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11월 12일까지 전원을 조건 없이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현대차를 향해 울산 공장에서 차량 이송 업무를 담당하던 하청 업체(이수기업) 노동자들의 직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한 ‘불법 파견’ 노동자였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고용노동부가 이 사안을 파견법 위반으로 보고, 현대차에 직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리며 압박은 더 세졌다. 불법 파견을 인정하지 않는 현대차 내부에선 “법원 판단을 받아보자”는 의견이 많지만, 정치권 등에서도 이를 문제 삼고 있어 대응책을 고심 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도급 계약을 통해 원청의 업무를 수행해 온 하청 업체 노동자들이 거세게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산업계 전반으로 직고용 요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산업 전체가 구조 재편을 추진 중인 석유·화학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하급심에서 ‘직고용’ 판결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광주고법(2심)은 지난달 GS칼텍스 사내 하청 방호 노동자에 대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GS칼텍스가 이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이것만으론 직고용 의무를 다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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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한 시기 광주고법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에서 근무했던 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강력한 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산업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공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 약 1300명은 지난달 “코레일이 상시·지속 업무와 생명·안전 업무 종사자를 직고용해야 한다”면서 3일간 파업을 벌였다. 발전 정비 업체인 한전KPS는 ‘하청 노동자 600명 직고용’ 방침을 정했는데, 채용 방식 등을 결정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 단계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요양 병원 업계도 최근 직고용 문제로 고심 중이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 사업에서 간병인 직고용을 참여 요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부담 증가를 우려한 대전 등 일부 지역 요양병원들은 시범 사업 참여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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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에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직고용 요구가 국내 산업을 지탱해 온 도급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법 파견과 적법한 도급의 불분명한 경계가 문제로 꼽힌다. 현행법상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실질적 지휘·명령을 했을 경우 등엔 ‘불법 파견’으로 인정돼 직고용 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생산 공정이 긴밀하게 연결된 제조업 등에선 원청과 하청업체 간 업무 협조가 불가피한데도, 이를 근거로 직고용 책임이 확대되면 기업들의 정상적인 도급 계약까지 위축될 수 있는 것이다.
원청과 하청 업체의 관계가 도급인지 불법 파견인지에 대해선 비슷한 업무라도 작업 방식 등에 따라 엇갈린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수출용 차량을 옮기는 하청 업체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은 지난 2024년 차량을 야적장으로 옮겨 국가·차종별로 구분해 주차하는 업무를 한 하청 근로자들의 직고용 요구를 기각했다. 반면, 수출 선적장 입구와 내부에서 차량을 이송하거나 출고 전 검사 등을 담당한 하청 근로자에 대해선 불법 파견이라고 판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같은 사업장의 유사한 업무도 법원 판단이 달라지는 만큼, 기업이 적법 도급의 범위를 사전에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직고용 요구가 확대되면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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