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함평읍에서 유명한 육회비빔밥으로 맛난 .심을 먹었다. 이제 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는 함평엑스포공원으로 이동할 참이다.
"오늘이 며칠이지?"
"이 사람, 27일이잖아."
"그럼, 오늘 27일이니까 함평 장날이네."
"그래? 함평 장 구경이나 가보세."
우리는 예정에도 없던 장 구경에 나섰다. 식당 바로 옆에 장이 서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함평천지전통시장이다.
들녘과 바다가 만나는 함평 장터
▲ ?활기 넘치는 함평천지전통시장의 장날 풍경. 정겨운 사람들의 발길과 삶의 온기가 시장 골목에서 느껴진다.
ⓒ 전갑남
함평군 관광안내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1903년부터 이어져 온 시장이다. 한 세기가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온 셈이다. 오래된 시장답게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궁금했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농산물이 풍성하게 펼쳐져 있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이 좌판마다 가득하다. 노랗게 익은 감, 빨간 사과, 탐스러운 배는 때깔부터 곱다. 무와 배추도 눈에 띄고, 김장철을 앞두고 고춧가루를 비롯한 양념거리도 풍성하다.
상인들은 손님을 부르느라 목소리를 높이고, 손님들은 물건을 살펴보며 값을 묻는다. 이리저리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장터 특유의 활기가 느껴진다.
함평은 들판만 넓은 고장이 아니다. 서해 바다와 맞닿아 있어 수산물도 풍성하다. 농산물 좌판을 지나니 이번에는 생선과 해산물이 발길을 붙든다.
▲ ?탐스럽게 익은 가을 과일들이 좌판마다 가득하다. 시골 장터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을의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 전갑남
▲ ?상자마다 소복하게 쌓인 단단한 고구마. 상인의 정성이 단정하게 담겨 눈길을 사로잡는다.
ⓒ 전갑남
온라인야마토주소
들에서 거둔 것과 바다에서 얻은 것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장터가 한층 풍성해 보인다. 한쪽에서는 갓 잡은 듯 싱싱한 해산물이 손님을 기다리고, 다른 쪽에서는 잘 손질한 생선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함평의 들과 바다가 이 작은 장터에 함께 들어와 있는 듯하다.
칠게 좌판에서 떠올린 어머니 손맛
일행은 수산물 좌판 앞에서 이것저것 살펴보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작은 게에 시선이 멈췄다. 작은 몸집의 게들이 한데 모여 꿈틀꿈틀 움직이는 모습이 제법 활기차다.
▲ ?대야 속에서 꿈틀대는 바다의 선물, 칠게. 보기만 해도 옛 어머니의 구수한 손맛이 떠오른다.
ⓒ 전갑남
"저게 뭔지 아남?"
"뻘게라 하지 뭐라 그래!"
"그렇게 부르지만 원래 칠게라고 하지."
이름을 두고 한마디씩 주고받는 모습이 재미있다.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것들이라 그런지 저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르다. 누군가는 뻘게라 하고 누군가는 칠게라 한다. 이런 실랑이마저 장터의 재미다.
우리는 인심 좋아 보이는 주인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게 칠게 맞죠?"
"맞당게. 이거 싹 털어서 만 원만 주고 가불소!"
"싸기는 한데, 멀리까지 싣고 가기가 마땅찮아서 아쉽네요."
"이놈을 맹물에 쓱쓱 씻어 갖고 살짝 데쳐서 양념에 팍팍 무쳐 놓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당게."
주인장은 손짓까지 해가며 칠게 무침 만드는 법을 정겹게 일러준다. 칠게를 씻고 데쳐서 양념에 버무리는 모습을 손으로 그려 보이는데, 말만 들어도 입맛이 당긴다.
설명을 듣고 있자니 예전에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손맛이 떠오른다. 짭조름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양념에 버무린 칠게를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고인다
모바일 온라인바다이야기
. 어릴 적 밥상에 올라오던 그 반찬 맛이 새삼 그리워진다.
