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위협이 피부로 직접 와닿기 시작했다.?더 큰 문제는 기후재난이 단순히 '물리적 피해'를 입히는 것만이 아니라는 .이다.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는 '식량난'도 기후변화로 가속화되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 주목받는 기술은 바로 '유전공학'을 이용한 새로운 작물의 개발이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기후변화의 위협이 피부로 직접 와닿기 시작했다. 단순 폭염과 추위가 문제가 아니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7,500명 이상 발생한 네팔 빙하호 붕괴 홍수는 대표적 기후재난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태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시, 더 큰 재난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더 큰 문제는 기후재난이 단순히 '물리적 피해'를 입히는 것만이 아니라는 。이다.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는 '식량난'도 기후변화로 가속화되고 있다. 유엔(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는 2050년 기아 위험 인구가 추가로 800만~8,000만명 증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중 약 80%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상황에 주목받는 기술은 바로 '유전공학'을 이용한 새로운 작물의 개발이다. '유전자가위' 등 생명공학기술을 활용, 기후변화에 적응력이 높은 농작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만 대중적 인식과 부작용 우려 등은 넘어야 할 문제가 될 전망이다.
◇ 기후변화에 흔들리는 식탁, 'GE작물'이 주목받는 이유
현재 기후변화 식량난 문제의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기술은 '유전자교정(Gene Editing, GE)'이다. 생물의 유전체 내 특정 염기서열을 정밀하게 변형, 원하는 형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도입하는 생명공학기술이다.
이때 GE는 '유전자변형생물(GMO)'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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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들에게 '유전자조작' 기술로 익숙한 GMO는 외래 유전자를 대상 생물 유전체에 삽입하는 기술이다. GE 개발 전, 수십 년간 농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기술이다. 하지만 외부 유전자의 삽입에 대한 실미적 거부감, 식품 안전성 논란 등은 여전히 제기되는 문제다.
반면 GE는 GMO와 달리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는다. 대신 기존 생물체 내부의 유전자를 정밀하게 교정하는 방식이다. 즉, 자연적 돌연변이와 유사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비자연적 유전자 변화를 유도하는 GMO에 비해 안전성이 높아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 우수하다.
유엔(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는 2050년 기아 위험 인구가 추가로 800만~8,000만명 증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가뭄에도 버틸 수 있는?'유전자교정(Gene Editing, GE)' 작물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Pixabay
GMO보다 정교한 유전자 조작이 필요한 GE를 가능하게 한 것은 '유전자가위(CRISPR)' 기술 덕분이다. 유전체 내 특정 염기 서열을 핵산 분해 효소로 조작하는 기술이다. 유전자 편집 과정이 마치 가위로 끈을 잘라내는 것과 같아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국내선 김진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 교수가 핵심 기술을 고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기후변화 대응 작물 개발에서 GE는 효과적이다. 미국 텍사스A&M대 농업경제학과·UC버클리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GE 기반 작물은 기후변화가 작물 수확성에 미치는 부정적 요소를 크게 완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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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지난 8일자로 게재됐다.
연구진은 옥수수·대두·육지면(upland cotton, 목화의 한 종류)를 대상, 1978~2020년 약 40년간의 생산·기후·토지이용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옥수수와 대두에서 GE 보급률이 높은 경우 평균 수확량이 높았다. 면화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나타났다. 폭염이나 강수 변화 같은 불리한 기후조건에 강하게 개량된 GE 작물이 수확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부분적으로 완충한 것이다.
공동 연구진은 "옥수수와 대두는 GE 보급 증가와 함께 해마다 발생하는 수확량 변동성이 줄었다"며 "GE 보급률이 1%포인트 높아질 때 수확량 분산이 약 0.1~0.4% 감소, 현재 수준의 보급률에서는 전체적으로 약 10~40%의 변동성 감소 효과가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유전자변형생물(GMO)'와?'유전자교정(Gene Editing, GE)'의 기술 비교.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8조원 시장 바라보는 GE 작물… 해외 이어 국내도 개발 속도
기후변화 대응에 높은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관련 기술 분야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360iResearch'가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GE기반 작물 시장 규모는 30억8,000만달러(약 4조1,740억원)로 추정된다. 오는 2032년엔 이보다 두 배 가까이 성장한 60억6,000만달러(약 8조2,12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360iResearch는 "GE는 작물에 질병 저항성, 기후변화에 대한 내성, 영양 품질 및 생산 효율성과 관련된 형질을 포함시킬 수 있다"며 "기존 GMO와 달리 일부 자연적으로 발생하거나 기존 육종 방식으로 만들어진 돌연변이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이라는 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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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관련 기술은 상업화에도 가속이 붙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농업생명공학기업 '페어와이즈(Pairwise)'가 있다. 페어와이즈는 2024년 9월부터 글로벌 농업과학기업 '코르테바(Corteva Agriscience)'와 기후변화 대응 작물 공동개발을 추진 중이다. 개발 기간은 5년이며 코르테바는 페어와이즈에 2,500만달러(약 339억원)을 투자했다.
