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가 이태원보다 훨씬 젊은 느낌이잖아요. 핼러윈을 즐기러 친구와 왔어요."
핼러윈(10월 31일)을 이틀 앞둔 29일 오후 9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외국인 리사(21)는 등에 단 날개를 팔랑이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교환학생인 그는 친구와 함께 각각 요정과 뱀파이어로 분장했다. 리사는 "오늘 핼러윈 행사에 간다고 하니 부모님께서 이태원은 절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귀띔했다.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인 이날, 홍대와 강남 등 서울 주요 도심은 쌀쌀한 날씨에도 각종 분장으로 한껏 꾸민 시민과 외국인으로 북적이며 핼러윈 분위기를 물씬 자아냈다. 상。들도 안팎을 핼러윈 소품으로 장식하며 열기를 더했다.
거리에서는 개성 넘치는 코스튬(의상)이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를 패러디해 분장했다는 정모(36)씨는 "'늙크크(나이 든 사람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되기 전에 젊음을 만끽하려 나왔다"며 "밤새 핼러윈을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화 '해리포터'나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주인공으로 분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기념 사진을 찍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짧은 동영상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경찰복 차림으로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외국인 여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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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경찰은 실제 경찰관으로 오인할 수 있는 복장은 현장에서 집중 단속하고 있다.
홍대 열기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쯤 홍대 일대에는 2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거리 혼잡도 전광판에는 '약간 혼잡'이라는 붉은색 글씨가 뜨기도 했다. 참사 이후 이태원을 피한 인파가 홍대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번화가인 강남역 일대도 퇴근길 직장인과 핼러윈 모임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밤늦게까지 붐볐다. 핼러윈 테마로 매장을 꾸민 한 주. 매니저는 "참사 이후 2년간은 손님이 거의 끊겼는데 최근 들어 다시 늘고 있다"며 "이태원이 아니더라도 실내에서 편하게 핼러윈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동안, 경찰과 소방당국, 자치단체는 4년 전 참사의 기억 속에 밤늦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거리의 대형 전광판에는 '보행 속도가 느려지거나 다른 사람과 신체가 닿으면 즉시 자리를 벗어나라' '넘어지면 몸을 웅크리라' 등 인파 사고 예방 행동요령이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등 4개 언어로 송출됐다.
반면 참사 기억을 간직한 이태원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가게마다 핼러윈 장식은 달려 있었지만, 참사 현장 인근 술집은 이따금 보이는 외국인 손님 외에는 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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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이 없어 일찌감치 셔터를 내린 가게도 적지 않았고, 분장을 한 이들은 찾아 보기 어려웠다. 현장을 지키는 경찰과 용산구청 직원이 시민보다 더 많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설치된 추모 공간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발걸음이 간간이 이어졌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친구를 잃었다는 유호진(45)씨는 "그날 내가 이태원에 오자고 했다가 사고가 났다. 나만 살았다는 생각에 친구에게 지금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유씨는 4년째 시간이 멈춰 있는 친구의 SNS 계정과 추모 공간을 말없이 바라보다 눈물을 훔치며 자리를 떠났다.
정부와 경찰도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인파 관리를 위해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전국 28개 주요 거。에 7,8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경찰은 이태원에 합동 상황실을 설치하고 현장 대응력을 강화한다. 올해 처음으로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지능형 폐쇄회로(CC)TV 6대를 설치해 실시간 인파 밀집도를 모니터링하고, 밀집도가 높아질 경우 사전 설치된 안전펜스를 가동해 유입을 단계적으로 조절할 방침이다.
강력범죄와 테러 위험 차단을 위해 전담 인력도 대폭 늘렸다. 형사 7개 팀과 서울경찰청 광역예방순찰대 20명, 경찰특공대 10명이 현장에 배치됐고, 특공대 장갑차와 폭발물탐지견 등도 동원됐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이날 이태원관광특구를 방문해 현장을 순찰하고 서울경찰청의 안전관리 대책을 。검했다.
있다"며 "이태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