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233번째 레터는 30일 개봉하는 ‘극장판 치이카와-인어섬의 비밀’입니다. 이번주 신작 중 가장 사랑받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귀여운데 이렇게 오싹하고 이렇게 스릴 넘치다니. 귀여움과 공포의 심쿵짜릿한 이중 변주가 슬프면서 소름돋습니다. 국내에 ‘먼작귀’(뭔가 작고 귀여운)로 알려진 캐릭터의 첫 장편영화인데, 벌써부터 기세가 대단하네요. 실시간 예매율에서 ‘암살자(들)’을 누르고 있습니다. 28일 오전 6시 현재 36.5%로 1위인데, ‘암살자(들)’은 12%군요. 애들 애니 아닙니다, 어른용이고요. 작년에 일본 흥행 1위, 천만영화입니다. 왜들 그렇게 난리인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이번 레터 짧고 굵게 풀어보겠습니다.
'극장판 치이카와-인어섬의 비밀'은 '먼작귀'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귀염둥이 캐릭터들의 첫 장편영화입니다. 귀여운데 이게 함정이에요. 사실은 잔혹한 이야기거든요. 그냥 잔혹한 게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라 인기가 폭발했습니다. 국내 극장에서도 돌풍을 몰고 올지 한 번 보시죠./CJ ENM
치이카와나 먼작귀라고 하면 모르셔도, 얘들 얼굴 보시면 아, 아는 애들이네 하실 거예요. 동글동글하고 사랑스러운 애들인데, 이미 인형이나 굿즈가 많이 나와있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대로 작년에 워낙 일본에서 흥행해서 여행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이미 키링 하나쯤은 사셨을 수도 있겠네요.
저는 캐릭터 각자 스토리는 전혀 모르고 시사회에 갔는데, 영화 보고 나오자마자 유니클로 어플 들어가서 먼작귀 티셔츠를 깔별로 주문했습니다. 애니가 그만큼 잘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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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주인공 삼인방에 대해 기본적으로 아시면 좋은 . 말씀드릴게요.
'극장판 치이카와-인어섬의 비밀'의 주인공 삼인방. 왼쪽이 치이카와, 가운데가 하치와레, 오른쪽이 우사기(토끼)다. 봐도봐도 귀여운 셋이 아무 것도 모르고 찾아간 인어섬에는 무서운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CJ ENM
젤 왼쪽이 제목에 나오는 치이카와, 일본어의 작고 귀엽다가 이름이 된 주인공입니다. 햄스터가 모델이에요. 얘는 자주 울먹울먹해요. 왜냐, 얘들이 사는 세계가 혹독하거든요. 애기 같아 보이지만 보수를 벌기 위해 노동을 해야합니다. 제초와 토벌이 주종목입니다. 풀을 뽑거나, 괴물을 물리쳐야하는 거죠. 토벌할 땐 토벌창을 들고 나서는데,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고 괴물에 쫓겨 실패할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땐 글썽글썽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짠한지. 근데 그렇게 울면서도 은근히 심지가 굳어요. 해야할 일은 반드시 합니다.
제초하면 보수를 받는데, 제초 검정시험에서 높은 급수를 받으면 보수가 높아져요. 치이카와는 제초 검정 5급에 도전했는데 벌써 두 번이나 떨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삼수에 도전. 귀여운 애가 풀 뽑고 괴물 잡으러 다니고 힘들어하면서도 굴하지 않는 모습에 마음이 가지 않을 수가 없어요. 어떻게 보면 현실의 고단한 우리 모두의 모습이 들어있는 캐릭터죠.
가운데가 하치와레인데, 고양이를 닮았어요. 치이카와의 단짝 친구입니다. 치이카와가 시험에 떨어지면 자신의 일보다 더 슬퍼하고, 성적 발표 전날에는 잠을 뒤척이는 착한 친구입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둘의 우정이 애니 전체를 끌고 가는 핵심 정서 중 하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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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은 우사기(토끼)입니다. 항상 에너지가 과도할 정도로 넘쳐서 잇히~~ 야이이힛~~ 하고 흥분한 소리를 내고 다닙니다.