또한 페어와이즈는 독일 생명과학기업 '바이엘(Bayer)'과 기후변화 대응 옥수수 품종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일명 '키작은 옥수수(short-stature corn)'라 불리는 이 품종은 강풍과 극한기상으로 옥수수가 쓰러져 발생하는 수확 손실을 줄이기 위해 개발 중이다.
페어와이즈와 협력 중인 코르테바는 자체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유전자가위 기술 개발'도 사업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가뭄·홍수·폭염·병해충 등 변화하는 농업환경에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GE작물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핵심 기업은 '툴젠(ToolGen)'이다. 1999년 설립된 툴젠은 유전자가위 기술 사업화를 위해 김진수 KAIST 교수가 설립한 유전자 교정 기술 전문 기업이다. 유전자가위를 기반, 다양한 GE 작물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툴젠의 대표적 성과는 2020년 '가뭄내성 고추' 개발이다. 유전자가위를 이용, 고추의 'negative regulator' 유전자 기능을 억제시킨 것이다. 이 유전자는 평소 식물의 가뭄 대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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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경우엔 지나친 수분 손실 방지, 스트레스 대응 물질 분비는 작물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가뭄 시에는 이 유전자를 억제시키는 것이 오히려 작물 성장에 효과적이다.
현재 툴젠은 이 가뭄내성 고추의 세대를 거듭 교정해 적합 개체를 선발하는데 성공했다. 2024~2025년에는 실내·하우스 시험에서 반복적으로 가뭄내성도 검증했다. 이를 지난해 4월에는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해당 고추가 유전자공학 작물 관련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확인까지 받았다.
USDA 산하 동식물검역청(APHIS)은 2025년 4월 툴젠의 가뭄내성 고추 평가 보고서를 통해 "식물병해충이 아니며 식물병해충 유래 서열도 최종 유전체에 남아 있지 않다"며 "미국 연방규정 7 CFR Part 340에 따른 규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판단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GE작물 기술이 넘어야할 장애물은 아직도 다수 산적해 있는 상태다.?특히 국가별로 유전자교정 작물을 바라보는 규제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이 문제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기술은 앞서가지만… 규제·안전성 신뢰는 '넘어야 할 산'
다만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GE작물 기술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아직도 다수 산적해 있는 상태다. 특히 국가별로 유전자교정 작물을 바라보는 규제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이 문제다. USDA는 2020년 '생명공학 규제'를 통해 개발 방법 자체보다 최종 생물체의 특성을 중심으로 규제하고 있다. 즉, GE 자체를 법으로 규제하진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국내에서는 GE 작물을 기존 GMO와 어떻게 구분해 관리할지를 둘러싼 제도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유전자변형생물체는 별도의 규제체계 아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는 '유전자변형생물체를 현대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새롭게 조합된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생물체'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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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법안은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살아 있는 상태로 번식·확산될 경우, 인체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신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수입·생산·이용 전에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하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고 자체 유전자 일부만 교정한 GE 작물의 경우다. 이 경우, 기존 GMO 규제체계에서 어느 수준으로 관리할지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도 문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팀은 2024년 GE에 대해 알고 있는 국내 성인 1,0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는 유전자교정 농산물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동시에 응답자 68%는 사회적 수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안전성'을 꼽았다.
반면 실제 허용 범위를 물었을 때는 '연구개발 허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은 31%였다. '연구개발과 수입·유통까지 허용'할 수 있다는 답변은 24%에 그쳤다. '국내 재배·유통 허용'은 23%에 불과했다. 즉, GE 농산물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비교적 크지 않지만, 실제 구매와 사회적 수용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안전성에 대한 신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GE는 유망한 농업 기술이지만 효과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와 대중의 신뢰가 필수적"이라며 "GE 제품 구매 의향은 70%로, 기존 GMO 제품 구매 의향을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나, 응답자들은 국내 재배보다는 연구 및 수입과 같은 조건부 도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GE의 안전성은 과학적 검증뿐 아니라 투명성 및 제도적 안전장치 측면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됐다"며 "전문가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높았으나 대중매체를 선호하는 정보 채널로 꼽아 신뢰성과 접근성 간의 격차가 존재함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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