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천국’으로 통하는 프랑스에선 공공장소와 아이들 앞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2일(현지 시간) 파리의 한 지하철 실내 역사에서 청년이 금연 구역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전자 담배(동그라미 안)를 피우고 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佛 흡연 문화 논란
2일(현지 시간) 여러 카페가 몰려 있는 프랑스 파리의 몽토르괴유 거리를 찾았다. 현지 환경단체 알콤이 지난달 프랑스 최초의 ‘담배꽁초 없는 거리(rue Sans Megots)’로 지정했던 곳이다. 무분별한 흡연과 담배꽁초 투기가 도시를 오염시키고 큰 비용을 초래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캠페인이 진행됐던 장소다. 한 달이 지난 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기자가 거리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사람뿐 아니라 걸으며 담배를 태우는 사람도 많았다. 비흡연자들은 연기를 이리저리 피해 걸어야 했다. 건널목, 지하철역 입구 등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공공장소들도 마찬가지였다. 흡연자들은 거리낌없이 담배를 물었고,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파리에서 제빵사로 일하는 한국인 윤유리 씨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많아서 힘들고, 연기를 피해 다니고 있다”고 했다.
더 심각한 건 담배꽁초. 이 거리는 거대한 재떨이를 방불케 할 정도로 꽁초들이 거리 곳곳에 널려 있었다. 기자가 약 10분간 직접 꽁초를 주워 보니 100개를 훌쩍 넘었다. ‘꽁초 없는 거리’ 캠페인이 무색할 정도였다.
● ‘거대 재떨이’로 전락한 파리 카페촌
상대적으로 흡연에 관대한 유럽에서도 프랑스는 흡연자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작용한 결과다. 담배는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커피, 와인과 함께 생활 양식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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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예술가, 지식인들이 카페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며 토론하는 살롱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공중보건 차원의 담배 규제 정책이 여타 국가들보다 늦게 시작됐다.
2일(현지 시간) 파리 넬슨 만델라 정원에선 한 여성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담배(동그라미 안)를 피우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선 흡연으로 인한 환경과 건강 문제가 부각되며 강한 금연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2일 파리의 대표적 휴식처로 꼽히는 ‘넬슨 만델라 정원’을 찾았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금연구역이지만 곳곳에 흡연자들이 즐비했다. 특히 영유아를 유모차에 태우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 어린이 놀이터 바로 앞에서 담배를 물고 걷는 사람도 있었다.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손에서는 담배를 놓지 못하는 커플도 적지 않았다.
같은 날 파리 노트르담 성당이 잘 보여 관광객들이 오가는 르네 비비아니 광장도 금연구역이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기자가 다가가 “여기 담배 피울 수 없는 곳 아닌가”라고 묻자 “몰랐다”라고 답하면서도 담배를 바로 끄진 않았다.
특히 지하철 역사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종종 발견된다. 3일 파리 6호선 라모트피케의 실내 역사 안에선 20대 청년이 전자담배를 계속 피웠다. 폐쇄회로(CC)TV 촬영이 진행되는 장소였지만, 단속반이 출동하거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탈리아 출신 회사원 카를로타 씨는 “프랑스는 다른 유럽에 비해서도 아이나 노약자가 많은 곳에서 태연히 담배를 태우는 사람이 많다”며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구역을 더 강력하게 제한하고, 벌금 부과 등 단속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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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꽁초 환경오염 심각
지난달 프랑스 환경단체가 ‘담배꽁초 없는 거리’로 지정한 파리 몽토르괴유에서 2일(현지 시간) 기자가 직접 수거한 담배꽁초들. 캠페인이 무색할 정도로 담배꽁초가 거리 곳곳에 널려 있었다. 기자는 이날 약 10분 만에 꽁초 100여 개를 주웠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무분별한 흡연의 여파로 파리는 담배꽁초에 의한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파리에선 매년 20억 개의 꽁초가 버려지고 있다. 무게로 350t을 넘어섰다. 밑변과 높이가 13.7m인 피라미드 모형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프랑스 전역에서도 매년 약 2만5000t의 담배꽁초가 버려지고 있다고 재활용 업체 차오메고가 밝혔다. 이는 에펠탑 무게(약 1만100t)의 2배가 넘는 양이다.
파리시 당국은 꽁초 수거에만 매년 1000만 유로(약 150억 원)를 투입하고 있다. 환경단체 알콤은 담배상들과 협력해 재떨이 약 1만 개를 배포했지만 꽁초 투기를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르파리지앵은 분석했다. 파리 시민 밥티스타 고샹 씨는 “사실 나도 담배를 좋아하지만, 담배 꽁초를 버리는 건 엄청난 문제다”며 “프랑스 사람들은 죄책감 없이 꽁초를 바닥에 버리는데, 이런 행위들 때문에 도시가 썩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흡연 문화가 후진적인 건 공중보건 정책이 뒤늦게 발달한 탓도 있다.
프랑스는 1991년 에뱅법(Loi ?vin)을 통해 흡연권을 제한하고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최초로 인정했다. 하지만 직장 학교 공공건물 등 실내 공공장소 금연이 시행된 건 2007년에 이르러서다. 지난해 7월 뒤늦게 공원, 정원, 해변, 버스정류장 등 야외 금연구역을 대폭 늘렸다. 다만 길거리, 인도, 광장, 야외 테라스에서의 흡연은 지방자치단체별로 허용하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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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나마도 실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다.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최소 135유로(약 2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매년 단속 건수가 미미한 실정이다
● ‘강경 금연 정책’ 요구도 커져
흡연에 관대한 문화가 프랑스인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의 흡연율은 2024년 18.2%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20년(25.5%)보다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약 15%보다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특히 프랑스 청소년(17세 기준)의 흡연율이 15.6%에 이른다. 담배에 관대한 문화 탓에 어린 나이에 흡연을 시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프랑스 보건부에 따르면 매년 7만5000명의 프랑스인이 흡연 연관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은 1560억 유로(약 234조 원)에 이른다. 알코올에 의한 사회적 비용(1020억 유로·약 154조 원)보다 많은 수치다.
프랑스의 암 발생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프랑스의 인구 10만 명당 암 발생은 339건으로 OECD 평균(291건), 유럽 평균(268건)보다 높다.
이에 담배 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흡연권만큼 타인의 건강권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 국가흡연방지원회는 어린이들이 자주 방문하는 카페, 레스토랑 테라스를 금연구역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리 시민 오스카 씨는 “흡연권은 중요한 권리이지만, 흡연은 사적인 장소에서 해야 한다”며 “길을 걸을 때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가 먼저 검토되고 있다. 프랑스 보건부는 전자담배 니코틴 함유량을 줄이고 맛의 종류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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