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원형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옷을 입히고 싶었습니다.”
소리꾼 유태평양(34)이 판소리의 새로운 무대를 고민하며 내놓은 말이다. 전통 판소리의 음악적 완성도에 더해 이야기와 움직임, 조명과 음향 등 무대 위에서 구현되는 연극성에 주목하면서다.
지난달 29일 서울 와룡동 돈화문국악당에서 만난 유태평양은 “판소리는 종합예술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완창을 준비할 때 음악성에 초。을 맞춰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번에는 연극성을 더해 관객에 다가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6세에 ‘흥보가’를 완창해 ‘국악 신동’으로 불린 그는 올해 2026 여우락 페스티벌 음악감독을 맡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울돈화문국악당 개관 10주년을 맞아 이달 9~11일 열리는 2026 소리제전 ‘소리연애’에서는 예술감독을 맡았다. 첫날에는 판소리 ‘심청가’의 소리꾼으로 직접 무대에 오른다.
유태평양은 이번 무대를 위해 연극 연출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리꾼이 소리와 연출을 모두 책임지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출가의 시선으로 무대의 빈틈을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유태평양이 소리꾼으로 나서는 ‘심청가’의 연출은 이철희(47)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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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는 2023년 서울예술상 연극 부문 최우수상, 2024년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받았다. 그가 연출한 ‘삼매경’은 지난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유태평양이 국립창극단에서 활동하던 2023년 ‘작창가 프로젝트’에 이철희가 참여한 적은 있지만, 두 사람이 직접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태평양은 이철희를 비롯해 ‘소리연애’에 참여하는 연출가들에게 공통으로 한 가지를 부탁했다고 한다. “소리꾼이 무대에서 왜 이곳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손을 뻗는 발림을 왜 그 순간 해야 하는지까지 의도와 당위성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유태평양과 함께 인터뷰에 응한 이철희는 “그동안 전통적인 요소를 연극적으로 끌어와 연극 안에서 전통을 해석하는 작업을 해왔다”며 “판소리의 특징과 연극성은 내 개념 안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와 스마트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잃어버린 것은 인간이라는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화자와 청자가 직접 소통하는 판소리 본연의 연극성을 관객에게 현대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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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심청가’는 기존 완창 무대와 차이가 있다고 둘은 설명했다. 이철희는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기 직전 느끼는 두려움에, 완전한 소리를 찾아가는 소리꾼 유태평양의 고민을 겹쳐놓았다”라며 “심청의 이야기와 소리꾼의 서사가 교차하며 하나의 무대를 이룬다”라고 소개했다.
2026 소리제전 ‘소리연애’는 9일 유태평양·이철희·고수 유휘찬의 ‘심청가’를 시작으로, 10일에는 소리꾼 김보림과 연출가 서정완, 고수 임기원의 ‘적벽가’를 무대에 올린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소리꾼 김수인과 연출가 임지민, 고수 강경훈의 ‘춘향가’가 대미를 장식한다.
‘소리연애’라는 제목은 유태평양이 정했다. 그는 “창극이 판소리와 연극이 결혼한 결과물이라면, 이번 공연은 두 장르가 아직 연애 중인 관계 정도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2026 소리제전 ‘소리연애’ 포스터. 사진 서울돈화문국악당
궁극적으로 둘이 바라는 것은 관객이 판소리의 재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유태평양은 “공연을 보고 ‘판소리가 이런 거구나, 재미있네’라고 느끼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철희는 “재미있는 판소리를 하는 소리꾼 유태평양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관객이 확인하고 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