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몽골 투브아이막 바얀촉트에서 푸른아시아의 조림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이 황폐한 땅을 갈고 있다. 푸른아시아 제공
16일(현지 시간)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투브아이막의 바얀촉트. 차 문을 열자 삽시간에 뿌연 모래바람이 불어닥쳤다. 들판을 내달리는 말도, 풀을 뜯어 먹는 양도 찾아볼 수 없는 초원을 메뚜기 울음과 나뭇잎 부서지는 소리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걸음을 내딛자 신발 속으로 모래알과 죽은 식물의 파편이 들어왔다.
초원과 유목의 나라 몽골이 메말라가고 있다. 중위도 내륙 고원 지대에 위치해 해양의 완충 효과를 받지 못하고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몽골 환경·기후변화부에 따르면 몽골의 연평균 기온은 1941년부터 지난해까지 2.5도 상승했다. 국토 면적 93.3%에서 토양 수분이 계속 감소했고 이 중 53.5%에서 가뭄 강도가 높아졌다. 목초지가 메마른 상태에서 혹독한 겨울 한파와 폭설이 겹치고 가축이 떼죽음하는 ‘조드’가 발생하면서 유목민들의 생계마저 위태로워졌다.
● “고향 사막화 막기 위해 조림 참여”
한때 밀 농사와 목축업으로 번성했던 바얀촉트 역시 사막화로 땅이 황폐해지면서 활기를 잃은 곳이다. 이곳에서 국내 환경단체 ‘푸른아시아’는 2028년까지 약 100ha(헥타르)의 숲을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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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편의.에서 카드 결제를 할 때 종이 영수증 출력을 생략하고 절감되는 수수료와 발행 비용을 적립해 조림 기금을 마련하는 이른바 ‘그린 페이퍼리스 기후대응 숲’ 프로젝트다. 몽골 주민들은 숲을 통해 공기 정화 효과를 얻을 뿐만 아니라 숲에서 생산된 열매를 판매해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조림 사업지 책임자인 엥흐저릭트 겐뎅잠츠 씨(58)는 “30년 넘게 이 지역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는데 젊을 땐 비도 눈도 많이 내렸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막화가 진행되며 빠르게 건조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유년 기억 속의 푸르른 초원이 현실에서 사라졌다는 걸 실감해 운전대를 놓고 마을 조림 사업에 자원했다. 나무 심는 일이 마을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모인 주민 10여 명은 2019년부터 5년간 KB국민은행이 참여한 조림 사업지에서 모래바람의 이동을 막는 방풍림과 열매를 재배, 판매할 수 있는 유실수를 심었다. 2026년부터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과 BC카드, 세븐일레븐, BGF리테일이 나무 심기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에서 영수증 출력을 줄여 쌓는 기금은 연간 약 2억 원으로, 총 6억 원이 바얀촉트의 조림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 “숲 생기니 모래 먼지 줄고 야생동물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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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바얀촉트에는 비타민나무로 불리는 산자나무와 바람을 막는 방풍림 등이 무성하게 자랐다. 2028년 조림 사업이 마무리되면 이곳에는 100ha 규모의 숲이 조성된다. 푸른아시아 제공
조림지에는 기후변화로 가축을 잃은 주민들도 있다. 잠발수렌 담바처질 씨(56)는 폭설이 쏟아졌던 2000년 양과 염소, 말 등 가축 30마리를 한꺼번에 폐사시켰다. 유목민이었던 그는 광산 등 다른 일을 전전하며 아내와 4명의 아이를 어렵게 건사하며 살았다. 그는 “바얀촉트에서 조림 사업에 참여하면 돈도 벌고 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이곳에 정착했다”며 “막내가 아직 중학생인데, 나무 심는 일이 미래 세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아르갈란트 지역에는 44ha 규모의 ‘상상의 숲’이 조성되고 있다. 국내 봉사자들이 현지 주민과 힘을 합쳐 지난해부터 방풍림과 유실수를 심고 있다. 2027년 사업이 마무리되면 총 4만4000그루의 숲이 조성된다. 조림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 에르덴볼강 담린 씨(66)는 “나무가 없을 때는 바람이 불면 모래가 그대로 날렸는데, 조림을 시작한 이후로는 모래 이동이 현저히 줄었다”며 “숲이 생기니 토끼나 고슴도치 등 야생동물도 돌아왔다”고 했다.
● 韓기업-단체 몽골에 ‘10억 그루 심기’
이미 척박해진 땅에 나무를 심기만 하면 1년 안에 영양 부족으로 대다수가 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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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몽골 내에서도 여러 조림 사업이 실패했다. 푸른아시아는 지속 가능한 조림지를 조성하기 위해 일회성에 그치는 조림 사업이 아닌 주민 위주의 자립 모델을 구축했다.
사막화 지역에 토양을 복원한 뒤 주민 협동조합을 구성해 양묘, 영농, 유실수 재배 등 각종 소득 사업을 진행하고 인건비와 유지비 등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협동조합 주민에게는 5년간 조림과 유실수 재배에 필요한 기술 교육을 제공한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주민 자립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인정해 2014년 사막화 방지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생명의 토지상’을 푸른아시아에 수여했다. 지난달 17∼28일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UNCCD 당사국총회에서도 바얀촉트 등 몽골 곳곳에서 푸른아시아가 진행 중인 조림 사업이 소개됐다.
몽골은 2030년까지 국토 전역에 나무 10억 그루를 심는다는 목표로 범국가적 조림사업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국토가 사막화되고 과도한 방목·기후변화로 목초지가 황폐해지자 정부가 2021년부터 캠페인을 시작했다. 탄소 흡수원 확충과 사막화 방지, 생태계 복원이 목적이다.
국내 기업들과 환경단체도 방목 방지 울타리, 스마트 양묘 온실 등의 기술을 지원해 10억 그루 숲 조성을 돕고 있다. 신기호 푸른아시아 몽골 지부장은 “몽골 10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무 심기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푸른아시아는 숲 조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 향후 기계화, 자동화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는 2028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