일행 중 한 사람도 거든다.
"반찬가게에서 사 먹어 봤는데, 칠게를 튀겨서 촉촉하게 버무려 놓은 게 참 맛있더라고."
먹어 본 사람의 말까지 더해지니 맛이 더욱 궁금해진다. 주인장의 설명을 듣고 일행의 경험담까지 들으니 당장 한 봉지 사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아직 들러야 할 곳이 남아 있다. 여행길에 냉장 보관도 마땅치 않으니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다. 다음에 다시 함평 장을 찾게 되면 그때는 꼭 사 가리라 마음먹는다.
연근 한 보따리에 담긴 넉넉한 인심
한참을 둘러보다 이번에는 연근이 눈에 들어왔다. 흙이 적당히 묻은 연근들이 좌판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굵기도 실하고 모양도 좋아 보인다.
"아주머니, 이 연근 얼마예요?"
"에이, 몽땅 털어서 2만 원만 주고 가져가쇼."
주인장은 좌판에 놓인 연근을 저울에 올려본다. 무게가 무려 6킬로그램이나 나간다.
"와, 이거 너무 싸다. 손해 보는 거 아니에요?"
"걱정 말랑깨. 밑지고 파는 장사가 어디 있간디. 얼른 가져가서 맛나게 드쇼."
주인장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웃음이 난다. 더 흥정할 것도 없다. 나는 두말 않고 현금을 꺼냈다. 연근을 한 보따리 사 들고나니 괜스레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6킬로그램이나 되는 묵직한 연근을 들고 가는 일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이만한 값에 좋은 물건을 샀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물건값을 깎는 흥정보다 서로 웃으며 주고받는 말 한마디가 더 정겨운 순간이었다. 장사하는 사람과 물건을 사는 사람이지만, 잠깐 나눈 대화 속에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런 것이 시골 장터에서 만나는 넉넉한 인심이 아닐까.
야마토3 모바일
▲ ?서해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생선 좌판. 특히 깔끔하게 손질된 죽상어가 눈길을 끈다. 어릴 적 제사상에 올리던 추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 전갑남
이곳저곳 둘러보니 눈길을 끄는 먹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손질해 놓은 죽상어도 눈길을 끌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이름부터 낯설지만, 잘 손질해 놓은 모습이 먹음직스럽다.
잘 손질해 놓은 홍어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코를 톡 쏘는 홍어 한 。에 막걸리 한 잔이면 그만일 텐데, 국향대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일행과 눈길을 주고받으며 아쉬움을 달랜다. 시간에 ?기는 여행길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먹거리들이다.
꽃보다 정겨운 장터 사람들
예정에 없던 장 구경이었다. 날짜를 확인하다 우연히 찾은 함평 장날, 덕분에 국향대전으로 향하는 길에 뜻밖의 즐거움을 얻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전통시장은 그래서 좋다. 이름난 관광지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그 고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물건값을 묻고 흥정하며 말 한마디를 나누다 보면 그곳의 생활과 정서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때로는 오래 잊고 지낸 어머니의 손맛까지 떠올리게 된다.
칠게를 팔던 주인장의 구수한 사투리와 연근을 팔던 아주머니의 넉넉한 웃음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특별한 것을 주고받은 것도 아닌데, 짧은 만남이 이토록 정겨울 수 있다니. 시장 구경이 주는 즐거움은 물건을 사고파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연근 한 보따리를 들고 국향대전으로 향한다. 꽃을 만나러 가는 길에 장터 사람들의 정까지 얻었으니, 오늘 함평 여행은 벌써 넉넉하다.
▲ ?장터 아주머니의 후덕한 인심이 가득 담긴 흙 묻은 연근 한 보따리. 김장할 때 넣으면 김치가 무르지 않고,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두어도 요긴하다.
ⓒ 전갑남
저울에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