'극장판 치이카와-인어섬의 비밀'에서 즐거워하는 세 주인공들. 젤 오른쪽 치이카와가 들고 있는 분홍창이 토벌할 때 쓰는 토벌창입니다. 작은 곰얼굴 보이시죠? 치이카와의 애착 손가방인데, 포쉐트라고 불려요. 기분 좋게 인어섬에 도착했건만. 인어 셋 중 하나나가 없어졌으니./CJ ENM
얘들 셋이 어느 날 새가 떨어뜨리고 간 전단지를 줍게 되면서 ‘극장판 치이키와-인어섬의 비밀’이 시작됩니다. 전단지에서 선전하기를 “섬에서 간단한 토벌만 해도 보수 100배”라고 하거든요. 심지어 “한정 섬라멘과 한정 디저트까지, 달콤한 것도 매콤한 것도 사실상 무료!”라고 합니다. 먹는 걸 무척 좋아하는 얘들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오리배를 타고 섬으로 떠납니다. 치이카와는 이 와중에도 제초 검정 공부하겠다고 수험서까지 챙겨가요. 귀엽기도 하지. 그런데, 이 섬은 비밀을 감추고 있었으니. 귀여운 세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간단한 토벌’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비밀을 마주하게 됩니다.
등장 캐릭터가 귀엽다고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영화로 치면 ‘곡성’이나 ‘미드소마’ 분위기랍니다. 원죄, 식인, 탐욕, 복수, 단죄, 생존, 상실 같은 인간 본연의 어두운 심리를 파헤칩니다. 귀여운 애들이 귀여운 행동을 하는 중에 사건이 벌어지고 실체가 밝혀져서 충격이 더 커요. 그 간극이 어지간한 극영화도 따라하기 어려운 깊이까지 도달해 있습니다. 반전과 의외의 스토리라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드리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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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이 수수께끼 열쇠처럼 숨겨놓은 부분도 있어요. 예를 들어 주제가에 보면 음식명이 쭈욱 나오는데요, 캐릭터들이 먹는 걸 워낙 좋아하다보니 저렇게 나열하나보다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안에는 비명이 숨겨져 있습니다. 가사에 보면 “타코야키~ 스키야키~ 케밥의~ 테리테리소스노야키소바~” 이렇거든요. 그런데 이걸 앞글자를 따서 보면 “타.스.케.테.” 일본어로 “살려줘”입니다. 음식 얘기가 아닙니다. 내가 음식이 될지도 모르니까 제발 도와달라는 비명. 으스스하지요. 그런데 이 노래를 어찌나 발랄하게 부르는지.
오른쪽이 '극장판 치이카와-인어섬의 비밀'에 등장하는 세이렌입니다. 세이렌이 자신과 함께 하는 세 인어 중 하나를 잃게 되면서 무서운 복수극이 시작됩니다. /CJ ENM
쿠키 있습니다. 꼭 보셔야 합니다. 그래야 이야기가 완성돼요. 사실상 쿠키라기보다는 결말을 크레딧 다 올라가고 보여줍니다. 이렇게 되고 마는구나, 끝을 알게 되면서 오싹해집니다.
‘먼작귀’는 원래 1분 분량의 아주 짧은 회차로 이어지는 스토리인데, 하나씩 끊어서 보기에 번거로운 관객을 위해 유튜브에 239화까지 몰아보기가 올라와있어요. 4시간 분량인데, 저도 이걸로 봤습니다. 30일까지 공개한다고 하니 먼저 보시고 영화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잘 만든 모든 작품이 그렇듯 보고 나면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과연 이번 주에 귀여운 치이카와가 암살자들을 박스오피스에서 밀어낼지 함 보시죠. 그럼, 저는 지난번 레터에서 말씀드렸던 ‘가능한 사랑’으로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화는 세상의 창이고 호수이며 거울. 여러분을 그 곁으로 데려다 드립니다.
그 영화 어때 더 보기(https://www.chosun.com/tag/cinema-review/)
이렇게 되고 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