 인현동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27년 만에 처음으로 해상 추모제를 주관했다. 25주기를 기.으로 인천시교육청이 민간 선박을 지원했지만, 해상 추모제가 공식 행사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추모객 80여명이 탑승한 유람선에도 이날만큼은 '추모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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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부두를 출발한 배가 11번 부표 앞에서 멈추자 고 이지혜 학생 어머니 김영순(70)씨가 국화꽃을 바다 위에 내려놓으며 딸을 불렀다. 이번 추모제는 그에게 유독 각별한 순간으로 다가왔다.
참사 당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러 갔다가 숨진 고 이지혜 학생은 그간 '종업원'으로 분류되면서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가해자들과 함께 보상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유가족협의회의 기나긴 '명예 회복' 요구 끝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 의견을 표명했고, 관련 조례도 올 3월 개정됐다.
하지만 제물포구가 관계기관 협의 등을 사유로 고 이지혜 학생을 희생자로 공식 인정하는 보상심의위원회 개최를 미루자 김씨를 포함한 유가족들은 최근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김찬진 구청장은 지난 27일 유가족들을 만나 올해 안에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딸의 명예 회복 약속을 받은 김씨는 "27년 동안 고생했다"며 바다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유가족들에게도 이번 추모제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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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지혜 학생 명예 회복 요구와 동시에 인현동 화재 참사가 재조명되면서 지난 4월 '인천시 인현동 화재 참사 추모와 피해자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인천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유가족들과 피해자 등이 참여하는 추모위원회도 구성됐다.
이재원 유가족협의회장은 "27주기를 앞두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도 "인현동 화재 참사에 관한 잘못된 기록들과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제는 추모제가 제례 의식을 떠나 시민과 함께하는 자리로 전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1999년 10월30일 중구(현 제물포구) 인현동 상가 건물에서 발생했다. 당시 화재로 청소년 56명을 포함해 57명이 숨지고, 80명이 다쳤다. 불법 영업과 공무원 유착 비리가 빚은 참사였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2차 피해'에 시달렸다.
이날 해상 추모제에 역대 인천시장으로는 처음 동행한 박찬대 시장은 "그날의 참사는 아이들 잘못이 아니었다. 행정이 제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며 "아이들의 명예도 지켜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고 이지혜 학생의 명예 회복에 관한 사안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천시는 제물포구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이지혜 학생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살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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