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 기회를 붙잡고 28년을 달려왔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며 성장하는 것입니다.”
지난 3일 수원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에서 열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여성 CEO 특강’. 간호사에서 식품기업 CEO로 변신한 신영이 디엔비 대표의 이야기에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간호사였던 그가 한 번의 우연을 사업의 기회로 바꾸고 연 매출 200억원 규모의 기업을 일구기까지,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생생한 창업 이야기가 교실을 채웠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3일 수원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에서 재학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미래 여성 경제인 육성을 위한 '여성 CEO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공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마련한 이번 특강은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미래여성경제인육성사업’의 일환이다. 선배 여성 CEO의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여학생들과 나누고 창업과 취업을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이날 약 200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협회는 특강 외에도 창업 아이디어를 제출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전 창업 멘토링’, 여성 CEO와 학생이 함께하는 ‘미래여성경제인 워크숍’ 등을 운영하며 미래 여성 경제인 육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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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고 미래 세대의 경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신영이 디엔비 대표가 3일 수원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에서 여성 CEO 특강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공
이날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신영이 디엔비 대표는 ‘간호사에서 식품기업 CEO로’를 주제로 자신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들려줬다.
종합병원 간호사로 일하다 결혼 후 경력이 단절된 신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빵집을 맡아 운영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어느덧 28년 사업의 출발。이 됐다. 1998년부터 담백한 맛과 정성스러운 수제 공정을 앞세워 빵과 도넛을 생산했고,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대형마트와 편의。은 물론 학교급식과 군부대까지 납품처를 넓혔다. 디엔비는 연 매출 200억원 규모의 베이커리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신 대표는 후배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는 뭘 잘할까?’라는 준비의 질문, ‘내가 원하는 길이 맞을까?’라는 고민의 질문, 그리고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도전의 질문이다. 그는 “우연을 기회로 바꾸려면 준비가 필요하고, 고민한 크기만큼 길이 보인다”며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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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움과 부족함을 위기가 아닌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유정임 풍미식품 대표가 3일 수원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에서 여성 CEO 특강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공
두 번째 강연은 농업회사법인 풍미식품을 이끄는 유정임 대표가 맡았다. 유 대표는 ‘전통을 지키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통을 산업으로 키우는 것’의 의미를 전했다.
1986년 사업을 시작한 유 대표는 김치를 집에서 담가 먹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 재래시장에 작은 김치 가게를 열었다. 집안 대대로 이어온 종가의 김치 담그는 지혜에 연구와 기술개발을 더해 사업의 가능성을 넓혔다. 전통의 맛을 지키면서도 칼슘 강화 김치 등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고, 작은 가게를 전문 김치 제조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유 대표는 전통을 사업으로 연결하려면 맛과 정성만큼이나 체계적인 제조 시스템과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풍미식품은 원료 처리부터 절임, 세척, 선별, 최종 제품 생산까지 공정을 위생 기준에 따라 구분하고 관리하는 제조시설을 갖췄다. 전통식품도 과학적인 공정과 품질 관리가 뒷받침돼야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유 대표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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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대표의 전문성과 전통성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다. 2010년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38호로 지정돼 포기김치 제조 분야의 명맥을 잇고 있다. 김치 제조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통식품문화관과 연수관 등을 운영하며 국내외에 김치 담그는 법과 우리 음식문화를 알리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유 대표는 후배들에게 열정과 실행력을 강조했다. 그는 “무슨 일이든 열정을 갖고 임해야 한다. ‘한번 해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자신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분명한 꿈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연 후에는 학생들이 연사들과 직접 소통하는 ‘CEO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진행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한 학생은 “결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뒤에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기업을 키운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며 “진로를 선택할 때 지금의 조건이나 상황만으로 가능성을 제한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김치처럼 익숙한 전통음식도 연구와 기술을 더하면 전문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게 재밌었다”며 “여성도 자신의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래 한국 경제를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오는 10일 서울 대일관광고등학교, 25일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여성 CEO 특강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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